[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현대자동차그룹은 자사 연구개발본부와 상품본부 임원들이 독일 뉘르부르크링으로 총출동해 차세대 전략차종에 대한 최종 점검을 벌였다고 20일 밝혔다. 주행성능과 관련한 연구개발본부 전 부분 임원과 상품개발 담당 임원이 한 자리에, 그것도 해외에서 자동차 성능을 점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5~17일(현지시간) 독일 뉘르부르크링 소재의 테스트 센터에서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와 제네시스 차세대 전략차종의 성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트랙 데이를 실시했다.

이 자리에는 연구개발본부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위시해 디자인담당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제품통합개발, 아키텍처, 섀시, PM, 내구, 파워트레인, NVH 부문 임원과 현대차의 제품 기획과 운영을 담당하는 상품본부의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 유럽 권역의 현대차·기아차·제네시스 상품 담당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에 테스트한 모델은 제네시스 ‘G70’, ‘JX(개발명)’, ‘RG3(개발명)’와 현대차의 ‘벨로스터 N’, ‘i30 N line’ 그리고 기아차 SUV ‘XCeed’ 등 모두 6개 차종과 타 브랜드의 경쟁 차종이다.

참석자들은 우선 독일의 일반도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아우토반의 속도무제한 구간에서 최고 시속 280km까지 주행했으며, 연속 커브가 이어진 국도와 노면이 불규칙한 시골길 등을 주행했다. 이어 20.8km로 세계에서 가장 길고 자동차 주행에 가혹한 레이싱 서킷으로 평가받는 뉘르부르크링에서 반복 주행을 하며 개발 차량의 한계를 테스트했다.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수 차례 테스트 세션을 거치는 과정에서 참석자들과 점검 대상 차량들의 가속력과 브레이크, 승차감, 소음진동 등에 대해 토론을 진행했고 개선 방향에 대해 의견을 수렴했다.

연구개발, 상품 부문 중역들이 한 자리에 모여 차세대 전략 차종에 대한 대대적인 제품 테스트를 진행한 것은 최근 단행한 제품개발 프로세스 혁신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게 현대차그룹 측의 설명이다.

현대차·기아차는 지난 3월 상품본부 조직을 세분화된 차급과 전동화, 미래차 중심으로 개편해 전문성을 강화한 데 이어, 7월에는 자동차산업 변화에 더욱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 조직을 아키텍처 기반 시스템의 삼각형 구조로 재정비한 바 있다. 개편된 두 조직의 주요 임원이 모여 향후 제품의 개발 방향과 개선 사항을 공유함으로써 상품성을 빠르게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참석자들은 이번 행사에서 유럽 현지의 최신 시장 동향과 향후 유럽 시장 특성에 더욱 적합한 장기적인 제품개발 방향성에 대해 토론도 진행했다.

이는 최근 유럽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현대차·기아차 입지와도 관련이 있다. 현대차·기아차는 작년 유럽시장에서 6.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제품 기술력에 대한 유럽 현지의 평가도 과거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 스포츠카’의 동급 3개 차종 대상 비교 시승 평가에서 기아차 씨드 GT가 BMW와 벤츠를 제치고 가장 경쟁력 있는 차로 선정된 바 있으며,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의 독일 대표 3사와의 비교 평가 전기차 부문에서는 코나 일렉트릭이 BMW ‘i3’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고, 수소전기차 부문에서는 ‘넥쏘’가 벤츠의 ‘GLC F-cell’ 보다 높게 평가 받았다.

현대차그룹은 2013년 뉘르부르크링 트랙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직선 구간로 옆에 상시 평가가 가능한 테스트센터를 설립하고, 최근 센터의 확장을 추진 중이다. 이 테스트 센터에서는 고성능차량 및 모든 신차들의 내구 한계를 시험하고, 주행성능을 강화하기 위한 혹독한 평가를 실시해오고 있다.

특히 뉘르부르크링 트랙은 1만㎞ 고속 주행만으로도 일반 도로 18만㎞를 달린 것과 같은 ‘피로 현상’이 누적될 정도로 가속·선회 성능과 내구성에 대한 테스트를 밀도 있게 진행 할 수 있는 장소로 평가받는다. 이 곳에서의 주행 체험은 각 차량의 장·단점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코스 중 하나다.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최근 R&D조직 개편은 제품을 기획하는 상품 부문과 개발 부문간의 상호 협업을 위한 시작점”이라며 “이번 트랙데이는 개발자로 한정됐던 현지 평가의 참석 범위를 상품 담당자까지 넓혀 유럽과 같은 주요시장의 잠재고객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향후 개발 방향과 개발 프로세스의 혁신 등을 꾀하기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쟁이 심화되는 현 시점에서는 제품개발을 책임지는 주요 담당자들이 현재 수준을 몸소 체감하고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현대자동차그룹의 자동차 부문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 silvership@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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