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관련 국제비교’ 보고서 발표
“미국·영국 등 선진국, 노조 전임자 재정 지원은 회사 책임 아냐”
근로시간 면제 혜택도 상이‥사용자 대항 활동은 유급 인정 안하기도

▲한국노총과 민주노충 등으로 구성된 공동대책위가 지난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에 ILO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정부가 추진중인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노사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목표로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노조 전임자의 임금 지급 금지 규정을 삭제하고, 노조 활동에 대해 유급을 인정하는 ‘근로시간 면제’의 한도를 초과하는 단체협약이나 사용자합의를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을 삭제하고, 노조 전임자 근로시간면제 한도 등을 완화하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사용자가 노조와의 협약을 무효로 주장하기 힘들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사용자의 거부권 행사를 명시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0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교수에 의뢰한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관련 국제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문제점을 제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노조법상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을 금지한 것은 1997년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노사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해당 규정으로 인해 중소 규모 노조의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13년간 유예됐다가 2009년 노사정 합의를 통해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금을 금지하되 조합원 규모별로 적정 수준의 근로시간 면제 제도를 운영하기로 하면서 시행됐다.

 

이 교수는  "ILO가 지속적으로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은 노사 자율 문제라는 금지 규정 폐지를 권고해 왔지만, 한국정부의 상황을 고려해 일정한 한도를 설정·유지하는 정책은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이라며 ”대기업 노조 중심으로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늘려달라는 요구가 급증할 수 있다“고 지적헸다. 

 

이어 “근로시간 면제 한도 초과 협약을 무효로 하는 규정이 정부 개정안에 포함됐지만, 노조와의 갈등을 우려한 사용자가 이런 규정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은 한국과 노사관계 토양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할 점으로 꼽혔다. 이들 국가는 특정 기업에 소속된 종업원이 아니라 초(超)기업 노조의 간부나 직원으로 기업 외부에서 근부한다. 이로 인해 해당 기업들로부터 비용 지원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재정지원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기업별 노조가 중심인 일본에서도 노조 전임자가 종업원이지만 비용 지원 관행이 거의 없다”면서 “1949년 노조법 개정과 1991년 판례에 근거해 전임자 임금은 대부분 노조 재정에 의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초기업노조 중심의 선진국에는 기업 내에서 노조 활동과 근로자 대표 활동을 수행하는 인력, 노조 전임자 유사자가 존재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미국의 조합위원(Local-union president), 영국의 직장위원(Shop Stewards), 독일의 노조신임자(Vertrauensleute), 프랑스의 노조 대표(Syndicale delegation) 및 종업원 대표(personnel delegation) 등이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이들의 명칭은 제각각이고, 급여지원도 국가마다 조금씩 상이하다”며 “미국은 유사자가 수행한 단체교섭과 중재, 고충 처리에 대한 유급 처리는 적법하다고 보고, 영국도 일부 유급 활동이 가능하지만, 쟁의행위나 사용자에 대항하는 조합활동은 유급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독일 역시 노조 신임자가 근로시간 면제 혜택을 우리는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사업장이 있으며, 프랑스는 규모별 근로시간 면제 혜택이 다르게 주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근로시간 면제제도는 이들 국가와 비교해도 면제한도가 높은 편”이라면서 “선진국의 경우, 기업별 노조가 직접 단체교섭을 담당한다”고 강조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정부안은 사용자의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을 허용하면서, 동시에 기존의 근로시간 면제제도는 계속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는 노사간 갈등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문제삼았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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