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제네릭(복제약)에 대한 ‘일괄 약가인하’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지만 이로 인해 제약업계의 전반적인 체질개선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제약사의 노력 여부에 따라 약가를 차등부여하는 내용의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을 통해 제네릭 약가는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원료의약품 등록(DMF)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53.55% 상한가를 유지할 수 있다.

1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2가지 요건 중 1개를 만족하면 45.53%, 만족요건이 없으면 38.69%로 상한가가 내려가는 구조다.

특정 성분 시장에 20개 이상 제네릭이 등재될 경우 신규 등재 품목의 상한가는 기존 최저가의 85%까지 받을 수 있는 계단형 약가제도가 도입된다.

신규 제네릭은 규정 개정과 일정 기간 경과 후 건강보험 급여를 신청하는 제품부터 개편안이 적용된다. 기등재 제네릭은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소급 적용된다.

‘일괄 약가인하’ 최악은 피했다

이번 개편안은 제약사들이 우려하던 ‘일괄 약가인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으로 평가된다.

당초 논의됐던 일괄인하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약가 충족 요건 중 ’자체생산‘도 제외됐다.

지난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모든 제네릭에 대해 원료의약품 등록(DMF)을 전면 의무화했기 때문에, 사실상 DMF 요건은 큰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제약사의 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때 정부는 지난해 7월 발사르탄 사태가 발생하면서 제네릭의 품질 이슈와 난립 문제가 불거지자, 공동·위탁생동제도의 전면적인 폐지와 제네릭 상한가의 일괄적인 인하를 적극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 제네릭 약가가 일괄 인하되면 잉여 이익이 줄어들어 연구개발 투자 여력이 없어진다고 호소함에 따라 당초 계획보다는 다소 완화된 방향으로 개편됐다.

‘존폐위기’ 중소제약사…상위사 위주로 시장 개편될까?

당초 예상보다는 다소 완화됐지만, 이번 약가인하로 인해 업계 전반에 걸쳐 품목 구조조정과 더불어 대대적인 시장구조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제약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과도한 약가인하 부작용을 우려하는 산업게의 의견을 나름대로 반영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온점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형제약사보다 위탁·공동 생동성 시험으로 허가받은 복제약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 제약사의 경영 약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약사들은 보유한 위탁 제네릭에 대해 ‘약가인하 수용’ 또는 ‘생동성시험 시행’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위탁제네릭을 100개 이상 보유한 제약사들이 위탁제네릭의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려면 단기간에 100억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자체생동 비용은 1~2억원에 달한다.

매출이 크지 않은 제네릭의 생동성시험 수행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되면 15% 약가인하를 수용해야 한다.

하지만 원가율이 높아 팔아도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철수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허가받은 이후 판매하지 않거나 매출이 극히 미미한 제품도 퇴출 명단에 포함될 수 있다.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금전적인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일부 소규모 제약사는 최약의 경우 ‘존폐 위기’까지 몰리면서 시장이 신약개발에 주력해온 대형제약사 위주로 개편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편으로 중소제약사의 영업력 상실과 경영악화는 불가피해 향후 상위사 위주의 생존만 이뤄질 수도 있다”며 “정부가 제약산업을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면서도 반복적인 약가 인하로 산업 현장의 성장 의욕을 오히려 저하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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