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최문정 기자]삼성전자가 중소 팹리스 업체가 서버 없이도 반도체 칩 설계를 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설계 플랫폼을 제공하는 등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18일 삼성전자는 “작년 4월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방안’을 발표한 이후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등 국내 중소 업체들과 상생 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팹리스는 시스템반도체의 설계와 개발을 수행하는 회사다. 디자인하우스는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 업체)가 제품을 설계하면 이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서비스를 활용해 제조할 수 있도록 칩 디자인을 지원하는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의 제품 개발에 필수 요소인 MPW(멀티-프로젝트 웨이퍼, 다품종 소량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 형태, 한 장의 웨이퍼에 다른 종류의 반도체 제품을 함께 생산)프로그램을 공정 당 연간 3~4회로 확대 운영했다. 또한 8인치(200mm) 뿐만 아니라 12인치(300mm) 웨이퍼 사용을 지원해 최첨단 공정까지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부터 파운드리 생태계 프로그램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를 운영하며, 파트너와 고객과의 협력 강화에 더욱 노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SAFE는 삼성 파운드리와 생태계 파트너, 고객 사이의 협력을 강화해 제품을 효과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라며 “삼성전자는 SAFE를 통해 설계 자산(IP) 외에도 공정 설계 키트(PDK, Process Design Kit), 설계 방법론(DM, Design Methodologies), 자동화 설계 툴(EDA, Electronic Design Automation) 등 설계에 필요한 디자인 인프라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국내 팹리스와 디자인하우스 업체는 SAFE 프로그램을 이용해 삼성전자의 교육지원을 받고 있다. 또한 생산된 반도체를 전장, 모바일,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최적화된 공정 기술과 설계 인프라도 제공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지원을 통해 국내 생산 업체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지난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강화 방안 발표 이후 중소 업체들과 협력해온 제품은 올해 말부터 본격 양산될 예정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통합 클라우드 설계 플랫폼(SAFE Cloud Design Platform, SAFE-CDP)’도 출시했다. 이 플랫폼은 삼성전자와 클라우드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플랫폼 업체인 리스케일(Rescale)이 함께 구축했다.

삼성전자는 이 플랫폼을 “팹리스 고객들이 아이디어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즉시 칩 설계를 시작할 수 있도록 가상의 환경을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이 플랫폼을 이용하면 자동화 설계 SW 업체인 앤시스, 멘토, 케이던스, 시놉시드의 SW를 공용 클라우드에서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공정이 미세화 될수록 반도체 칩 설계는 복잡해지고 난도 또한 높아진다”며 “특히 설계 작업의 후반부로 갈수록 필요한 컴퓨팅 자원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칩 검증에 소모되는 시간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SAFE-CDP는 서버 확장에 대한 고객들의 투자 부담을 줄이고, 칩 설계와 검증 작업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도 단계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팹리스 업체인 '가온칩스'는 삼성전자의 SAFE-CDP를 활용해 차량용 반도체 칩을 설계했다. 그 결과 기존 대비 설계 기간을 약 30% 단축할 수 있었다.

정규동 삼성전자 DSP(Design Solution Partner) 가온칩스 대표는 "삼성전자의 통합 설계 플랫폼은 중소 팹리스 업체들의 시장 진입장벽을 낮춰줄 것"이라며 "제품 경쟁력 향상으로 국내 업체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가온칩스 외에도 ADT(에이디테크놀로지), 하나텍 등 여러 한국 중소 반도체 업체들이 SAFE-CDP 사용 의사를 밝히고 있다.

박재홍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리스케일과 함께 선보이는 삼성전자의 통합 설계 플랫폼은 팹리스 업계가 클라우드 기반 설계 환경으로 옮겨가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파운드리 생태계 강화를 통해 고객들이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지속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화성, 평택에 연이은 투자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 강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새로 구축한 시설에 국내 중소기업들이 자사의 최첨단 공정기술을 보다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 생태계를 지속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스페셜경제 / 최문정 기자 muun09@sp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