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경영권을 둘러싼 한진그룹의 남매의 난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조현아 전 부사장‧KCGI(강성부펀드)‧반도건설 등 한진칼의 주요주주들이 규합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22일 단일주주로는 한진칼의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KCGI가 “조원태 회장이 지주회사인 한진칼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 대한항공 직원을 파견했다”면서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반(反)조원태 연합군이 행동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의 연합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점쳐졌다. KCGI는 그동안 조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물론 한진그룹 오너일가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비판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연말 조 전 부사장과 반도건설 KCGI가 3자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예상을 깨버렸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에 대해서 “공동 경영하라는 아버지의 유훈과 다르게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을 촉발시켰다. KCGI와 조 전 부사장 반도건설이 회동을 가졌고, 반도건설은 한진칼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참가로 바꿨다. 이후 KCGI는 또 다시 조 회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에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 KCGI, 반도건설 등 3자가 연합해 조 회장을 축출하기 위한 모종의 합의를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KCGI와 반도건설은 3자 회동 자체를 부인했으나, 재계에서는 반도건설이 투자 목적을 경영참가로 변경할 경우 6개월 이내 실현한 단기 매매차익을 반환해야하는 불이익을 감수한다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특히 오는 3월에 열리는 주주총회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의 연임 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할 경우 조 회장은 연임에 실패하고, 경영권까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총 참석률이 77%였던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안건 통과를 위해서는 최소 39%의 지분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조 회장이 불리하다.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진영의 지분은 31.98%에 달한다. 3자 회동도 조 전 부사장이 먼저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자리에 조 전 부사장은 직접 참석했고, KCGI와 반도건설은 강성부 대표와 권홍사 회장 대신 고위 임원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KCGI에는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반도건설에는 일감을 약속했다고 예상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반도건설 측에 ‘한진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조 회장 역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 조 회장 대신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한진그룹 발전을 이끌겠다고 하면 여론전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조 전 부사장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자택을 사무실로 활용하면서 변호사 및 측근들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지분율이 부족한 상황이다. 조 회장의 확실한 한진칼 지분은 본인이 보유한 6.52%, 정석인하학원 등 특수관계인(4.15%), 델타항공(10%) 등으로 총 20.67%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대한항공과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한진칼 지분 1%를 매입한 카카오를 우군으로 봐도 총 지분은 21.67%에 불과하다. 결국 조 회장의 입장에서는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문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두 사람의 지분을 합하면 조 회장도 33.45%의 지분을 확보하며, 3자 연합군을 앞선다. 하지만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조 회장의 편이 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또 한진칼 지분 4.11%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변수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최근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까지 의결했는데 최근 부정 편입학으로 학사 학위 취소 처분까지 받은 조 회장 연임을 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 지난해 고(故)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반대로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을 잃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 재계에서는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경우의 수가 많은 만큼 상황은 언제든지 뒤바뀔수도 있다고 봤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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