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와 협력 강화
테슬라 따라잡기·공급망 확보 포석

▲ 22일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LG그룹 구광모 대표아 배터리 협업 논의를 위한 만남을 가졌다. (사진제공=LG)

 

[스페셜경제=홍찬영 기자자동차업계와 배터리업계의 동맹이 가속화하고 있다. 내년부터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공급이 전세계적으로 부족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자동차업체들은 대규모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전기차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테슬라를 따라잡기 위해서도 배터리업체와의 협력은 중요하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전날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을 방문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LG 경영진과도 만나 배터리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LG그룹은 LG화학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장수명(Long-Life)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의 기술과 개발 방향성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오창공장은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와 LG화학이 협력할 경우 합작사를 설립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미 현대차는 LG화학과 배터리 스타트업을 공동 발굴하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도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하는 등 이미 다양한 협력을 하고 있다.

 

앞서 정회장은 충남 천안의 삼성SDI 배터리 사업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전기차부문 배터리 기술 현황을 논의한 바 있다. 양측은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 받는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현황과 활용방안 등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양극 사이의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현재 많이 활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에너지 밀적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 공장도 방문한다. 다음 달 초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나 배터리 회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주로 기아차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내달 만남에서 SK는 니켈 비율을 90% 중반대로 높인 초고밀도 배터리 기술을 소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부회장이 적극적인 배터리 행보에 나선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 조사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20년 850만대 규모로 관측된다. 지난해 예상치에 비해 40% 가량 늘어난 수치로, 현대기아차의 연간 판매량과 비슷하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향후 10년간 연 평균 19%의 성장을 지속하며, 2025년에는 2200만대, 2030년에는 3700만대의 전기차가 판매될 것으로 SNE리서치는 전망했다. 다시 말해 2030년에 전기차는 자동차 시장의 30%를 차지할 것이란 얘기다.

 

현대차의 순수전기차 판매 순위는 올 1분기 기준 테슬라·르노닛산얼라이언스·폴크스바겐그룹에 이어 4위다.

 

현대차는 2025년 전기차 56만대를 판매해 글로벌 전기차 3위권 업체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쟁자들도 배터리 삼매경이다. GM은 최근 LG화학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오하이오주에 얼티움 배터리 공장을 건립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배터리업체인 CATL과도 합작 생산을 검토 중이다.

 

일본의 토요타자동차는 올 2월 파나소닉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발표하는 등 자국 기업간 협업을 강화하고 있고, 최근에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CATL과도 손을 잡은 상태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으로 전기차 단가의 3040%를 차지한다. 이에 배터리를 얼마나 고품질로 확보할 수 있는지에 따라서 완성차 업체들의 희비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대란 예고?

 

▲ (사진제공=픽사베이)

 

자동차업계와 배터리 업계의 협력이 늘고 있는 건 조만간 배터리 공급이 부족해지는 배터리 대란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오는 2024년을 배터리 공급 부족 시점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이 시점이 2~3년은 더 일찍 올 것이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배터리 공급 부족 현상이 빨라진 것은 최근 유럽의 강한 환경 규제와 세계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으로 전기차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기차는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이끌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배터리는 전기차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이에 전기차 생산량이 대폭 늘게되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 오지 못해 물량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발생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배터리 수요보다 공급이 많지만, 내년부터 서서히 배터리 대란 시대가 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 초만 해도 재규어 등 일부 유럽 완성차업체들이 배터리 물량 부족으로 생산을 일시 중단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전기차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2019~2025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22%로 추산되며, 유렵의 경우 환경규제의 강화로, 같은 기간 연 35%의 성장폭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오면서 새로운 먹거리인 전기차로 사업을 확대하는 업체들이 많아져 최소 1~2년내 배터리 대란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 배터리를 확보하기 위한 완성차와 배터리업체간의 협업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홍찬영 기자 home21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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