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권준호 인턴기자]코레일과 국가철도공단이 법적 근거 없이 지방자치단체에 역사 편의시설 확충 비용을 부담시켜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허영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더불어민주당)이 15일 코레일과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0년 성남시를 시작으로 2020년 도봉구까지 10년간 역사 내 에스컬레이터와 승강기 설치를 요구한 지자체에 약 283억 원을 부담하게 했다.

코레일과 철도공단은 '철도의 건설 및 철도시설 유지관리에 관한 법률'의 원인자 부담 원칙을 적용해 설치 비용 절반을 지자체에 부담하게 했지만, 허 의원 측에 따르면 이들이 제시한 근거 조문은 지자체 비용부담의 근거로 보기 어렵다.

허 의원 측 관계자 A씨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철도의 건설 및 철도시설 유지관리에 관한 법률 제21조를 보면, ‘철도건설사업으로 현저한 이익을 얻는 경우에 수익자에게 철도건설사업 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할 수 있다’”며 “지자체가 역사에 에스컬레이터와 승강기를 설치한 것은 교통약자의 민원 접수에 의한 것이지 각 지자체들이 현저한 이익을 얻기 위해 시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A씨는 ‘현저한 이익’과 관련, 한 가지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

A씨는 “만약 광명에 있는 이케아에서 근처에 지하철역이 있으니 이케아와 지하철역을 잇는 에스컬레이터나 승강기를 설치해달라고 주장한다면, 이것은 이케아를 수익자로 보고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다”며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이케아 라는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한 번이라도 이케아 물건을 더 보게 되기 때문에 현저한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A씨는 “뿐만 아니라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령 제12조’를 보면 ‘대상시설별 이동편의시설의 종류에 승강기와 에스컬레이터가 포함돼 있다”며 “코레일과 국가철도공단은 이동편의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가철도공단 측은 “공단 측도 예산이 부족해 벌어진 사태”라고 주장했다.

국가철도공단 건축설비계량 관계자 S씨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공단은 매년 예산계획을 그해 10~11월에 세운다”며 “예산에는 당연히 승강설비 설치와 관련된 비용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S씨는 이어 “승강설비 설치 관련 예산계획을 세울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사항은 ▲오래된 역사 ▲교통약자 이동 동선 ▲출입구 개수와 비교한 승강설비 개수 등 세 가지”라며 “허 의원실에서 주장하는 ‘부담을 전가 받은’ 지자체는 전부 예산 반영이 끝난 이후에 지자체에서 설비설치 신청이 들어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S씨는 국가철도공단이 지자체에 비용을 부담했다는 의혹과 관련, 공단 측이 근거한 법적 조항도 설명했다.

S씨는 “대도시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11조의3에 따르면, ‘택지개발촉진법, 도시개발법, 주택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건축법 등에 따른 사업이 시행되는 지구, 구역 또는 사업지역의 위치, 규모, 특성 등에 따라 100분의 50의 범위에서 부과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며 “공단은 이 조항을 참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씨는 또 “공단 측도 예산 계획에 벗어난 공사를 시행하다보니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이제 곧 예산 계획을 세우는데 현장 점검과 지자체와의 대화를 통해 부족한 부분은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스페셜경제 / 권준호 기자 kjh010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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