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지난달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괴한이 침입한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침입자들이 북한 대사관의 핵심기밀인 사항인 ‘변신용 컴퓨터’를 강탈하지 않았는가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24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세계가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괴한 침입사건에 대해 계속 보도하고 있는데도 북한이 한 달째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와 같이 밝혔다.

태 전 공사는 “북한 대사관에서 사람의 목숨보다 귀중한 것이 바로 평양과 대사관이 주고받는 전보문의 암호를 해독하는 변신용 컴퓨터”라며 “세계 모든 나라 대사관들이 본국과 통신용 컴퓨터를 통해 암호화된 전문을 주고받지만 북한의 특수 암호기술은 그 어느 서방 정보기관도 풀 수 없다는 항일발치산식”이라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항일발치산식이라는 이름은 중국 공산당이 항일투쟁 때 발명한 것으로서 공산당 본부에서 지방 당 조직이나 국민당통제지역 공산당조직에 지시를 내려 보낼 때 사전에 여러 소설들을 먼저 보내준 다음 후에 암호문을 보내면서 암호전문 마다 서로 다른 소설의 페이지와 단락에 기초해 해독하는 방식을 쓴데서 유래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나아하가 “이것은 수학식으로 되어 있는 서방식 암호작성법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라며 “그런데 그 암호프로그램이 담겨져 있는 컴퓨터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넘어갔다면 북한으로서도 큰 일”이라고 했다.

태 전 공사는 “아마 원천파일부터 다 교체하고 이미 나간 북한 소설들을 다 없애버려야 하며 한동안 평양과 모든 북한 공관사이에 암호통신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북한 외교관이라면 대사관에 괴한이 침입해 변신용 컴퓨터를 강탈했다면 목숨을 바쳐서라도 저지시켰어야 했는데 그것을 빼앗겼다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외국 언론들이 이번 침입 사건을 통해 해외 정보당국이 매우 가치 있는 보물을 얻었다고 보도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일 수 있다”며 “이번에 북한이 미국과의 새로운 협상전략을 정립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뉴욕 주재 대사들을 평양으로 불러들였는데, 그 이유도 전보문을 통해 비밀사항을 현지 대사관에 내보낼 수 없는 상황과 관련되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러시아 방문 전 핵·미사일 실험 재개하지 않을 것”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방향성과 관련해서는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지금까지 북한의 행보 중에서 중요한 변곡점들을 날짜 별로 보면 다음과 같은데, 북한 김정은이 3월 5일 평양 도착 후 3일째인 8일 금요일 북한 노동신문 하노이 정상회담 합의문 없이 끝났다는 사실 보도, 15일 금요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비핵화협상에서 탈퇴할 수 있음을 시사, 22일 금요일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일방적으로 철수 등 북한의 새로운 입장이 항상 금요일마다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금요일마다 새 입장이 나온 이유는 북한에서 김정은에게 문건을 보고해 비준 받아 집행하는 구조와 관련되는데, 북한에서 중요한 부서들에게 김정은에게 올라가는 문건형식이 ‘일보’와 ‘주보’로 나눠지며 문건은 별도로 설치한 망선을 통해 컴퓨터 이메일을 통해 올라간다”며 “일보는 시간에 구애되지 않고 매일 보고가 올라가는 문건인데, 일반적으로 그날 있는 사건 중에서 당장 김정은에게 알려 비준 발아야 할 문제들이 담겨진다”고 했다.

이어 “주보는 당일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그 주간이나 일정한 시기를 두고 연속적으로 일어난 사건들, 혹은 새로운 정책방향을 결론 받는 문건인데 매주 수요일 점심 12시에 올라간다”며 “일보인 경우 대체로 그날로 비준되어 내려오며 주보인 경우 수요일에 내려오는 경우도 간혹 있으나 대체로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내려온다”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일반적으로 김정은은 일보는 잘 보지 않고 3층 서기실 보좌진이 결론을 주어 내려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김정은은 중보는 중요한 정책방향이 담겨진 문건이므로 주보가 올라오는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현지 지도도 잘 나가지 않고 사무실에 있거나 지방에 나가는 경우 열차에서라도 주보 문건은 꼭 본다”고 주장했다.

또한 “만일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문건이 비준돼 내려와 당장 집행해야 할 내용이면 당일로 집행하는 경우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금요일 혹은 토요일부터 집행이 시작된다”며 “이번 경우는 김정은이 3월 5일 화요일 북한에 도착한 후 6일 수요일 북한 외무성이 하노이 회담 결렬 소식을 우회적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야 하겠다는 내용의 주보를 올렸을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외무성은 13일 수요일에는 최근 미국에서 (마이크)폼페이오(미 국무장관)와 존 볼턴(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연이어 언론에 나타나 대북강경 발언을 내고 있으므로 기선제압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주보로 보고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태 전 공사는 “김영철의 당 통일전선사업부에서도 20일 수요일 개성남북공동사무소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해 개성과 금강산 제재를 풀지 못하고 있는 한국정부를 다시 압박해 한미동맹에 균열을 내보겠다는 내용을 주보로 보고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북한 외무성과 당 통일전선사업부에서 향후 미국과 남북관계를 어떻게 끌고 나가는 것으로 보고했겠는가가 문제인데 내가 보기에는 핵이나 미사일실험 재개와 같은 물리적인 행동은 자제하고 미국, 한국과의 관계는 한동안 냉각상태를 유지하면서 기싸움을 벌리며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에서 대한 접근을 눈에 뜨이게 강화해 대북제재에 파열구를 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3일 북한 국무위원회 김창선 부장이 4박 5일 모스크바 일정을 마치고 극동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만일 김정은이 조만간 러시아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 전에 미사일이나 핵실험을 재개해 정세를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rare012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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