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한국의 경제 전망이 더 암울해졌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5개월간 ‘둔화’를 유지했던 경기진단 판정을 ‘부진’으로 높였다.

KDI는 ‘KDI 경제동향’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겅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까지 ‘개선 추세’라는 경기 판단에서 11월 ‘둔화’로 바꾼 이후 처음으로 ‘부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진단 수위를 높인 것이다.

KDI는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도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생산 측면에서도 광공업생산의 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서비스업생산의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생산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까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심각한 위축 상태인 투자마저 회복될 기미가 안보인다는 것이 ‘부진’ 판정의 이유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2월 -2.0%를 기록했고, 설 명절 이동 효과를 배제한 1∼2월 평균으로는 1.1%를 나타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평균인 4.3%와 작년 4분기 3.0%보다 부진한 수준이다.

확대된 대외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수출도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수출(금액 기준)은 8.2% 감소했다. 생산 측면에서도 광공업생산 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서비스업생산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다.

지난 2월 광공업생산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서 증가 폭이 축소되며 1월(-0.2%)보다 낮은 -2.7% 증가율을 기록했다. 서비스업생산은 지난 1∼2월 평균으로 봤을 때 지난해 12월 1.4%에 비해 증가세가 소폭 축소됐다.

KDI는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고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경기 동향 지표가 악화하는 점에도 우려를 보였다.

현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2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4포인트 하락한 98.7(기준치 100)로 11개월 연속 하락했고, 앞으로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 대비 0.3포인트 떨어진 98.3을 기록하며 9개월째 하락했다.

이 두 지표가 9개월 연속 동반 하락한 것은 관련 통계가 제공된 197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사진제공=뉴시스]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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