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병호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면서 침통한 표정을 하고 있다. 2019.10.27.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당권파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 문병호 최고위원이 27일 탈당하며 손학규 체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문 최고위원은 손학규 대표가 임명한 지명직 최고위원이다.

4·3보궐선거 패배로 점화된 바른미래당 내홍은 당초 바른정당계와 당권파의 갈등으로 치부됐지만 패스트트랙 사보임 문제와 혁신위원회 문제 등을 거치며 이내 안철수계가 바른정당계와 공조를 형성, 현재의 대립구도(바른정당계·안철수계 vs 손학규계·호남계)가 형성됐다.

특히 손 대표가 문 최고위원을 지명한 배경이 지난 4월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하며 권은희·이준석·하태경 최고위원이 당무 보이콧을 선언했던 데 따른 것으로 손 대표가 사퇴요구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퇴진파로부터 6개월가량 계속되는 사퇴 요구와 최근 불거진 당비 대납 의혹 등에 이어 직접 지명한 최고위원까지 등을 돌리며 손 대표의 입지는 한층 더 좁아진 모양새다.

문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손 대표가 당권에 집착하지 말고 제3지대 판을 만드는데 앞장서야 한다”며 “대한민국 정치를 바꿀 절호의 기회가 왔는데 당 대표는 당권 지키기에만 열중하니 분개하는 것”이라 밝혔다.

현재 바른미래당 최고위는 당원권이 정지된 하태경 전 최고위원과 직위 해제된 이준석 전 최고위원, 이날 탈당한 문 최고위원을 제외하면 손학규 대표, 오신환 원내대표, 채이배 정책위의장, 권은희 최고위원, 김수민 전국청년위원장, 주승용 (지명직)최고위원만이 남았다.

이 중 비당권파로 최고위를 보이콧 중인 오신환 원내대표와 권은희 최고위원, 김수민 위원장과, 비당권파는 아니지만 최고위에 불참 중인 주승용 최고위원을 제외하면 손 대표와 채 의장 2명만 남아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않는 상황이다. 최고위원회가 당 최고 의결기관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당무가 마비된 것이다.

당권파 측은 문 최고위원의 후임을 물색하는 등 빠른 시일 내 정상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은 2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최고위원의 사퇴를 만류했는데 탈당해 너무 갑작스럽다”며 “아직 문 최고위원의 후임자를 상의하지 않았지만 다음주 수요일께는 정해야 할 것”이라 전했다.

최고위 정상화 관련해서는 “비당권파와 이혼이든 재결합이든 결론이 나야 당 지도부 역시 정상화 되는 것”이라 밝혔다.


한편 손학규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최고위원의 탈당과 관련해 “당 대표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고, 당원들에게 송구스럽다”며 “총선을 앞두고 당과 저에 대한 핍박과 도전이 더욱 거세지겠지만 제게는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거대양당의 극한 투쟁에서 나라를 지키는 일, 넓어지는 중간지대를 제대로 살려 중도개혁의 새로운 길, 제3의길, 새로운 정치를 여는 것은 바른미래당의 창당 정신이고 제가 당대표에 나서게 된 뜻”이라 말했다.

이어 “당내문제가 정리되는 대로 제3지대를 열어 통합개혁 정당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며 “다당제 연합정치를 만들어 정치 안정을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와 안보를 튼튼히 하는 정치를 하겠다. 이것이 제가 주장하는 7공화국의 모습”이라 밝혔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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