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간 첫 M&A 무산…양측 모두 상처 남아
이스타, ‘완전 자본잠식’…1600명 대량 실직 우려
제주항공, 경영 개입 논란 등으로 이미지 타격
계약 파기 책임 공방 격화…소송전 불가피

▲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 계약이 무산될 전망이다. 사진은 1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에 대기 중인 제주항공 비행기와 이스타항공 비행기 모습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제주항공이 끝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했다. 제주항공이 인수·합병(M&A) 계약 파기를 공식화함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출범 13년 만에 파산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23일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다만 진술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시정 및 거래종결기한 도과로 인해 기체결한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했다고 밝혀 계약 해지의 책임이 이스타항공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제주항공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고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M&A가 결실을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앞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218SPA 체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은 데 이어 지난 32SPA를 맺으며 M&A에 돌입했다. 국내 항공사 간 최초의 M&A인데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간 결합이라는 점에서 항공업계 재편과 맞물려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M&A는 난기류를 만났다. 양사 모두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4개월째 매출은 ‘0’을 찍으면서 체불임금 250억원을 포함해 미지급금만 1700억원이 넘는다. 제주항공도 전체 매출의 15%에 불과한 국내선 매출과 정부 지원으로 버티는 상황이다. 3월 말 기준 보유 현금은 991억원이다. 2분기 1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이 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스타항공과의 M&A는 동반 부실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았다. 이 때문에 양사는 계약서상 선결조건 이행을 놓고 갈등해왔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태국 총판 업체 타이이스타젯에 선 지급 보증(3100만 달러·373억원) 2~5월 임직원 체불 임금(250억원)조업료·운영비 등 외부 미지급금 해소 등을 선결조건을 이행해야 협상을 진행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와 관련,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영업일 기준 10일 이내에 선결 조건을 모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최후통첩 했다. 이어 지난 16“(마감 시한인) 15일 자정까지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 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정부의 중재 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과 통보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고 했지만, 업계는 사실상 노딜(인수 무산)’ 선언을 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번 M&A 무산으로 양사에게는 상처만 남았다.

 

이스타항공의 기업 이미지는 무너졌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기업공개(IPO)가 불발되고, 선제적으로 도입했던 보잉 737 맥스 기종의 운항 금지, ‘NO재팬운동으로 인한 일본 노선 승객수 급감 등 악재 속에서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와 관련해 편법 승계, 자금 출처, 매각 차익 등 각종 의혹이 쏟아지면서 타격을 입었다. M&A 성사를 위해 임금 반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부 갈등도 불거졌다. 이스타항공의 경영난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이어졌다는 점에서 대주주인 이 의원 일가에 M&A 무산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불거질 수 있다.

 

특히 기업의 이름이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1분기 기준 부채는 2200억원, 보유 현금도 바닥난(-1042억원) ‘완전자본잠식상태다. 여기에 매달 고정비용으로 250억원씩 빚이 더해지는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개월 이상 항공기를 띄우지 않아 운항증명(AOC) 효력마저 일시 중지돼 사실상 항공사로서의 기능을 잃었다.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기업 회생보다 청산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이럴 경우 이스타항공 직원 1600여명의 대량 실직은 불가피하다.

 

제주항공도 M&A 과정에서 불거진 셧다운 지시 등 경영 개입 논란으로 이미지에 상처를 입었다. 주무부처의 눈치를 보느라 M&A 무산 선언을 차일피일 미뤄 이스타항공의 퇴로를 막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양사는 M&A 무산의 책임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SPA 상 선행조건은 완료했다는 입장인 반면, 제주항공은 완결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115억원의 이행보증금 반환과 1700억원의 미지급금 발생 책임 등과 관련해 법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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