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한진그룹 오너일가의 소동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공동 사과문으로 간신히 봉합됐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경영권을 둘러싼 일인 만큼 다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지난 30일 조 회장과 이 고문은 대한항공 홍보실을 통해서 사과문을 냈다. 두 사람은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명희 고문 집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깊이 사죄드린다”면서 “조원태 회장은 어머니인 이 고문에게 곧바로 깊이 사죄했고 이 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 모자는 앞으로도 가족 간의 화합을 통해 고(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지켜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모자의 갈등이 불거진 것은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이었다. 조 회장이 서울 종로구 평창동 이 명희 고문의 집에서 어머니와 말다툼을 벌이던 중 꽃병을 파손했고, 이 과정에서 이 고문은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다툼의 원인은 이 고문이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조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항항공 부사장의 편을 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태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지 며칠 만에 ‘모자의 갈등’까지 연달아 불거진 것이다. 이러한 가족 간의 갈등이 외부로 세어나가자 두 사람은 급하게 사과문을 내고 봉합에 나섰지만, 재계에서는 ‘경영권 문제’인 만큼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가족까리 화합해서 경영하라’는 고 조 전 회장의 유훈을 두고 해석의 차이로 불거진 문제인 만큼 갈등이 쉽게 해결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진칼에 대한 총수일가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28.94%다. 하지만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조원태 회장 (6.52%)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 등으로 네 사람이 차이가 거의 없는 엇비슷한 수준이다.

따라서 캐스팅보터를 쥐고 있는 KCGI, 델타항공, 반도건설 등 주요주주들과 어떻게 손을 잡냐에 따라서 경영권을 쥐는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다. 가장 큰 위협은 한진칼의 2대 주주이며, 단독으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KCGI(17.29%)가 국민연금(4,11%) 등 기관투자자와 함께 총수일가를 몰아내는 시도를 할 수 있다 점이다. 실제로 KCGI는 한진그룹에 전문경영인 도입을 계속 요구하면서 내년 주주총회에서 총수일가와의 ‘표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한진그룹이 이 같은 점을 의식해서 부랴부랴 화해모드로 전환된 것이라고 봤다.

다른 일각에서는 가족 간의 불화가 경영권 문제인 만큼 총수일가가 장기적으로 그룹을 쪼개서 계열분리를 통해 각자 경영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진에어 등 항공부문과 ㈜한진 등 육상운송부문, 칼호텔네트워크와 정석기업 등 관광·레저·부동산 부문 등 총 32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따라서 각 부문이나 매출규모에 따라서 그룹이 쪼개질 확률도 있다.

앞서 한진그룹은 오너2세 때도 대한항공·한진중공업·한진해운·메리츠증권을 계열 분리해 나눠가진 바 있다. 다만, 계열분리는 지분 교환과 추가 지분 확보 등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계열분리가 결정된다고 해도 쪼개지는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 재계 관계자는 “사실 지난해부터 한진그룹은 KCGI의 공격과 갑작스러운 조양호 회장의 타계 등 그룹 안팎으로 혼돈의 시간을 겪어야 했다”면서 “ 때문에 조원태 회장 취임과 함께 그룹 안팎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안정화를 찾는 게 급선무였다. 하지만 조원태 회장 취임 7개월 만에 오너일가의 불화설이 불거져 나오면서 다시 한 번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모습은 KCGI를 비롯한 주요주주들에게 빌미를 주는 것이다. 때문에 우선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먼저 경영에 복귀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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