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시아 기자]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격화 소식에 아시아 주요 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1.6% 내렸고, 코스닥은 4% 넘게 하락했다.

2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1.99포인트(1.64%) 내린 1916.31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이달 7일 이후 12거래일 만에 1,920선 밑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가 0.8%, SK하이닉스가 3.49% 하락한 것을 비롯해 시총 상위주 20개 종목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26.07포인트(4.28%) 감소하며 19일 이후 7거래일 만에 600선을 다시 내줬다.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2.17% 내린 것을 비롯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17%), 대만 자취안지수(-1.74%) 등도 약세를 보였다. 홍콩 H지수도 2% 넘게 감소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면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7.2원 증가한 달러당 1217.8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원‧엔 재정환율도 전 거래일 대비 21.13원 오른 100엔당 1156.56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3년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날 글로벌 금융시장 출렁인 것은 미‧중 간 관세 난타전이 벌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23일 미국산 원유와 대두 등 750억 달러어치의 수입품에 5%,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서도 25%의 관세를 적용키로 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재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중국산 제품 25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율을 10월부터 30%로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끊을 수 있는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 발동까지 거론하며 나섰다. 여기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주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면서 투자심리가 더 위축됐다.

불확실성이 가중되자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세장에서 1445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이달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 2638억 원어치의 주식을 팔며 한국 시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트럼트 대통령이 지난 26일 중국과의 협상 재개를 시사하긴 했지만 미‧중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중국이 장기전을 염두에 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악의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도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와 일본과의 수출 갈등 격화 가능성 및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인한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해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경제의 불안 요인이 부각되면서 원화는 약세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스피가 1,900선을 내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이시아 기자 edgesun9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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