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내부서 비판 계속 “지금 종로 나와도 떠밀려 나오는 꼴”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0.02.06.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총선 출마와 관련해 트릴레마(trillemma)에 놓인 모습이다.

일찍이 당과 지지층 사이에서는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서울 종로 출마를 독려해왔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공식적으로 종로 행보를 밝히고,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양자 간 지지율 격차가 무려 크게 벌어지자 황 대표는 ‘다른 험지’를 고려중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장외 집회에서도 수차례 ‘어떤 험지 출마도 마다하지 않겠다’던 황 대표는 최근 묘하게 태도를 바꾸며 ‘출마지역은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김형오)는 여전히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황 대표를 연일 압박하며 오는 10일을 사실상 데드라인으로 설정했다.

현재 황 대표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세 가지다. △위험을 무릅쓰고 당 요구대로 종로 강행군을 펼칠지 △‘안전한 험지’(?)로 갈지 △아예 출마하지 않을지 등이다.

이 전 총리와 함께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황 대표에게 이번 ‘종로전’은 사실상 대선 전초전의 성격이 짙다. 황 대표로서는 만반의 태세를 갖춘 뒤 정식 대결을 펼치고 싶어할 공산이 크다. ‘이미지 쇄신’의 효과를 보려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 한국당 대표로 첫 정치행보를 시작한 그는 줄곧 원내지도부 및 언행 문제로 구설수에 올랐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의 불화설, 석가탄신일 행사 합장 및 불교계 육포 선물 논란, 아들 취업 및 서울대 강연 중 근로시간 발언 등이 그 예다. 특히 나 전 원내대표와의 잇단 불협화음은 황 대표의 리더십 논란까지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덕분에 지난해 1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전 총리를 제치고 1위까지 기록했던 황 대표였지만, 갖은 구설수와 리더십 논란으로 현재는 완전히 역전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당은 패배를 무릅쓰더라도 종로에 출마할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황 대표는 한 달이 넘도록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이미 당 내부에서는 시기가 늦어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제와 종로 출마를 선언해봤자 떠밀려 나오는 꼴밖에 더 되느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당 중진 의원들을 향해 TK지역 아닌 험지 출마를 요구한 황 대표 본인이 ‘안전한 험지’ 출마를 섣불리 굳히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불출마 역시 마찬가지다. 자칫하면 ‘도망자’라는 딱지가 붙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황 대표가 어떤 대안을 선택하더라도 결국 악수(惡手)로 남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가운데 당내에서는 황 대표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하면서도 쓴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한 공관위원은 황 대표가 나가서 싸우려고 하지도 않는다며 불출마가 아니라 정계 은퇴감이라 강도 높게 비판했고, 홍준표 전 대표도 “현직 대표는 꽃신 신겨 양지로 보내고, 전직 대표는 짚신 신겨 사지로 보내면 이게 정당한 공천이냐”고 따졌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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