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5회 한중 공공외교 평화포럼에서 눈가를 만지고 있다. 이날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청와대가 진보 진영 등의 여론 악화로 김진표 의원에 대한 총리 지명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12.04.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후임으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61·5선) 의원을 ‘원포인트’로 지명했다. 이른바 조국 파동으로 검찰개혁이라는 정부여당의 제1과제에 차질을 빚은 만큼 법무장관의 우선적 인선은 대통령으로서는 당연한 조치임이 분명하다.

총선이 불과 4개월 앞으로 다가오며 여당인 민주당은 유능한 정부 인사들을 신규인재로 영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낙연 국무총리,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그 대상이다.

이 중 얼마나 많은 인사들이 총선 부름에 응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홍남기·유은혜 부총리와 김현미 장관은 거부 의사를 밝힌 뒤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낙연 총리는 당이 원한다면 어디든 가야할 것이란 입장을 전했다.

따라서 차기 총리 후보자에 대한 말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당초 민주당 김진표(72·4선) 의원이 단수 후보로 물망에 올랐지만, 그의 보수적 경제관을 문제 삼은 시민단체와 노동계의 목소리로 청와대는 총리 후보자 발표를 일단 보류했다.

원래 청와대는 지난주 후반 추미애 법무장관 후보자와 함께 김진표 의원을 총리 후보자로 함께 발표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과거 법인세 인하, 분양원가 공개 반대, 종교인 과세 반대 등 이례적인 보수적 경제관념을 밝힌 김 의원에 대한 진보단체의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경제 등 문 대통령이 추진 중인 경제정책에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난 것이다.

총리 후보자 발표를 연기한 청와대는 이후 각계각층의 여론 동향을 파악하는데 주력하면서도 고심에 빠졌다. 이 시점에 총리에 적합한 마땅한 대항마를 찾기도 어렵다는 이유다.

현재 청와대와 여당 내부에서는 경제관료 출신인 김 의원의 장점이 여러 면에서 부각되며 다시 물망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행정고시(현 5급공채)에 합격해 재정경재부(현 기재부) 관료로 성장한 그는 일찍이 국민의 정부 당시 재경부 차관을 거쳐 참여정부 시절에는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과 사회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 장관까지 두루 거친 베테랑이다.

특히 4선 국회의원으로서 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민주통합당과 민주당 원내대표까지 지낸 경험 또한 강점으로 작용한다.

조국 파동으로 홍역을 치른 만큼, 보수적 경제관을 가진 김 의원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적을 것이라는 판단에도 진보단체가 그를 ‘방해물’로 간주해 반발한 것은 청와대로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자유한국당 김무성(68·5선)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가 최악의 경제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소득주도성장 등 엉터리 경제정책을 썼기 때문”이라며 “이낙연 총리 후임이 거론되고 있는데 경제를 살리려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중시하는 인물을 임명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국무총리로 거론되는 김진표 의원은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 재경부 세제실장 등을 역임한 경제전문가”라며 “이 시점에 거론되는 여권 인사들을 보건대 김진표 의원이 가장 적임자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진표 의원으로서는 진보단체의 반발이 억울한 면도 있다. 문민정부 시절 금융 실명제가 시행될 당시 실무 책임자로 있었고, 부동산 실명제, 상속·증여세 강화에도 참여했다. 경제부총리로 있던 국민의 정부 때는 재벌 개혁, 금융기관 구조조정, 금융 개혁 등 개혁정책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김진표 의원을 후보자로 강행하고, 진보단체에서 문제 삼는 그의 ‘이면’에 대해서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그는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가 급선무인 만큼 ‘총리 인선 재검토’라는 지난주 청와대 입장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가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김 의원은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이 가시화돼야 총리를 바꾸는 문제를 실질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며 “그때까지는 복수의 후보를 놓고 검토와 고민이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여권에서 야당의 눈치를 보는 데에는 국무총리 임명 과정상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에 따라 국무총리 임명은 여타 국무위원들과 달리 국회의 동의를 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검증되지 않은 일방통행 인사를 멋대로 강행할 경우 자칫 ‘조국 시즌2’를 연출하는 것도 모자라 임명도 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은 청와대와 여당에게 부담이다.

특히 일부 장·차관 선에서 총선 출마까지 이어질 경우 총리 부재로 인한 국정공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관계로, 후보자 지정부터 국회 인사청문회와 동의 등의 일정을 고려했을 때 이번 주가 총리 인선의 마지노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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