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 홍찬영 기자] SK텔레콤이 사실상 자금을 거의 투자하지 않고 가입자 315만명을 가진 케이블TV업계 2위 업체 티브로드와 합병하게 됐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태광산업의 자회사 티브로드를 합병하기 위한 본 계약 체결을 마쳤다고 26일 발표했다.

이번 인수합병에서 주목되는 이유는 SK텔레콤이 태광산업과 ‘지분교환’ 방식으로 비용지불 없이 티브로드 인수를 마쳤다는 점 때문이다.

SK텔레콤과 태광산업은 외부 회계법인 기업가치 평가를 통해 합병 비율을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75:25’로 산정했다. 합병 법인의 기업 가치는 5조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SK브로드밴드의 가치는 3조5000억원, 티브로드는 1조5000억원이다.

SK텔레콤이 티브로드를 인수하려면 합병비율을 고려해 4000억원 정도가 필요했고, SK텔레콤은 자금마련을 위해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미래에셋대우가 FI로 참여해 4000원을 투자하면서 태광산업 이외 주주들이 보유한 티브로드 지분을 매각하게 했다. 결국, SK텔레콤은 실질적인 자금 투자 없이 합병을 성공시킨 것이다.

합병법인의 지분 구조는 이에 따라 SK텔레콤이 74.4%, 태광산업이 16.8%, 재무적투자자(FI)가 8%, 자사주와 기타가 0.8%가 되면서 합병법인의 1대주주는 SK텔레콤, 2대주주는 태광산업이다.

SK텔레콤은 기존에 SK브로드밴드 지분을 100% 가지고 있었고 이번 합병으로 티브로드와의 통합 법인 지분 74.4%를 보유한 대주주가 됐다. 기업가치로 환산하면 약 3조7200억원으로 기존 SK브로드밴드를 보유했을 때보다 지분율은 하락하지만 보유가치는 높아지는 셈이다.

태광산업 또한 종전 티브로드 보유보다 통합 법인의 2대 주주로 16.8% 지분을 보유하면서 안정적으로 배당받는 쪽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태광산업의 고민은 유료방송산업 자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티브로드가 케이블TV업계 2위이기는 하나 인터넷멀티미디어TV(IPTV)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가입자 수와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쪼그라드는 상황이었다.

특히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가 국내 시장에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과거 케이블TV 플랫폼 만으로는 경쟁이 어려웠고 과감한 콘텐츠 투자가 필요했다. 업계에 따르면, 기업문화가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태광산업이 불확실한 시장에 대한 추가 투자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알려졌다.

미디어 사업을 크게 확장하던 SK텔레콤은 태광산업을 설득해 티브로드를 인수하고 전략적으로 투자해 미디어 사업 시너지를 창출하는 전략을 내놨고 이를 태광산업이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박정호 사장과 SK텔레콤은 이미 많은 인수합병 경험이 있다. 티브로드 인수합병은 양측 모두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실익을 거둔 것이기에 SK텔레콤 인수합병 전략의 집합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홍찬영 기자 home21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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