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시아 기자]글로벌 경기 불안정에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교역상대국 통화가치와 물가변화를 고려한 원화 값이 2년 6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2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교역상대국 환율과 비교한 원화의 실질실효한율지수(2010년=100)는 105.05로, 2016년 2월 104.82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다.

실질실효환율은 교역상대국에 대한 각국 통화의 실질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해당 지수가 하락했다는 것은 해당국 통화의 실질 가치가 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화의 실질환율은 지난해 11월(113.99) 이후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기 시작한 4월(110.13) 이후 4개월 동안 5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달러화 대비 명목환율 기준으로 살펴보면 4월 말 달러당 1168.2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8월 말 달러당 1211.2원으로 상승(원화가치)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미‧중 무역 갈등 격화와 완화에 영향을 받는 가운데 박스권내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통상 원화는 달러와 엔화 대비 리스크가 있는 통화로 분류돼 글로벌 경기 불안정 시 가치가 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가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트럼프와 시진핑은 무역 갈등 악화보다는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의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나, 트럼프식 협상전략과 중국의 궁합이 좋지 않아 협상이 장기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미‧중 무역분쟁 향방에 의존할 것으로 보여 향후 양국의 무역협상에 귀추가 주목된다”고 진단했다.

실질실효환율 하락은 소비자들에겐 외국상품에 대한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효과로 작용하고, 수출 측면에서는 교역상대국들이 한국산 상품을 싼값에 살 수 있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은 가격요인보다는 글로벌 교역 둔화에 따른 영향이기 때문에 실질실효환율 절하의 효과가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환율 변동성이 높아진 점도 수출입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요소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위원회 회의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현재의 우리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이 거시경제에 다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대내외 여건이 불안해지는 상황에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하지 않도록 외환당국이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이시아 기자 edgesun9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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