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한달 개인투자자 ETN에 460억원 투자
국제유가 지표가치 괴리율이 35~95% 초과
“개인투자자가 괴리율 따른 손실 부담”
한국거래소, 매매거래정지 연장 검토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금융감독원이 ‘유가 연계 상장지수증권(ETN)’에 대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금감원이 2012년 6월 소비자경보 제도를 도입한 이래 ‘위험’ 경보가 발령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거래소도 ETN의 가격 변동성과 괴리율이 확대되고 있다며 안정화 대책을 예고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 급락으로 향후 유가 상승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레버리지 원유 ETN 상품에 대한 투자가 과열되고 있다.

ETN은 특정 테마의 주식 또는 상품을 묶어서 만든 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을 말한다. 레버리지 원유 ETN은 유가가 오를 경우 상승폭의 두배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투자상품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 레버리지 원유 ETN 상품을 125억원 순매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1월 278억원, 2월 702억원, 3월 3800억원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서도 개인투자자들은 약 460억원 넘게 레버리지 원유 ETN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증산에 나서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다시 상승할 것이란 기대심리가 작용했다.

레버리지 원유 ETN 괴리율↑
문제는 시장가격과 지표가치의 차이를 뜻하는 괴리율이 급등하며 시장가격이 지표가치 대비 큰 폭으로 과대평가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유동성공급자의 유동성공급 기능이 원활하지 못해 발생하는 현상으로, 괴리율이 급등한 상황에서 ETN 투자는 큰 손실을 볼 우려가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주요 레버리지 ETN 상품의 괴리율은 종가 기준 35.6%~95.4%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통상 유동성공급자(LP)들은 괴리율이 6%를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토록 하는 점을 감안하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는 최근 개인투자자의 매수물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LP물량 소진 및 LP호가가 사라지면서 레버리지 ETN의 시장가격이 상승하고 괴리율이 폭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금감원이 전날 소비자경보 제도를 도입한 이래로 처음으로 레버리지 원유 ETN에 ‘위험’경보를 발령한 배경이 됐다.

박종길 금감원 금융상품분석실장은 뉴시스의 보도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원유 레버지리 상품을 선호하면서 매수가 몰렸고 이런 현상으로 벌어진 것 같다”며 “유동성공급자(LP)의 유동성이 당장 공급된다면 레버리지 원유 ETN의 가격이 반토막이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감원은 괴리율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레버리지 ETN에 투자하면 기초 자산인 원유가격이 상승하더라도 기대수익을 실현할 수 없고, 오히려 시장가격이 지표 가치에 수렴해 정상화되는 경우에는 큰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달리말해 LP의 유동성 공급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면 지표가치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고, 투자자들은 괴리율에 해당하는 가격차이 만큼 잠재적 손실을 부담하게 된다.

또한 ETN 상환 시 시장가격이 아닌 지표가치를 기준으로 상환되므로 지표가치보다 높게 매수한 투자자는 상환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거래소, ETN 안정화 대책 시행
이에 한국거래소는 오는 13일 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괴리율이 발생한 ETN에 대해서는 매매체결방법을 접속매매에서 단일가매매로 전환하는 등 안정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단일가매매는 일정시간 호가를 접수해 하나의 가격(합치가격)으로 집중 체결하는 방식으로 매매체결된다.

또 괴리율 확대로 1일 매매거래정지 후 재개일에도 괴리율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안정화될 때까지 매매거래 정지 기간을 연장한다.

이밖에도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감시도 강화된다. 유동성 공급부족 상태에서 일부 계좌를 통한 불공정 주문행위가 없는지 WTI 선물관련 ETN에 대한 시장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올해 3월 초부터 WTI 선물가격 급락에 따라 관련 ETN의 시장가격은 지표가치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대규모 손실위험이 증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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