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권한 비대-기본권 침해 등에 대해 靑·與도 일부 공감
여론전 나서며 국회 논의에도 참여할 듯

▲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에 대해 반발하며 해외 출장길에서 조기 귀국한 문무일 검찰총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국회가 지난달 검찰개혁을 목표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일부 개정안 등 검경수사권을 조정하는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데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이 반기를 들고 나서며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의 수장이 직접 검찰개혁에 이견을 표명한데다 문 총장의 경우 앞서 검찰개혁에 찬성한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수사권 조정 법안이 과반 이상의 찬성여론을 등에 업고 질주하는 가운데 예정된 해외 순방일정을 취소하면서 귀국한 문 총장의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6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문 총장은 7일 대검찰청 고위간부들을 소집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수사권 조정법안의 후속대책과 여론 설득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검찰은 앞서 문 총장이 해외 순방 당시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에 반한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권한배분에 위배돼 국민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크다’는 논리에 입각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4당이 지난달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일부 개정안은 경찰에게 1차적 수사권과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고 있고 검찰의 경찰 지휘·통제권을 박탈함에 따라 경찰권한이 비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또한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법제화되면 경찰에게 1차 수사종결권이 부여되므로 경찰권력이 비대화된다는 우려가 있다.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에 대한 검사의 사후적 통제방안은 마련돼 있지만 이 우려는 깔끔히 해소돼야 한다”며 이 같은 주장에 동조하기도 했다.

또한 현재 발의된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은 검찰이 영장신청을 기각하면 경찰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판사에게 청구하지 않으면 경찰은 관할 고등검찰청에 영장청구 여부에 대한 심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기소권은 형식적으로 여전히 검찰이 쥐고 있지만 사실상 경찰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존에는 경찰이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영장을 청구해도 검사의 판단 하에 영장신청을 기각하면 불복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았지만 개정안은 그러한 길을 열어둔 것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사실상 경찰의 강제수사가 가능해져 국민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할 것으로 관측되기도 한다.

또한 영장신청이 기각되고 경찰이 이에 불복할 경우 고등검찰청에 설치될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 판단에 의하도록 한 점 또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법관이 아닌 자에 의한 재판을 인정하는 셈이어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검사의 직접수사가 일부 특정사건만으로 제한되면서 송치사건을 검토 후에도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도 직접 수사하지 못하고 다시 경찰에 넘길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검찰로 이미 송치된 뒤 경찰이 다시 관련 사건을 수사하면서 중복수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사라지며 보완수사의 필요성이 있다 해도 경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검찰이 직접 나서거나 수사를 강제 지시할 수 없다는 점도 짚어볼 수 있다. 이른바 부실수사 남발의 문제인 셈이다.

경찰 비대화 문제와 관련해 제기되는 또 다른 문제는 경찰의 정보력과 수사력의 결합이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지난 1일 “경찰이 국내 유일의 정보기관 역할을 하는데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기관 권한까지 얻게 돼 자칫 정보와 내사·수사가 호환돼 시너지 효과를 내면 경찰국가화 염려를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저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라)’식 수사와 기소의 객체가 되어 본 경험이 있기에 수사와 기소를 같은 기관에서 담당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깨달은 바가 있다”고도 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문 총장이 2017년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언급한 수사권 조정 자체를 문제삼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당시 문 총장은 “수사권 조정은 기관 간 권한배분 문제가 아닌 시스템을 개선하는 문제”라며 “수사와 기소는 성질상 분리할 수 없는 것”이라 답한 바 있다.

문 총장이 그동안 검찰개혁의 필요성에는 동의해온 점을 고려할 때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가 아닌 기소권의 ‘일부 양분(兩分)’에 방점을 찍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총장은 내부 논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수사권 조정안에 제기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체계적으로 정리, 여론전에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언론을 통해 여론의 인식을 바꾸고 국회 논의과정에도 적극 참여해 수사권 조정안을 보완·수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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