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대4 결정 ‘헌법에 위반되지 않아’…2019년은?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낙태를 불법행위로 간주해 처벌토록 규정하고 있는 형법 조문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11일 내려진다.

앞서 산부인과 의사인 A씨는 2013~2015년까지 총 69차례에 걸쳐 낙태수술을 한 혐의로 기소돼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헌재청사 1층 대심판정에서 임산부의 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269조(낙태 및 동의낙태)와 270조(의료 낙태) 등과 관련해 A씨가 신청한 헌법소원에 대한 최종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현행 형법에 따르면 ▲부녀가 약물이나 기타 방법 ▲부녀의 촉탁·승낙을 받아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의료인이 부녀의 촉탁·승낙을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과 7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하도록 하고 있다.

모자보건법이 형법 제 269조와 270조의 위법성조각사유로 일정한 범위에서나마 낙태를 허용하고는 있다. ▲임산부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유전적 질환이나 전염성 질환을 가진 경우 ▲강간·준강간 또는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인척간의 임신 ▲임산부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 또한 모자보건법 시행령 제15조는 임신 24주 이내의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12년 8월 23일 헌재는 이미 낙태에 대해 규정한 해당 형법 조문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선고(헌재 2012.8.23. 2010헌바402)한 바 있다. 

 

 

당시 헌재는 △자기낙태죄(형법 제269조)의 위헌 여부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모자보건법 법률조항의 비례원칙 및 평등원칙 위반 여부 등에 대해 판시했다.

헌재는 “태아가 비록 생명의 유지를 위해 모(母)에게 의존해야 하지만, 그 자체로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돼야 한다”며 “불가피한 경우 (모자보건법에 의해)태아의 생명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보다 중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시한 4명의 헌법재판관은 “국가가 생명권 보호를 위해 인간생명의 발달단계에 따라 보호정도나 수단을 달리할 수 있다”면서 특히 “임신 초기에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낙태를 허용해 줄 여지가 크다”면서 “낙태죄 규정이 현재 거의 사문화 돼 태아생명보호라는 공익을 해당 조항으로 달성될 것으로 보기 어렵지만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제한되는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전했다.

법률이 헌법에 대한 위헌결정이 내려지기 위해서는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위헌 의견을 내야 하지만 당시 헌재는 한 명이 불참한 8명 가운데 합헌의견 4대 위헌의견 4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 세계 여성의 날이었던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jpg

 

이에 대해 특히 여성계로부터 임산부 선택의 폭을 극히 제한한다며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비판이 다수 제기되며 낙태죄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커져왔다.

이날 내려질 최종 결정과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새로 구성된 6기 헌법재판관들의 인식이 전향적인 것으로 알려지며 기존 결정과 달리 낙태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다만 낙태의 전면적인 허용보다는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침해에 해당한다’는 정도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2012년 결정 당시에도 반대의견을 제시한 4명의 헌법재판관은 ‘24주’를 기준으로 낙태를 허용함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 자료제공=리얼미터.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의뢰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표본 504명·95%신뢰수준·표본오차±4.4%p)에 따르면, 낙태죄 폐지에 대한 여론은 58.3%로 유지(30.4%) 측에 비해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2017년 11월 조사 당시에는 낙태죄 ‘폐지’ 응답이 51.9%, 유지 36.2%로 조사됐지만 1년 4개월 사이에 6.4%p가 증가했고, 세부적으로는 여야 진영과 관계없이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과 지역, 성별, 이념성향 등을 막론하고 낙태죄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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