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수석대변인’부터 ‘한센병’까지…불과 60여 일
정치권부터 성토 목소리…국민여론까지 반영돼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대구 달서구 성당동 문화예술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대구·경북지역 규탄대회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국회에 여야 갈등이 계속되며 ‘막말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쌓여있는 현안은 제쳐두고 서로 자극적인 발언을 일삼으며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지지층 확보에만 혈안이 된 모습에 정치권 뿐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그는 지난 3월12일 있었던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 발언하며 거센 비난을 받았다.

당시 나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정조준하고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 이제는 부끄럽다”며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거세게 반발하며 당시 원내대표였던 홍영표 의원은 단상에 올라 나 원내대표에게 강력히 강의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3일 뒤 나 원내대표가 또다시 ‘반민특위 국민분열’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자 민주당은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총 공세를 퍼부었다.

당시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나 의원은 아베 총리 수석대변인인가. 태극기부대용 지지율을 굳히려 역사를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윤호중 사무총장 또한 “이런 망언이 계속되니 한국당을 극우 반민족당이라 말하고 나 원내대표 이름이 ‘나베 경원’이라는 이야기가 계속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정치판의 망언 ‘경쟁’은 본격적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지난달 22일 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등 여야4당이 선거제·사법개혁 법안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합의하자 한국당은 이에 반발, 24일부터 철야농성에 들어가며 법안 발의의 물리적 저지에 나섰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마찰을 빚던 바른미래당에서 김관영 전 원내대표가 자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인 오신환·권은희 위원을 채이배·임재훈 의원으로 사보임하자, 한국당은 보임된 채 의원을 사개특위 회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6시간가량 감금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


이를 두고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2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나 원내대표가 지금 좀 미친 것 같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이후에도 진행자의 ‘아까 미친 거 아니냐는 표현을 바꿀 생각 없느냐’는 질문에도 “그거는 진심이기 때문에(바꿀 생각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한국당은 지난 3일 오전 우 의원을 고발했다.


고소고발에도 꺾이지 않는 ‘경쟁’

 

하지만 정치인들의 막말 레이스는 계속된다.


여야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해 지난 11일 대구에서 전개한 장외투쟁에서 나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과 특별대담을 진행했던) KBS기자가 요즘 ‘문빠’, ‘달창’들에게 공격을 받았다”고 발언했다.

‘문빠’는 ‘문재인 빠돌이·빠순이’, ‘달창’은 문 대통령의 지지자 모임인 ‘달빛기사단’을 비하한 ‘달빛창녀단’의 줄임말로 극우사이트로 분류되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나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해명문자를 보냈지만 민주당을 비롯해 여성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여전히 높이고 있다. 심지어 북한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도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두고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라 맹비난하기도 했다.

박찬대 신임 원내대변인은 12일 “나 원내대표의 변명은 2007년 ‘주어는 없다’란 명언을 남긴 것을 떠올리게 한다”며 “품격과 절제를 강조한 보수주의 창시자 에드먼드 버크는 보수의 품격으로 겸손과 신중한 정치적 태도를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여성의원들 또한 13일 공동성명을 내고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러울 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기본적 예의도 없는 무례한 태도”라며 “(원내대표가)최소한 여성을 모욕하는 표현을 모르고 사용해도 되는 그런 가벼운 자리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 더불어민주당 여성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에 대해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 원내대표는 14일 다시 한 번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그는 “(영화 어벤저스에 등장하는)‘타노스의 장갑’이 요즘 유행이라는 데 ‘문노스의 장갑’이라는 패러디도 있다”면서 “첫 번째는 방송 장악, 두 번째는 사법부 장악, 그리고 헌법재판소까지 장악하고 남은 게 선거법과 공수처법까지 해서 ‘문노스의 장갑’이 완성된다는 것”이라 말했다.

‘문노스’라는 표현 역시 일베에서 주로 사용되는 표현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15일 “나 원내대표 입에서 일반 국민들은 듣도 보도 못한 표현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의아했는데 드디어 그 출처가 밝혀졌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최순실’이 있었다면 나 원내대표 연설에는 ‘일베’가 있는 것”이라 비판했다. 


의학적 용어라 둘러대는 뻔뻔함 까지

 

한편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한국당 김현아 의원 또한 이러한 막말 레이스에 도중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이 대표는 15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참석한다는 데 대해 “국회에서 5·18특별법을 다루지 않고 다시 광주에 내려가겠다고 발표한 건 거의 사이코패스 수준”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또한 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16일 YTN방송에 출연해 “한센병은 상처가 났는데 그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방치해 더 커지는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본인과 생각이 다른 국민들의 고통을 못 느낀다면 그러한 의학적 용어(한센병)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높아지는 자성 목소리…여론조사까지 반영돼

 

불과 60여일 남짓한 시간 동안 ‘김정은 수석대변인’부터 ‘한센병’까지 정치판에서의 막말이 오가는 가운데 열린 국회는 빈손국회인 4월 국회를 제외하면 한 차례에 불과하다.

불붙은 막말경쟁에 정치권에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막말이 막말을 낳는 악순환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누군가는 막말 릴레이에 단호히 선을 그거야 한다. 폭주하는 막말 질주에 분명한 아웃을 선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 또한 논평에서 “서로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극단적 용어를 구사해선 안 된다”며 “그렇다고 자신들의 입장이 선명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질책했다.

이러한 인식은 국민여론에도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16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5월 3주차 주중동향에서 전주 주간집계 기준 1.6%p에 불과하던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 격차는 무려 13.1%p격차로 벌어졌다(조사대상 1,502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p, 세부결과는 리얼미터·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SNS에 이같은 지지율 급변에 ‘나 원내대표의 문 대통령 지지자 혐오표현 논란’ 등이 포함된다고 알렸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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