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검찰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지난 26일 오전 김 전 장관이 서울 송파구 서울 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박근혜 정부 당시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을 내보내기 위해 표적감사를 자행하고, 사퇴를 강요했다는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고 있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영장전담 판사가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 ‘청와대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임원추천위원회 단계에서 후보자를 협의하거나 내정하던 관행’, ‘직권남용에 대한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희박해 보이는 사정’ 등 김 전 장관에게 청구된 영장을 기각하면서 내놓은 사유가 법률용어라기 보다 정치용어에 가깝다는 지적은 물론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와 비교해 노골적인 이중 잣대란 비판이 나온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과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양준모 연세대 교수 등으로 결성된 우파 시민단체 ‘행동하는 자유시민’은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과 관련해,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기각결정으로 대한민국의 사법정의는 무너졌으며, 자유민주주의와 3권분립의 기초인 법치주의와 직업공무원제도의 본질이 크게 훼손됐다”고 개탄했다.

자유시민은 사법정의가 무너지고 3권 분립이 크게 훼손된 이유로 “첫째, 판사는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함에도 이번 기각결정에는 판사 개인의 예단과 정치적 이념 편향성이 드러나 있다”며 “우선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이란 표현은 농단이 있었는지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인데, 무죄추정원칙에 반하여 판단하고 이를 근거로 기각결정의 배경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시민은 이어 “더구나 정치논평 할 때나 쓰는 국정농단이란 표현을 쓴 것 자체가 법리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단임을 드러내고 있는 위법한 결정임이 명백하다”고 질타했다.

두 번째로 “당시 김은경 장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환경부 산하 8개 기관장 등의 정치적 성향을 분석하고 자기편이 아닌 자들에게 사퇴를 종용하고, 이를 거부시 표적심사하여 결국 내보낸 사실이 있는데도, 기각결정이유에서 들고 있는 ‘단지 사직의사를 확인하려고 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하는 건 판사가 청와대 대변인이 주장한 ‘이건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체크리스트’라고 한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판단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세 번째로 “이게 체크리스트면 김기춘, 조윤선은 왜 유죄판결이 나왔는가”라며 “김기춘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소극적인 문체부 1급 공무원 3인에게 사직서를 내라고 종용했기 때문에 유죄라는 건데, 이번 케이스는 아예 상부에서 시키는 일을 하지 않아서 나가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전 정권에서 임명했으니 나가라는 것인데 어느 것이 위법성이 중하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네 번째로 “게다가 조윤선의 경우 문화계 인사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국가예산 지원여부에 대한 판단근거로 삼기 위해 준비했을 뿐인데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면서 “법에서 정한 임기가 남아 있는 기관장들에게 사퇴를 종용한 것의 불법의 정도가 정권의 부침에 따라 진퇴가 결정되지 않도록 해 행정공백 예방과 정권의 아닌 국민의 봉사자로서 공무원의 임기를 채우라는 취지의 직업공무원제의 본질을 침해하는 바이니 그 얼마나 불법성이 크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윤선은 구속돼 재판받고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불법성이 그에 비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김은경 전 장관에 대한 구속결정은 왜 그리 소극적인가”라며 “진영논리에 빠진 현격히 균형을 잃은 판단이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다섯 번째로 “기관장 등 인선과 관련해서 ‘낙하산 인사 관행’이라서 (김 전 장관의)위법성 인식이 부족했다는 건데, 환경부가 청와대와 기관장 인선에 대해 논의할 당시인 2017년 6~7월은 이미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서에 대한 직권남용죄 등 사건에서 ‘낙하산 인사는 위법하거나 위험할 수 있다’는게 다 드러난 상태인데, 이를 몰랐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인사 관행이라 위법성인식이 부족할 수 있다는 영장전담 판사의 판단은 ‘관행이라고 한다면 범죄도 용서된다’는 말인가”라고 쏘아 붙였다.

여섯 번째로 “박근혜 전 대통령 등도 이미 퇴직한 상황이라 관련자들과 접촉 등을 할 수 없는데, (김기춘·조윤선 등)누구는 구속되고 김은경 전 장관은 구소해선 안 된다니, 이처럼 형평에 반하는 결정이 어디있단 말인가”라고 탄식했다.

일곱 번째로 “뿐만 아니라 이사건의 몸통이 과연 김은경 전 장관에 그치겠는가, 공소장에 청와대 인사비서관도 공범으로 적시된 바, 김 전 장관 등은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그 임무를 충실히 이행한 것이 아닌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상황에서 청와대와 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관계당사자 간에 진술을 맞추고, 증거를 왜곡 조작하는 등 증거인멸 및 도피할 가능성이 어찌 없다 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자유시민은 “이번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결정은 이 사건의 발단인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의 신변이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또한 이념편향적이고 진영논리에 익숙한 판사를 만난다면 그 누구도 공평한 재판을 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유와 책임, 신뢰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 법치주의와 같은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고자 자유우파 시민들이 모여 풀뿌리 정치시민단체인 ‘행동하는 자유시민’을 만들었다”며 “행동하는 자유시민(Freedom Fighters)은 이와 같이 법리적으로나 국민 법 감정 측면에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이번 구속영장 기각결정을 단호히 반대하는 바이다”라고 했다.

또한 “살아있는 권력의 몸통을 수사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법정의를 위해 분투를 아끼지 않는 서울동부지검 수사팀에 응원을 보내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줄 것과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누구나 같은 잣대로 재판을 받아야 한다”며 “그것이 바로 정의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과관계에서 비롯된 김은경 영장 기각 사유?

다른 한편에서는 김 전 장관에 대한 영장 기각이 ‘인과관계’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 26일자 논평에서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는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가장 주목받은 것은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기각사유였는데, 기각사유 전문이 흡사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청와대의 변론문이자 더불어민주당의 논평이라 해도 과하지 않을 내용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 대변인은 “법조계에서는 구속여부 판단을 본안판단처럼 한 점, 법률용어라기 보다는 정치용어에 가까운 표현이 등장하는 점, 기각사유에 드러난 법리적용의 문제점 등을 들어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라는 평이 나오고 있는데, 이 의함을 풀어줄 실마리가 하나 터져 나왔다”고 했다.

이어 “언론에 따르면 (김 전 장관 구속영장을 기각한)박정길 부장판사의 1년 선배인 원용선 변호사의 작년 8월 인터뷰 내용에 이런 내용이 담겨 있는데, 원용선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지금 대통령 비서실장을 하는 당시 전대협 3기 임종석 총학생회장에게 학생회 사업을 인수인계 하느라 (내가)학교에 남아 후배들을 지도하고 노동운동을 위한 준비기간을 통해 동료들과 울산으로 내려갔다. 동료 중에는 박정길 부장판사가 있다. 그 친구도 고생 많이 했는데, 아마 판사가 아닌 변호사가 됐다면 지금도 함께 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 이제 국민의 이름으로 묻는다. 이례적인 기각사유는 과연 이런 인과관계에서 비롯된 것인가”라며 “청와대는 이에 대한 답을 알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rare012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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