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승진한 최고위 경영진 9명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이재용 ‘동행 경영'‘조용한 기부’ 공감이 동참으로 이어져
해마다 낮아지는 기부금 비율…재계 “기부문화 확대에 긍정적”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사진=뉴시스)
[스페셜 경제=변윤재 기자] 삼성그룹 최고위 경영진이 잇따라 1억 이상 고액 기부에 나서면서 기부문화 저변을 넓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재계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 등에 따르면 박학규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과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사장)가 최근 새롭게 아너 소사이어티에 합류했다. 이미 삼성전자의 최윤호 경영지원실장(사장)과 전경훈 네트워크사업부장(부사장),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장(사장),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사장),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사장), 심종극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부사장) 7명도 다른 비영리 단체 등에 기부를 약정했다. 지난해 연말에 사장 또는 대표이사로 승진한 삼성 경영진 9명 전원이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셈이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한적십자사, 유니세프 등 비영리단체에 1억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일정기간 이내 납부를 약속한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이다. 법인 위주의 기부에서 탈피해 우리 사회 전반에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고자 200712월 발족됐다.

 

그룹 경영진의 개인 기부가 공개된 것이나 릴레이 기부로 이어지는 것 모두 이례적이다. 그동안 삼성 경영진은 개인적으로 조용히 기부해왔다. 그러다 최근 사장단 중 일부 임원이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게 알려지면서 다른 사장단들도 자연스럽게 기부에 동참하게 됐다는 게 삼성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동행 경영을 강조한 이래 지역사회와 스타트업·중소기업 등에 다양한 방식으로 선한 영향력을 확대해 온 것이 이들의 동참을 이끌었다는 후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기념 메시지를 통해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고 강조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월 첫 사장단 간담회에서도 우리 이웃,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한 데 이어, 2국민의 성원으로 성장한 삼성은 지금과 같은 때에 마땅히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해야 한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 지원에 나섰었다.

 

이 부회장도 평소 조용한 기부를 실천해왔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오래 전부터 신임 임원들에게 축하 선물로 와인이나 화분을 보내주는 대신, 임원들이 믿는 종교단체에 대신 기부금을 내준 후 임원 개인명의로 된 기부 카드를 선물하고 있다. 소외 이웃을 돕는 시설에도 꾸준히 개인 기부를 해왔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개인 기부 동참을 독려하기 위한 사내 제도도 마련했다. 삼성은 2011년부터 임직원이 기부를 하면 회사가 동일한 금액을 출연하는 매칭그랜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임직원들이 낸 기부금 260억원에 회사 매칭기금 260억원을 더한 약 520억원을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다. 성금은 청소년 교육과 취약계층 지원 사업 등에 기부됐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매칭그랜트 참여율은 약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 부회장의 묵묵한 기부활동에 동행 경영 실천, 사내 제도가 더해지면서 그룹 내에서 함께 성장하는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자발적 동참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기부문화 확대에 일조할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기부문화는 개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국의 자선지원재단(CAF)이 갤럽 조사를 토대로 최근 10(2009~2018) 동안의 기부지수를 누적 집계한 결과, 우리나라는 종합지수에서 32%를 얻어 조사대상 126개국 중 57위를 기록했다. 세계 11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특히 국내총소득(GDI) 대비 기부금 비율은 낮아지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 20140.75%였지만 2018년엔 0.73%로 줄어들었다. 현행 기부금 공제제도에서는 법인이 지출한 법정기부금의 경우 2005년까지 손금산입 한도가 100%였으나,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75%, 2009년부터는 50%로 축소됐고, 지정기부금의 경우 소득금액에서 법정기부금과 이월결손금을 제외한 금액의 10%에 불과하다. 고액기부를 한 기업일수록 조세지원을 받기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개인도 다르지 않다. 2014년부터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변경됨에 따라 고소득자의 기부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계 관계자는 고위급 임원진이 자발적으로 공개 기부에 동참하면서 삼성그룹 내에서도 기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안다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에 대해 각 그룹이 고민하고 있지 않나. 재계 1위 기업의 상생 실천이 개인·법인의 기부를 활성화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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