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시장조사팀’ 이용‥‘일거수일투족 쫓아다녀’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국내 최대 방제 전문기업으로 알려진 세스코가 이번엔 퇴직자 사찰 의혹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세스코는 2015년과 2017년에도 근로자 GPS 감시와 노조간부 사찰 등으로 인해 한 차례 문제가 된 바 있다. 이러한 전적이 있는 가운데 수십 명의 퇴직자들을 몇 년 동안 불법 사찰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세스코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물론 세스코는 이번 의혹 역시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들에 대한 감시‧사찰 문제가 한 번이 아니었다는 점 때문에 이러한 해명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불법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몇 년 동안 이 일을 자행해왔다는 것이 노사관계에 대한 세스코의 인식이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더 나아가서 세스코가 비슷한 사안으로 계속 문제가 된다는 것은 내부적인 변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퇴직자들에 대한 불법 사찰과 감시 의혹으로 구설수에 오른 세스코에 대해서 낱낱이 파헤쳐보기로 했다.
 

경쟁 업체로의 취직 방지 목적?
58명 대상으로 3년 가까이 ‘감시’


최근 세스코가 현직 임직원들이 아닌 퇴직자들을 상대로 수년 동안 불법사찰을 벌여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14일 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세스코 측은 지난 2014년 4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총 157페이지 분량의 동향 조사 보고서를 작성했다. 해당 보고서는 세스코 내부에 있는 시장조사팀에서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1월께 작성된 동향 조사 실적 내용에 따르면 감시 대상은 총 58명에 이른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퇴직자들의 동선은 물론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까지도 담겼다. 또 은행서 대출상담을 받고, 점심에 중국 요리를 먹었다는 등 지극히 사적인 내용도 포함됐다. 2014년 11월에 작성된 보고서에서는 퇴직자인 김씨가 어느 음식점에 들어갔는지 촬영됐고, 같은 해 4월엔 전 직원인 이모씨가 출근 중 미행한 내용을 5분에서 10분, 짧게는 1분 간격으로 촘촘히 기록됐다. 심지어 퇴직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에 대한 사찰도 이뤄졌다. 이러한 퇴직자 사찰 보고서 역시 세스코의 핵심 관계자들끼리 공유한 뒤 회수됐다.

퇴직자들은 사측의 사찰 활동을 수차례 목격했으며, 그 때마다 조사를 진행했던 시장조사팀이 철수했다고 주장했다.

사찰 담당했던 시장조사팀 내부 직원 아니다?

세스코 내부 문건에 따르면 퇴직자들의 사찰을 맡았던 시장조사팀 직원 5명이었다. 해당 팀은 사내에서도 알려지지 않았고 정식 직책도 없었다. 세스코는 정직원이 아닌 외부 인력으로 별도의 팀을 꾸렸고, 때문에 5명 가운데 4명은 급여리스트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급여 자체도 다른 루트로 지급됐다.

이후 이들은 2017년 11월에 세스코 계약직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다른 직원들처럼 사진과 내선번호는 공개하지 않고 이메일 주소만 사내에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세스코는 왜 외부 인력까지 동원해 이처럼 무리한 행보를 보였던 걸까?

관련 업계에서는 사찰이 퇴직자들의 동종업계 취업을 막기 위함이라고 보고있다. 세스코의 경우 방제기술 등의 노하우 유출을 막기 위해서 입사할 때 ‘퇴직 이후 5년 동안 경쟁 업체에 취업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사인을 하게 한다. 즉, 세스코는 시장조사팀을 이용해 퇴직자들이 서약 내용을 지키고 있는지를 감시해왔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세스코의 행보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취업 방해를 목적으로 한 블랙리스트 작성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40조를 위반한 것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에서는 개인의 동의 없이 수집한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고용주가 고용된 사람의 개인정보를 비롯해 가족과 지인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라며 “손해배상청구 등으로 법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스코 측은 이러한 보도와 관련해서 “사내에 시장조사팀이라는 조직은 없으며, 따라서 사찰 보고서가 작성될 일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세스코, ‘불법 사찰’ 전적 있다?

해당 보도와 관련해 세스코는 전면 부인했지만, 의혹 어린 시선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불법사찰과 관련한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12월 세스코는 임금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던 노조 간부를 CCTV로 감시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노조 측은 “2017년 11월 A지역본부 사무실에 회전형 CCTV 대신 고정형 CCTV가 설치됐다”며 “이렇게 새롭게 설치된 CCTV가 노조 지부장의 자리를 비추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해당 지부장이 본부 팀장에서 CCTV를 치우고 촬영내용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답변에서는 “다른 자리로 옮겨라. CCTV는 업체가 관리하고 있어 지금은 볼 수 없다”는 이야기 뿐 이었다.

노조는 “도난 방지가 목적이라면 렌즈가 금고를 향해 있어야 하는데 노조 지부장을 비추고 있다”며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명시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자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이에 세스코 측은 “CCTV는 경비대행업체가 전적으로 관리하고 있어서 회사는 CCTV 설치 각도나 방법에 대해서 관연하고 있지 않다”며 “CCTV를 특정 인물 감시용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 노조 측은 세스코가 노조 조합원의 이동 경로를 감시·사찰하는 것으로 보이는 증거를 내놓았다. 지부가 입수한 본사 회의실 사진에 따르면 “11/7 천안지사 (김○○만나러 고영민 방문, 동행중이던 박○○ 파트장 김○○ SC에게 조합가입 권유” 또는 “11/7(18:02) 충남서부지사 (이○○ 지사장), 고영민/?/?, 3명 조합활동”이라고 문구가 적혀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보다 2년 전인 2015년에는 세스코는 GPS와 스마트폰 위치 추척 앱을 통한 근무감시 체계로 인해서도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고려할 때 이번에 폭로된 퇴직자 불법 사찰 문제가 단순한 의혹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더욱이 퇴직자들의 대한 감시가 이뤄졌던 3년 동안에는 임직원들에 대한 GPS 추적이나 노조 간부에 대한 CCTV감시로 인해 갈등을 빚어왔던 시기와도 겹친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세스코의 임직원 사찰이나 감시는 처음 터진 문제는 아니다”라며 “2015년 임직원들에 대한 GPS 추적이 문제가 됐었고, 2017년에는 노조 간부 CCTV사찰로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다. 그리고 퇴직자들에 대한 불법 사찰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이뤄져왔다. 전‧현직 직원들에 대한 감시 사찰 문제가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세스코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였을 수 있다는 의심을 버리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회사에서 비슷한 의혹이 세 번이나 불거졌다면 단순한 해프닝이나 오해가 아니라 그런 일을 벌였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스페셜경제> 측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세스코 측에 입장을 듣기 위해 취재를 시도했으나 "담당자가 부재중이다. 최대한 빨리 연락이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세스코 공식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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