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지난 9일 사업자 선정을 마친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메리츠 종합금융 컨소시엄(메리츠 컨소시엄)이 불복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심지어 입찰에 탈락한 메리츠 컨소시엄은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와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밝히면서 ‘법정공방’까지 예고되고 있다.

도대체 메리츠 컨소시엄과 코레일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은 서울시 중구 봉래동 2가 122번지 일대에 위치한 코레일 부지를 서울역과 연계 개발하는 사업으로, 그 비용만 1조 7천억원에 달한다. 특히 해당 사업은 컨벤션, 오피스, 호텔, 오피스텔 등이 들어서 ‘강북의 코엑스’ 사업으로 업계에서도 이목을 끌었다.

이에 코레일은 지난 3월 28일 공개 입찰을 진행했으며, 여기에 한화종합화학 컨소시엄과 삼성물산 컨소시엄, 메리츠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여기에서 메리츠 컨소시엄만 금융사가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닌 사업주관사를 맡았다.

이후 사업 계획서 평가에서 3개의 업체 모두 적격 평가를 받았으며, 다른 후보보다 2000~3000억원 가량 높은 입찰금액인 9000억원대를 제시한 메리츠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유력시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메리츠 컨소시엄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을 위반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금산법 제24조 제1항에 따르면 동일계열 금융기관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 20% 이상을 소유하게 되는 경우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메리츠컨소시엄의 경우 메리츠종합금융 35%, 메리츠 화재 10%로 45%가 넘기 때문에 사전에 금융위에 승인을 받았어야 했다. 이에 코레일 측은 지난달 30일까지 약 50일 동안 메리츠 컨소시엄에 승인을 받도록 요청했다.

그러나 메리츠 컨소시엄은 승인 신청조차 하지 않았고, 코레일 측은 관련 법령에 대한 법률자문, 보완 기회부여, 전문가 심의 등을 거쳐 메르츠 컨소시엄을 제외했다. 이후 코레일은 지난 9일 한화종합화학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삼성물산 컨소시엄을 차순위협상자로 최종 확정지었다.

메리츠 컨소시엄 “코레일 불가능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코레일의 결정에 메리츠 컨소시엄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메리츠 컨소시엄 공모지침서에서는 금융위 사전 승인 요구가 단 한 줄도 규정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고 3개월 이내에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하고,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20% 미만으로 낮추면 금융위에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코레일이 자격이 주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금융위의 승인을 요구했다면서 ‘불가능한 일’을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과 달리 공모지침서에는 제10조 4항 ‘사업주관자로 사업수행이 가능하도록 관계법령이 정하는 허가, 인가, 면허, 등록, 신고 등을 받았거나 자격요건을 구비해야 한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실제로 이러한 규정 때문에 한화종합화학 컨소시엄이나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금융계열사를 주관사로 내세우지 않았다. 금산법 위반 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애시당초 메리츠 컨소시엄은 메리츠 금융그룹의 지분을 20% 이하로 낮추고, 사업주관자를 컨소시엄 구성사인 STX 또는 롯데건설로 내세워야 했다고 봤다.

또 메리츠는 컨소시엄 SPC 설립 때 메리츠 금융그룹의 의결권 있는 지분 20% 미만으로 낮추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공모지침서 제 30조 3항에서는 사업신청 시 제출한 컨소시엄 대표자 및 컨소시엄 구성원의 지분율은 SPC를 설립하는 경우 동일하게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메리츠 컨소시엄의 주장대로 지분만 20%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 불가능한 셈이다.

지분율 20% 낮추면 사업주관자도 바뀐다…‘위장주관사 논란’

향후에 메리츠 금융그룹이 컨소시엄에 의결권 있는 지분율을 20% 낮추는 것도 문제다. 그럼 컨소시엄의 지분에 따라서 25%를 소유한 STX가 최대 의결권을 가지게 되며, 이는 사업주관자 변경으로 해석될 수 있다.

더욱이 공모지침서 제11조 5항에는 사업신청시부터 사업준공까지 사업주관자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제2조 7항에서는 사업주관자는 컨소시엄 구성원 중 최대지분을 가진 자로서, 구성원으로부터 본 사업 추진에 필요한 모든 권한을 위임받은 자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한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의 주장대로라면 최대 지분을 투자하고서도 최대 의결권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특히 최대 의결권을 가지게 될 STX의 경우 신용등급이 C에 불과하고, 자본 총계도 공모지침상 주관사 자격(500억원)에 미달한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은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와 장기적 임대운영이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메리츠 금융그룹을 내세운 게 아니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즉, STX가 실질적인 사업 주체자이지만 낮은 신용등급으로 인해서 주관사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메리츠 금융그룹을 위장주관사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계획서 평가에서 신용등급 평가항목 점수를 높이기 위해 급하게 메리츠 금융그룹을 전면에 내세우다 보니까 공모지침서를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해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때문에 메리츠 컨소시엄의 주장이 상당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발언이라는 말이 업계에서도 나오고 있다”며 “우선협상자만 통과하면 SPC지분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논리는, 결국 위장주관사를 허용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공모사업의 신뢰까지 흔들 수 있는 일이며, 더 나아가서는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 금융사를 내세워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후 지분을 부실회사에 넘기거나 판매하는 일까지 발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메리츠 컨소시엄은 코레일을 대상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보존과 한화 컨소시엄과의 협약 중지 등을 내용으로 한 가처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코레일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우선협상자를 선정했으므로 메리츠 컨소시엄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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