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가동 후 사장 주재 실무진 정기 회의를 줄줄이 취소하는 등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물량 확보와 대책 마련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심지어 삼성전자 경영진에서는 실무진들에게 재고 등 내부 사정에 대해서 대대적으로 함구령을 내리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DS) 사업부문의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주재로 정기적으로 해오던 실무진과의 월례 회의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진 사장은 예정된 내부 회의를 취소하고 직접 발 벗고 나서는 등 일본 소재 제재에 따른 물량 화복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서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오랫동안 정기적으로 해오던 사장 주재 실무진 회의가 줄줄이 취소되는 것은 특별한 출장 일정이 있지 않은 이상 없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진 사장이 직접 현장을 뛰고 사람을 만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이재용 부회장이 일본 출장을 마친 뒤 전사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며 주문한 컨티전시 플랜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비상체제 가동과 함께 반도체 사업부 실무진들에게 대대적인 함구령도 내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영진으로부터 ‘경쟁사 및 거래처 등에 재고 물량을 포함한 내부 사정과 관련해 어떠한 말도 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면서 “임원급에서 실무진에게 이 같은 지침이 직접 내려온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내부적으로도 불안감과 긴장감이 굉장히 고조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 같은 지침을 내린 데는 협력사 및 거래처에서 관련 문의 전화가 폭주하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 이후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받는 거래처에서 ‘물량 공급에 차질을 빚는 거 아니냐’ 또는 ‘반도체 납품 가격이 오르는 것 아니냐’는 등의 전화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통 비상 상황이라면, 실무진 회의를 더욱 늘리기 마련인데 오히려 취소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이례적”이라며 “사장단이 직접 나서서 발로 뛰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면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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