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KT, LGU+(유플러스) 등 대형이동통신사가 신용카드사의 통신요금 자동납부 접수업무를 차단키로 했다. 카드사와 대형가맹점간의 수수료율 갈등이 깊어가는 가운데 대형이통사가 먼저 칼을 빼든 셈이다. 이는 소비자불만을 자극해 카드사에 압박을 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카드사에게는 지난 2013 자동납부 접수대행 제휴중단으로 인한 피해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셈이다.

4일 통신·카드업계에 따르면 KT는 제휴 카드사에 ‘이달 15일부터 자동납부 접수대행 제휴중단’을 골자로 하는 공문을 순차적으로 발송하고 있다. 유플러스도 카드사별로 적용시점을 다르게 적용했다는 점이 차이일 뿐 같은 내용의 공문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업계 1위인 SK텔레콤은 당초 2013년 자동납부 접수대행 제휴중단 이후 재개없이 현재까지 방침을 이어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통사들은 ‘전산교체’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전월 1일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상 통보에 대한 맞불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카드사는 전월부터 이통사에 약 1.80%에서 2.0%로 약 0.2%p 인상된 수수료율을 적용했고 통신사들은 이에 반발해 양측이 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카드사와 대형이통사간의 힘싸움에 소비자를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짙어지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생성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유의 편의성으로 다수의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로 통신요금을 자동납부하고 있다. 추산되는 이용자 수만 수백만명 이상이다.

그간 신용카드 자동납부 서비스를 이용해 온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자동납부의 편리함에 더해 할인 또는 포인트적립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신용카드의 신용공여 기능에 따라 즉발적인 지출을 막을 수도 있었다. 카드사 또한 록인(Lock-in)효과에 따른 우량고객 확보가 큰 이점을 누렸다. 다만, 이통사가 카드결제 수수료을 올리자 이통사는 계좌이체대비 효율성 감소를 이유로 반발했다.

이에 카드사와 이통사 측은 재산정된 적격비용에 따른 수수료율을 두고 협상을 진행중이지만 이견차가 평행선을 달리자 통신사 측이 전가의 보도 같은 ‘자동납부 접수대행 제휴’ 중단을 꺼내 든 셈이다.

자동납부 제휴 중단…2013년에도 유효했던 ‘검증된 압박술’

그간 통신사 가입자는 이통사를 통한 통신요금 자동납부 신청 외에도 카드사에 직접 신청하는 게 가능했으나 해당 제휴가 끊어지면 이후 무조건 이통사를 거쳐야 통신요금 자동납부 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신규카드 발급시에 작성하는 신청서에 ‘이동통신 자동납부 신청’란이 없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통사들의 해당 제휴 중단에도 이미 신용카드로 통신요금을 자동납부하던 기존 고객들은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지만, 신규카드 발급 또는 기존카드 교체 시 반드시 이통사를 거쳐야 하며 이통사가 이 과정에서 카드납부가 아닌 계좌이체를 유도하는 일도 잦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카드수수료율 인상 본격화 이후 이통사는 카드결제에서 계좌이체로 변경하면 혜택을 주겠다는 식의 판촉을 진행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아예 자동납부 접수대행 제휴 중단이 아닌, SKT와 같은 종료 수순으로 갈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앞서 2013년에도 이통사가 반년 이상 자동납부 접수대행 제휴를 재개하지 않아 카드사에 관련 민원이 폭증했던 전례가 있다. 아울러 업계 1위 SKT는 현재까지도 재개를 하지 않고 있다. 카드사 측에서는 고객을 자극해 카드사를 압박하려는 게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통사의 이러한 압박 전략이 앞선 현대·기아자동차의 전례처럼 가맹점 계약해지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지만, 향후 협상과정에서 카드사는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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