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대표 이수일 체제 언제까지? 흔들리는 형제경영 체제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 대표가 7억원대 불법자금조성 혐의로 구속되면서, 과거 조양래 일가의 750만달러 하와이별장 비리 등이 재조명되는 것은 물론 조현식-조현범 형제 승계구도가 흔들려 향후 내홍으로까지 이를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위기설을 조명해봤다.

끝나지 않은 경쟁구도 현식-현범
팽팽한 승계구도 무게 추 기우나


하청업체와 계열사 등으로부터 7억원대 불법 자금 조성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전 한국타이어. 이하 한국테크놀로지)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 21일 발부됐다.

이날 법원에 따르면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범죄 형태 등에 비추어 사안이 중대하다”며 “피의자의 지위와 현재까지 수사경과 등을 참작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지난 19일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김종오 부장검사)가 조 대표에 대해 배임수재, 업무상횡령,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조 대표가 하청업체(5억)와 계열사(2억)로부터 납품을 대가로 10년 가까이 매월 뒷돈을 받아 최소 7억원 이상을 가로챈 혐의다. 검찰은 지난 1월 국세청이 조 대표를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한 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 대표가 차명계좌로 돈을 빼돌린 뒤 사적 용도로 유용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주 한인 매체 <선데이저널>이 작년 6월말 MB사돈인 조양래 회장의 750만달러 하와이 별장구입정황을 보도했고, 이후 동년 7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한국타이어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진행하다, 이후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해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국세청은 해당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1월 한국타이어의 탈세 의혹에 대해 검찰에 고발했다.

다만, 조 대표에 대한 이번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국세청에서 고발한 탈세 관련 혐의는 빠졌다. 검찰 관계자는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검찰이 국세청의 조사를 바탕으로 조 사장 문제 외에도 조양래 회장일가의 하와이별장 매입 등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그룹의 탈세는 이번뿐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데이저널>에 따르면, 조양래 회장은 지난 1996년 조세피난처인 말레이시아 리부안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역외펀드를 통해 4100만달러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모으고, 이후 일본 요코하마사가 소유한 한국타이어주식 76만주를 동양계 외국인으로 위장해 사들였다. 조회장은 1998년 하반기 100억원이상을 투입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10분의 1액면 분할 등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리부안 페이퍼컴퍼니명의로 매입했던 주식을 되팔아 120억원이상의 수익을 냈었다.

형제간 물밑경쟁 구도, 조현범 구속으로 깨지나

한편, 일각에선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승계 잡음이 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영권 승계에 대한 뚜렷한 방침이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조 대표의 수사 결과에 따라 조 대표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현재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현재 조양래 회장의 두 아들의 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조현식 그룹총괄부회장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차남인 조 대표가 사업회사인 한국테크놀로지를 맡는다.

표면적으로는 지주회사와 사업회사가 두 형제에게 분리되는 경영권 승계구도가 연출되지만 재계에서는 내부구조를 보면 향후 이같은 승계구도로 마무리될지 쉽게 예단할 수 없다고 보고있다. 조 총괄부회장과 조 대표는 각각 그룹지분을 19.32%와 19.31%를 갖고 있다. 큰 격차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최대주주인 조 전 회장은 23.59%를 보유하고 있어. 이 지분의 상속여부에 따라 승계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사실상 대등한 셈이다.

다만, 이같은 경쟁구도가 조 대표의 개인비리 수사로 인해 비대칭이 된다면 향후 기업 내부적으로도 내홍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특히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사업회사인 한국테크놀로지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사실상 거의 대부분이므로 조 대표의 공석은 조 총괄부회장이 조 대표의 수사국면에서 경영권을 넓히는 것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일단은 각자대표인 이수일 한국타이어 대표 체제로 한국테크놀로지가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 silvership@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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