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강요·성범죄’에도, 중앙회장 “이사장 임기 제한 폐지” 공약

▲ [사진출처=새마을금고 홈페이지]

[스페셜경제=이인애 기자]농어촌을 중심으로 조직된 신용협동기구 새마을금고가 온갖 갑질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모습이다. 새마을금고는 이사장이 제왕적 위치에 있는 특성을 보이고 있는데, 이들을 관리해야 하는 새마을금고중앙회의 회장 또한 금고 이사장 중에서 선발된 대의원들에 의해 선출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행한 폐단에 대해 적극적인 제재를 가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특히 새마을금고는 엄연히 금융 업무를 하는 금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감독하는 상위기관은 금융감독원이 아닌, 금융과는 거리가 먼 행정안전부라는 사실도 이 같은 악순환을 끊지 못하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지난 10일 국감장에서는 행안부가 새마을금고의 도 넘은 불법, 위법, 편법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데도 통제권한이 없는 것처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감독기관은 방관자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고, 각 금고 이사장들은 ‘갑’의 위치에서 온갖 폐단을 저지르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에서는 이사장 임기를 늘리자는 법안이 발의 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강요부터 성범죄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갑질을 일삼던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에게 국회가 ‘갑질의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절대 권력’ 새마을금고 이사장…‘갑질 파티’ 성황리
‘종신형’도 아니고 임기 ‘종신제’ 추진…국회가 왜? 

특히 ‘포항 Y새마을금고 이사장’ A씨를 둘러싼 부정적 여론이 뜨겁다. 그는 지난 2017년 8월, 부하 여직원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1년을 구형 받았다가 300만원의 벌금으로 경감된 형을 받았던 인물이다. 벌금형에 그친 사건이긴 하지만 성범죄 예방교육 40시간,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명령까지 떨어졌던 엄연한 성범죄 사건의 가해자 장본인이 다시 이사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부하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이력이 있는 A씨가 다시 선거에 출마한 사실만으로도 공분을 살 일이지만, 지난 21일 치러진 신임 이사장 선거에서 당선까지 된 것으로 알려져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이날 선거 현장에서 해당 사건 피해자의 남편은 직접 피켓까지 들고 A씨의 당선을 막기 위해 1인 시위를 벌였지만 금고 대의원들은 A씨를 선택했다.

이로써 성범죄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 직장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 [이미지출처=국민청원 홈페이지]

이처럼 피해자 보호에 신경을 쓰지 않는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해당 피해자는 이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피해자 본인뿐만 아니라 사건 당시 증인을 섰던 동료직원들까지 A 이사장의 보복을 걱정하는 입장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이 성범죄로 100만 원 이상 벌금을 받으면 영구 퇴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새마을금고법에는 이 같은 조항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여전히 허술하고 시대착오적인 모습이라는 시각이 많다.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은 성범죄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갑질 행태로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바 있다.

인천의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 B씨는 지난 2017년 직원들에게 회식에 쓸 개고기를 삶으라고 시키고 참석을 강요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른바 ‘개고기 갑질’ 인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당시 중앙회 측은 3개월 직무정지 징계를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B씨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같은 해인 2017년, 그는 자신이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새마을금고 지점장에게 자신과 친분이 있는 법무사와 거래할 것을 강요한 혐의를 받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가하겠다는 협박도 가한 것으로 조사돼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재판은 최근에서야 벌금 400만원을 선고하며 끝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후에도 B 이사장의 갑질 행보는 이어졌는데, 올해 3월에는 노조원 8명을 부당하게 해고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구미의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금고 예산으로 정육점에서 6200만원을 결제한 후 현금으로 6000만원을 돌려받고, 법인카드를 아들에게 줘 600여 만원을 사용하는 등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받았다. 이쯤 되면 새마을금고가 아니라 ‘이사장금고’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충북 청주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부인은 이사장 선거 과정에서 금품을 살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50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았지만, 해당 이사장에 대한 별다른 제재는 없었다. 이처럼 논란이 된 이사장들 모두 자리를 박탈당하는 정도의 큰 제재는 받지 않는 모습이다.

새마을금고는 중앙회가 따로 있긴 하지만 전국 지역 단위금고는 각각 개별법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이사장이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구조인 탓에 관리·감독이 쉽지 않을 수는 있다는 게 전문가 등의 설명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도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이사장 장기집권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회에서는 현행 2회로 제한하고 있는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연임 규정을 3회로 늘리자는 취지의 법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사장 연임제한 완화는 중앙회 박차훈 회장의 선거 공약이었다. 투표권은 금고 이사장들 가운데 선출된 대의원들에 있기 때문에, 이들의 환심을 살만한 공약을 내놓은 것이라는 평가다. 박 회장의 당시 비상근이사장의 경우에는 연임제한을 완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놔 사실상 종신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노조 이희동 지부장은 “중앙회 박차훈 회장이 정치권에 사전 로비를 했다는 정황을 듣고 행안위 위원들에게 개정안 반대 의사를 전달했지만 발의를 막지 못했다”고 말하며 법안 통과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이사장 연임제한이 2회로 제한되어 있긴 하지만, 사실상 종신제나 다름없다. 최초 선임 4년 뒤 2회 연임(8년)이 가능해 총 12년을 재임할 수 있는 것인데, 그 후에도 한 차례만 이사장 선거에 불참하고 재선하면 과거 연임 기록은 삭제되면서 새롭게 ‘1회’ 임기가 시작돼 현행 연임제한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실제로 전체 1311개 새마을금고 이사장 중 4선 이상이 23%(305명), 3선 이상이 14%(182명)로 37%(487명) 가량이 연임 제한을 교묘히 피해 장기집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마을금고 상급기관인 중앙회는 이사장을 감독하기보다는 오히려 눈치를 보는 입장인데다, 주무 감독기관인 행안부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어 사실상 이사장이 절대권력을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부하직원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사퇴했던 사람이 또다시 이사장 자리에 앉게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를 보고 업계 한 관계자는 “범죄 사실 때문에 사퇴했다기 보다는, 연임제한을 피하기 위해 잠시 쉬어간 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스페셜경제 / 이인애 기자 abcd2ina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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