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카이스트에 500억 쾌척...AI 인재 육성
지남호에서 시작된 바다와의 인연
세계 최대 참치회사까지 낚아

▲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제공=동원그룹)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인공지능(AI) 인재 육성에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지난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김 명예회장은 오는 12월 중순 카이스트에 500억을 기부할 예정으로, 기부금은 AI 인재육성에 쓰여지게 된다. 앞서 김 회장은 작년 10월에도 AI 교육을 위해 한양대에 30억을 기부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퇴임사에서 “세상의 변화는 점점 빨라지고 있고 4차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이다 하는 새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고 있다”면서 AI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었다.

인재육성 큰 그림...동원육영재단 설립
김 명예회장이 기업 활동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것 중 하나는 ‘인재육성’이다. 우리나라가 부강해지기 위해서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명예회장의 인재경영은 1970년대 말 본격화됐다. 원양어선 선장 시절부터 고향(전남 강진)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던 김 명예회장은 창업 10년째인 1979년 장학재단인 ‘동원육영재단’을 설립하며 인재육성에 나섰다. 재단에는 김 명예회장 지분 10%가 출자됐다.

 
동원육영재단은 40년간 장학금과 연구비, 교육발전기금 등 장학금을 통해 인재육성에 힘쓰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그림책을 나눠주는 ‘동원 책꾸러기’와 대학생 전인교육 프로그램인 ‘라이프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참치잡이 선장에서 동원산업 창업주로
김재철 명예회장은 1935년생으로 강진농업고등학교와 부산수산대학교(현 부경대학교) 어로과를 졸업했다. 참치와의 인연은 국내 최초 원양어선인 지남호에 승선하면서부터다.


당시 지남호에 승선했던 선원들은 원양어업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참치가 어떻게 생긴 물고기인줄도 몰랐다. 김 회장은 일본에서 어류도감을 구입해 고기의 종류와 특성부터 연구했다. 외국자료를 구해 항해 중에도 선진어법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그 결과 3년 만에 지남 2호 선장 자리에 오르게 됐고, 남들보다 많은 어획고로 ‘캡틴 제이 씨 킴(Captain J. C. Kim)’이란 이름으로 유명세를 탔다. 해외에서도 점차 유명해지면서, 주변 인물들이 독자적으로 원양어업회사를 운영할 것을 권유했다. 김 명예회장은 심사숙고 끝에 1969년, 자본금 1000만원으로 동원산업을 창업했다. 참치사업으로 성공한 김 명예회장은 1982년 한신증권을 인수(현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인수하며 금융업에 진출했다. 1989년 동원그룹 회장에 올라 지난해까지 30년간 회장님으로 군림했다. 1999~2006년 한국무역협회 회장(23,24,25대), 2006~2007년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위원장 등 사회·경제계에서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국내 최초 참치캔 ‘동원참치’ 출시...식품가공업으로 확장
김 명예회장은 1982년 원양어업에서 식품가공업으로 확장하기 위해 참치를 통조림으로 가공해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당시 참치캔은 국민소득 2000불 이하인 나라에서는 팔지 않는 선진국형 식품이었다. 미국에서는 튜나 캔(Tuna Can)이 보편화돼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꽁치캔 정도만 알려진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회장은 점차 선진국 형태로 변모해가는 국민들의 식생활 패턴을 감지함과 동시에, 1인당 GNP가 2000달러 이상인 국가에서는 참치의 대중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참치캔 개발 및 출시에 나섰다.


참치캔은 당시 국내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식품이었기 때문에 김 명예회장은 광고와 시식회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참치캔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1984년 추석 명절부터 참치캔 선물세트를 업계 최초로 개발해 판매했다. 이 해 추석에만 30만 세트 이상이 팔리며, 선물세트 시장에 자리잡았다.


김 회장은 참치캔에 힘입어 수산물 제조판매부문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가공식품의 다양화를 위해 제조공장을 준공했다. 꽁치 통조림, 조미김, 어육연제품 등을 생산하고 판매하며 원양어업에서 식품가공업으로서 확장해 나갔다.

원양어업 회사의 금융업 진출...한신증권 인수
국내 원양업계에서 기반을 다진 김 회장은 축적된 자금과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금융업에 진출했다.


김 회장이 1981년 미국 하버드대학 AMP과정을 이수하던 중 학생들이 증권회사에 더 많이 진출하는 것에 주목했다. 이에 1982년 70억 규모의 한신증권(한국투자증권)을 인수했다.


이후 한신기술개발금융(1986), 한신경제연구소(1986), 한신투자자문(1988)을 설립하며 2·3차 산업 진출에 소요되는 자금지원의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한신증권은 1996년 동원증권으로 상호를 바꾸고 자기자본수익률 업계 1위를 차지했다. 1988년도 증권감독원 경영평가에서 ‘최우수 증권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이익공유 성격의 원양어업 성과보상제도를 적용해 증권업 최초로 인센티브제를 시행했다.

청년 시절 참치를 납품했던 미국 ‘스타키스트’를 품에 안다
1999년부터 2006년까지 7년간의 무역협명예회장 임기를 마치고 2006년 다시 동원그룹의 키를 잡았다. 이후 2008년 세계 최대 참치 브랜드인 ‘스타키스트’와 3억6300만 달러에 달하는 대형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스타키스트는 김 회장이 젊은 선장 ‘캡틴 제이 씨 킴’으로 사모아 어장을 누비던 시절, 어획한 참치를 납품하던 회사 중 가장 큰 고객이었다. 1963년, 스타키스트는 사모아 섬에 참치캔 공장을 준공하고 미국 내 참치캔 시장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당시 김회장은 사모아 공장의 참치캔 제조를 위해 최초로 참치 원어를 납품했다.


1960년대 초 미국에서 참치캔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던 시기라, 스타키스트는 수요량을 맞추기 위해 많은 양의 참치 원어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당시 남태평양 어장에서 가장 고기를 잘 잡는 선장으로 유명했던 김 명예회장은 매번 가장 많은 양의 참치를 스타키스트에 납품하는 우수 선장이었다. 고객사였던 스타키스트에서 김 명예회장을 위해 파티를 열어줄 정도였다.


이렇듯 남태평양을 누비는 이십대 선장으로서, 잡은 참치를 납품하던 미국 거대회사를 50여 년이 지난 후 반대로 인수하게 된 것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적자에 허덕이던 스타키스트는 동원그룹 인수 후 경영 안정화와 효율화를 통해 매해 성장을 거듭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문수미 기자 tnal976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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