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동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올레드(OLED, 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 전략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단순히 국산 소재 비중 확대로도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보복이 계속되면 추가적인 타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필요한 핵심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감광액(포토레지스트), 불산 등 3개 품목의 한국에 대한 엄격한 수출 심사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 중 불산은 반응성이 매우 커서 금속은 물론 유리나 실리콘을 녹이는 물질로 반도체 식각 및 세정 공정과 디스플레이 슬리밍 공정 소재로 사용되는 것이다. 또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불소 처리를 통해 열 안정성과 강도 등의 특성을 강화한 폴리이미드(PI) 필름으로, 플렉서블 올레드용 패널의 핵심 소재로 사용된다.

10일 삼성전자와 디스플레이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에 따라서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예고한 지난 1일부터 사태 파악과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일본 카네카에서 기판용 폴리이미드를 공급받고 있으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일본 우베코산과의 합작사인 유에스머티리얼즈로부터 폴리이미드를 공급받고 있다. 다만, LG디스플레이는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 가운데 불산(고순도불화수소·에칭가스) 외에는 타격이 없
을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경우는 반도체 업계보다 수출 규제로 인한 범위가 적고, LG디스플레이는 이미 일본산 고도 불화수소를 대체할 중국, 대만산 제품의 품질을 테스트 중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인 강인병 부사장은 ‘산업미래전략포럼’에서 “전체 불산 사용량에서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율은 그렇게 크지 않다”면서 “중국, 대만산 품질 차이가 많이 날지는 테스트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일본의 무역보복이 장기화될 경우 올레드 확대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LCD(액정표시장치) 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이 계속되자, 올레드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을 통한 재도약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하반기부터 대형 올레드 생산 투자를 본격화하고,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상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해 “혐의 대상이 아니며 철회하지 않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기존 사업 계획이 수정돼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특히 업계 일각에서는 일본의 소재가 아닌 다른 나라의 소재 제조사를 활용하면 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한 업계 관계자는 “불화수소의 경우 다른 국가에서 조달 노력이 이어져도 공급 부족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면서 “만약 중국, 대만에서 대체제를 가져와도 고순도로 바꿀 업체의 설비가 생산 능력이 충분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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