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삼성전자의 고순도 불화수소 국산 대체 소식이 알려지면서 업계 등에서는 이번 사태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본 수출 규제 이후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가 일본산 불화수소를 국산으로 대체에 들어가면서 예상보다 더  빠르게 효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당초 국산화를 포함한 소재 공급처 다변화에 최소 3개월에서 최대 6개월 가량을 거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대체 작업은 훨씬 앞당겨진 상황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4일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 폴리이미드 등 핵심소재 3종에 대한 수출규제에 나선 이후 불과 두달 만의 일이다.

물론 국산 대체 소재가 기존 일본산 소재를 완벽하게 대체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같은 순도의 소재라고 해도 제조공정에 따라서 성분‧성질을 미세하게 조정해야 하고, 때로는 투입하는 소재에 맞춰 공정도 손봐야 해 기존 공정만큼의 수율(합격품 비율)과 생산효율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내한 전략적 결정”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반도체 모든 공정에 불화수소를 투입하기 시작한 게 아니라 민감도가 낮은 1~2개 공정부터 일본산 대체에 나섰다. 반도체 공정은 500~600개가량으로 구성되는데 불화수소가 쓰이는 공정은 이 중에서 50개 안팎이다. 반도체 공정절차를 고려하면 대략 10월 말 전후로 대체 불화수소가 투입된 메모리 반도체 수율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반도체업계에서 빠르게 소재 대체 작업이 진행할 수 있었던 것에는 최대경영진의 결단이 배경이 됐다. 삼성전자 등 국내 업계에선 지난해 하반기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앞두고 일본의 강경대응 가능성에 제기됐을 때부터 구매팀을 중심으로 물밑 대응에 들어갔다.

국내 소재‧부품 업계에서는 새로운 기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삼성전자나 LG디스플레이 국산 고순도 불화수소를 공급하는 것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상황이었다.

한 소재 업체 엔지니어는 “중소기업은 자체적으로 테스트해볼 라인이 없어서 그동안 눈을 감고 개발한 것이나 다름 없엇는데, 이제 국산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생기기 시작했으니 여러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소재기업들의 주요 고객사였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의 대체 작업이 가시화되면서 일본 소재업계도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들이 전부 돌아설 경우 매출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990년대 세계 반도체 에폭시수지 물량의 60%를 생산했던 스미모토화학이 제조공장 폭발사고로 감산한 사이 삼성전자가 중국 대만으로 공급처를 다변화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스미모토 화학은 공정을 정상 가동한 뒤에도 수익성 회복을 하지 못하고 해당 사업을 대만 업체에 매각해야 했다. 일본 기업들에게는 이 같은 사례가 악몽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다만, 아직도 일본 추가규제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현재 수출규제 3종 세트 외에 실리콘웨이퍼, 블랭크마스크, 섀도마스크, 반도체 공정장비 등은 일본 의존도가 높거나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운 품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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