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8월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브리핑을 진행하며 북한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합의정신을 거론하며 북한의 비핵화 약속 준수를 촉구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에는 ‘무력사용’ 카드가 거론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경고에 가깝다.

북한은 이에 앞서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재차 요구하며 당초 제시했던 연말까지의 협상기한을 앞두고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는 등 그동안 쌓아온 북미 관계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 런던을 방문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의 조찬 회동 뒤 취재진과 만나 ‘수차례에 걸친 북미 정상회담에도 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계속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는 분명 로켓을 쏘는 걸 좋아한다. 내가 그를 ‘로켓맨’이라 부르는 이유”라면서도 “여러분도 알겠지만 김 위원장과의 관계는 정말 좋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그것이 그가 (싱가포르)합의를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군사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지금 우리는 역대 가장 강력한 군을 갖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단연코 가장 강력한 나라”라며 “희망컨대 우리는 그것(군사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길 바란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사용할 것”이라 경고했다.

이 발언은 최근 북한이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렸다”며 핵실험 및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도 불사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지 몇 시간 만에 나온 것으로, 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되려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로켓맨’ 언급은 과거 대북 강경모드에서 대화모드로 전환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 조롱하며 ‘완전한 파괴’, ‘화염과 분노’ 등 직설적이고 거친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이는 북한이 미사일 등을 거듭 발사하는 등 군사적 도발과 함께 먼저 제재를 풀라며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는 경고 등에 미국의 인내심도 바닥을 보이고 있음을 드러낸다.

‘북한을 얌전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줄곧 업적으로 내세워 온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탄핵 정국까지 맞물린 가운데 북한의 이러한 ‘불손한’ 움직임이 달가울 리 없다. 이미 미국 조야에서는 북한 비핵화 회의론과 함께 대북 성과 부진론이 확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효력 없는 합의문 외 얻은 게 없다는 것이다.

▲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리명수로동자구를 방문했다고 4일 보도했다. (출처=노동신문) 2019.12.04.

한편 북한은 협상 최종기한을 한 달여 앞두고 이달 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소집한다. 지난 4월 4차회의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4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조선혁명 발전과 변화된 대내외적 정세 요구에 맞게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결정하기 위하여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12월 하순에 소집할 것을 결정하였다”고 전했다.

전원회의에서는 김 위원장이 당초 제시한 연말까지의 협상기한까지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나아갈 ‘새로운 길’의 방향을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이 ‘조선혁명 발전과 변화된 대내외적 정세 요구에 맞게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결정하기 위해’라고 밝힌 부분은 이러한 점을 시사한다.

이에 맞서 미군은 정찰기와 해상 초계기 등을 띄우며 한반도 상공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한 지난달 28일을 전후로 미군 정찰기가 한반도를 비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북미가 끝내 기존의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돌아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외교 업적인 대북 성과는 물거품이 되면서 재선가도는 추가적인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고, 북한 역시 대북제재는 그대로 짊어진 채 중국·러시아와의 공조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양국이 끝내 최악의 결과를 얻기 전 극적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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