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왼쪽)과 투자자에게 성 접대 알선한 혐의를 받는 빅뱅 전(前) 멤버 승리(29·본명 이승현)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손님과 직원 간의 단순 폭행사건으로 시작된 버닝썬 사태는 ‘사건’을 넘어선 ‘게이트’ 수준까지 진화했다.

첫 사건이 발생한지 4개월이 지났지만, 단순한 폭행사건으로 끝났을 법한 사건이 그동안 의혹으로만 제기되던 클럽 내 마약·성범죄, 경찰과의 유착관계가 속속 사실로 드러나면서 가히 ‘게이트’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게 됐다.

해당 사건의 시작은 다소 미미했다. 김상교 씨가 지난해 11월 말 버닝썬에서 클럽 직원에게 폭행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오히려 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12월에 인터넷에 올린 글이 발단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폭행 피해자를 폭행한 것도 모자라, 폭행 가해 측인 버닝썬에 취한 석연치 않은 조치 등에서 경찰과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불을 지핀 것은, 당시 버닝썬 사내이사가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인 승리(본명 이승현)라는 점이 밝혀진 점이었다. 이를 계기로 버닝썬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며 경찰과의 유착관계가 하나씩 사실로 확인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버닝썬에 미성년자 출입했지만 영업정지 처분을 받지 않은 과정에서 경찰 로비가 있었던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강남경찰서에 재직했던 전직 경찰 강 모씨는 버닝썬 대표로부터 로비 명목으로 2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15일 구속됐다. 하지만 유착 의혹이 강남경찰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 여성 사진을 몰래 촬영해 '승리 대화방'에 올린 혐의를 받고 있는 FT 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
승리와 정준영, FT아일랜드 최종훈 씨가 있는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경찰총장’으로부터 각종 도움을 받았다는 내용이 공개되며 고위층 연루 의혹까지 제기되기 시작했다. ‘총장’이라는 직위는 검찰에 있고, 경찰 총수는 ‘청장’인 관계로 당시에는 ‘경찰총장’이 검찰총장을 말하는 것인지 경찰청장을 말하는 것인지 의견이 분분했다.

여기에 승리와 정 씨가 대화방에서 성관계 장면을 불법촬영 및 유포한 사실이 드러나며 여론은 더욱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들이 불법촬영한 영상이나 사진을 유포한 대화방은 23곳, 참여 인원은 16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지난달 11일 성관계 동영상 불법촬영 및 유포 혐의로 입건된 데 이어 21일에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고, 최 씨 또한 21일 뇌물공여 의사표시 혐의로 입건됐다.

또한 경찰은 대화방에 함께 있던 가수 로이킴(본명 김상우)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 밝혔다. 승리는 국내외에서 해외 투자자에게 성접대를 한 정황이 밝혀지며 입건됐다.

김윤하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번 버닝썬 게이트와 관련해 “최근 1~2년 사이 한국사회에서 문제점으로 거론된 몰카유포, 클럽의 잘못된 성문화가 엮여 확산된 것”이라 진단했다.

지난달 6일에는 일명 ‘강남3대 클럽’이라 불리던 ‘아레나’ 등 다른 클럽의 탈세 및 국세청 연루의혹까지 제기되기도 한 만큼, 버닝썬 게이트는 여전히 새로운 크고 작은 의혹들이 속속 불거지고 있어 ‘첫 고리’를 찾아내기 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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