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갑작스러운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인해서 한진그룹의 ‘오너부재’가 생긴 가운데, 조 회장의 동생이 이끄는 메리츠 금융지주가 백기사로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8일 유가증권 시장에 따르면 조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한진칼 주가는 20.63% 오른 3만 400원을 기록하면서 장마감했다. 경영권 공백을 감지한 주주들이 지분확보에 경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있던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건이 부결되긴 했지만,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박탈당한 것은 아니었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을 지배하고 있는 만큼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 기대됐다. 그러나 조 회장 별세와 함께 그 동안 오너 경영에 적대적 입장을 보여온 KCGI 등이 지분을 늘리면서, 한진그룹 오너 일가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증권소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KCGI는 지난달 18일 이후 현재까지 한진칼의 주식 약 46만 9000주를 추가 매수, 보유지분을 기존 12.68%에서 13.47%까지 늘렸다. 한진칼의 최대주주는 4월 현재 조양호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약 29%, 2대주주인 KCGI가 약 13%, 국민연금이 7.3%로 3대 주주인 구조다.

문제는 별세한 조 회장을 제외하고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장녀 조현하 전 대한항공 부사장,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한진칼 보유지분은 각각 2.5% 남짓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즉, 오너일가가 경영권을 방어하기에는 힘든 상황이다.

다만 형제간 승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진그룹은 지난 2002년 조중훈 창업회장 사후 ‘형제의 난’으로 인해서 사업부분이 4개로 쪼개졌다. 첫째인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 등 운송부문, 둘째 조남호 회장이 한진중공업과 건설, 셋째 조수호 회장이 한진해운, 조정호 회장이 메리츠 금융 등을 맡았다.

조 회장 가운데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은 별세했고, 조남호 회장은 최근 한진중공업에 대한 경영권을 잃었다. 막내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만 증권, 화재보험 등 계열사를 건실하게 꾸려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금융계에서는 “메리츠금융지주가 조원태 사장과 주식 양수 계약을 통해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필요한 현금 조달원이 되 주고, 장기적으로 경영 참여를 통해 대한항공의 체질 개선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면서 “이 경우 조 사장은 다른 이들에게 기업을 빼앗긴다는 부담은 덜고, 대한항공 관계사 입장에서도 견실한 재무적 투자자를 영입하는 셈”이라고 분석이 나오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성과 중심 관리방식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조정호 회장의 최측근인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효율적인 인사 관리와 초대형 점포 운영을 통해 보험 판매에 소요되는 비용을 혁신적으로 감소시킨 주역이다.

특히 수익성은 메리츠금융지주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핵심 계열사인 메리츠화쟁의 경우 2015년 당기순이익이 직전 해보다 52% 높아진 1713억원이었다. 2016년에는 그 전해보다 50.5% 증가한 2578억 원을, 2017년에는 62.1% 당기순이익이 증가하여 3846억 원의 놀라운 수익성을 보였다.  

 

따라서 그동안 저비용 저효율 인사 관리, 서비스 마케팅 역량의 미흡함 등으로 비판 받아왓던 대한항공도 메리츠 금융지주를 만나면 상당한 탈바꿈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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