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검찰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26일 오전 김 전 장관이 서울 송파구 서울 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지난 22일 청구했던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26일 새벽 기각됐다.

서울동부지법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이날 새벽 2시 경 구속영장 기각결정을 내림에 따라 전날 오전 법원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대기하던 김 전 장관은 결적 직후 풀려났다.

이번 법원의 기각 결정에 따라 ‘윗선’으로 뻗치던 검찰의 수사진행에도 제동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법원은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사유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 최순실 국정농단의 여파

박 부장판사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의 핵심 수사 대상이었던 ‘사표 요구 및 표적감사’에 대해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 당시 대통령 탄핵으로 공공기관에 대한 감찰권이 행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정국으로 인해 공공기관에 대한 감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그러한 상태가 현 정부까지 이어짐에 따라 어수선하고 방만한 행정운영을 복구하기 위한 조치였음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박 부장판사는 이어 “공공기관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인사수요 파악의 필요성, 감찰 결과 (해당 인사에 대한)비위사실이 드러난 점에 비춰봤을 때 혐의에 다툼이 있어 피고인에게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측이 말하는 ‘블랙리스트가 아닌 체크리스트’라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앞서 홍영표 원내대표는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두고 “공공기관 임원들에 대한 정당한 인사권과 감독권 행사를 위해 작성된 체크리스트”라 말한 바 있다.

◇ 오랜 ‘관행’

환경부 산하기관의 채용비리 혐의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의 장이나 임원들의 임명에 관한 법령이 규정과 달리 산하기관 임원추천위원회 단계에서 후보자를 내정하는 관행이 장기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김 전 장관에게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다는 구성요건에 대한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희박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법원이 ‘법리’가 아닌 ‘관행’으로 영장을 기각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차후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관측된다.

◇ 도주·증거인멸 우려 희박

게다가 법원은 검찰이 다수의 물증을 확보하고 김 전 장관이 이미 퇴직한 관계로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점 또한 영장 기각사유로 들었다.

박 부장판사는 “객관적 물증이 다수 확보됐고 김 전 장관이 이미 퇴직해 관련자들과 접촉이 쉽지 않다는 점 등에 비춰 증거인멸이나 도주 염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법원 결정으로 검찰의 수사동력이 떨어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은 김 전 장관을 구속해 블랙리스트 관련 청와대 진술을 확보할 계획이었을 것”이라며 “영장이 기각돼 수사가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구속여부와 상관없이 원칙에 따라 계획된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말 김 전 장관의 영장에 공범으로 적시된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소환해 ‘블랙리스트’와 ‘채용비리 의혹’수사를 이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법원의 기각결정에 따라 이러한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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