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의 영업비밀침해소송과 관련해서 조기패소한 판결문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공개됐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ITC는 22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판결문을 공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행위 및 포렌식 명령위반에 따른 법정모독 행위를 고려할 때, LG화학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패소 판결 신청은 정당하다고 봤다.

앞서 ITC는 지난 14일(현지 시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진행 중인 전기자동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이 ITC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인지한 작년 4월 30일부터 증거보존의무가 발생했지만, 이 시점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문서들을 삭제하거나 혹은 삭제되도록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증거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에서 전직한 직원들이 LG화학 고유의 배터리기술을 보유하고 이 중 일부는 SK이노베이션에서 유사한 업무에 배치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SK이노베이션은 해당 직원들이 지식을 활용해 프로세스에 적용하는 데 관심이 많았고, 채용과정에서부터 LG화학 지원자들로부터 (LG화학 배터리 기술 관련) 구체적인 정보를 취득하여 관련 부서에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 ITC의 판결문 일부


ITC는 “이러한 SK이노베이션의 경쟁사 정보(영업비밀)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조직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이뤄졌고, 외부에도 알려져 있었으며, 법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판시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으로부터 내용증명경고공문을 수령한 지난해 4월 9일 이후 증거보존의무가 있는 상황에서도, LG화학과 관련된 문서 상당량을 고의적으로 삭제하거나 삭제의 대상으로 삼았음이 명백히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은 문서보안점검과 그에 따른 문서삭제가 범행의도 없이 통상적인 업무 과정에서 일어났다고 주장했지만, 증거에 따르면, 문서보안점검의 실제 목적은 LG화학 관련 정보를 포함한 문서를 제거하거나 진짜 필요한 문서일 경우 문서명 또는 내용을 변경해 LG화학이 찾기 어렵도록 만들기 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영업비밀 확보와 증거인멸 행위로 LG화학이 피해를 본 것이 명백하다고 ITC는 판단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보유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했다는 증거가 있고,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영업비밀을 수입품에 사용했을 연관성을 보여주기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ITC는 “삭제돼서 제출되지 못한 문서의 이름만 봐도 이 문서들이 피해 입증과 관련됐을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SK이노베이션이 의도적이고 악의적으로 문서를 삭제해 완전한 사실관계 자료의 확보 자체를 방해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과 SK이노베이션이 고용한 포렌식 전문가는 ITC 행정판사의 포렌식 명령과는 다르게 조사범위를 ‘SK00066125’ 한 개의 엑셀시트로 제한시켰는데, 이는 부당한 법정모독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 SK이노베이션이 증거인멸을 위해 정리한 엑셀시트(SK00066125) 내 980개 파일리스트 중 예시 파일들

ITC는 “영업비밀침해 소송은 특히 증거인멸 행위에 아주 민감하고, 영향을 받기 쉽다”며 “본 소송은 증거인멸과 포렌식 명령 위반으로 인한 법정모독으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LG화학이 제대로 소송을 진행할 수 없음은 물론 판사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적합한 법적제재는 오직 조기패소 판결 뿐이다”라고 판결했다.

 

(사진제공=LG화학)

 

스페셜경제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