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네이버 뉴스 정책…“영향력은 지키고 책임은 외면”

윤성균 기자 / 기사승인 : 2019-11-21 11:04:41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전재료 폐지하고 광고 수익 배분…‘클릭 경쟁’ 불 보듯 뻔해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네이버가 뉴스 정책을 또 바꾼다. 뉴스편집에 손을 떼고 언론사와 내부 인공지능(AI) 시스템에 편집을 맡긴 지 1년여 만에 또 한 번 개편에 들어간 셈이다. 이번에는 언론사와의 비즈니스 모델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쳤다. 요약하자면 뉴스에 대한 네이버의 영향력을 유지하되 그 책임은 언론사에 돌리는 형태다. 그간 여론형성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네이버 뉴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심각하게 거론됐는데, 이번 뉴스 정책 변경이 면피성 대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4일 가수 겸 배우 설리의 죽음을 계기로 포털 뉴스의 악성 댓글의 폐해가 재조명되면서, 뉴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각 포털 사이트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지난달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연예 뉴스의 댓글을 폐지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반해 네이버는 댓글 폐지 등 여론 형성에 직접 개입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언론사에 편집권과 광고 수익을 떠넘기고 자신들은 뉴스 플랫폼 역할만 하겠다는 것이다. 어뷰징 기사는 자체의 ‘낫 굿 팩터(Not Good Factor)’를 도입해 언론사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개편이 자칫 뉴스 서비스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여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전재료 대신 광고 수익 준다…광고 영업도 허용
국민 70% 네이버 뉴스 이용…여론 독점 심각해

네이버는 지난 12일 ‘2019 미디어 커넥트 데이’ 행사를 열고 뉴스 서비스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 뉴스 서비스 기능은 궁극적으로 언론사와 이용자가 잘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언론사와 함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술적인 도구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파트너이자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며 이번 개편의 취지를 밝혔다.

전재료 대신 광고 수익

네이버의 이번 개편은 크게 2가지 방향에서 이뤄진다. 우선 내년 상반기 뉴스 통합관리시스템 ‘스마트 미디어 스튜디오’를 도입한다. 언론사가 직접 뉴스면을 편집하고 댓글 등 이용자와의 소통방식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언론사 구독 시스템이 강화된 형태다. 현재 네이버 언론사 구독 서비스 이용자는 1500만명이 넘고, 누적 구독 건수는 7100만건을 넘었다. 각 매체에 편집권을 떠넘긴 만큼 구독자 확보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언론사와의 비즈니스 모델도 크게 개편된다. 네이버는 기존에 네이버 인링크로 뉴스를 제공하는 콘텐츠 제휴 매체에 전재료를 지급하고 모바일 구독 서비스인 채널 운영 언론사에 구독자수, 조회수 등을 토대로 상생기금을 추가로 배분해 왔다. 이를 폐지하는 대신 네이버 뉴스면을 통해 발생하는 광고 수익 전액을 언론사에 넘긴다. 다만 사용자 구독과 로열티(충성도) 등을 기초로 한 ‘수익 배분 기준’을 만들어 각 언론사에 나눠진다. 이날 외부 연구진을 통해 배분 공식이 발표됐다. 순방문자수, 조회수 등 양적 팩터에 순증구독자수, 유효 소비자기사수 등 질적 팩터를 고려한 광고 수익 배분 공식이다.

언론사 입장에서 전재료 폐지와 광고 수익 배분은 민감한 부분인 만큼 네이버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네이버는 기사 본문 중간 광고를 신설하고, 언론사 구독 페이지 내에서 네이버 가이드라인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자율적인 광고 영업도 가능하게 했다. 만약 개편 후 수익이 지난 8분기 대비 줄어들 경우 향후 3년간 이를 보전하겠다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관건은 ‘트래픽’…클릭 전쟁 불 보듯 뻔해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결국 언론사별 구독자 확보와 트래픽 증대를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언론사별 ‘클릭 전쟁’이 한층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네이버가 내놓은 광고 수익 배분 공식을 살펴보면 순방문자수와 조회수, 누적구독자수 등 양적 팩터의 비중이 질적 팩터보다 더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기사의 퀄리티를 반영해야 할 질적 팩터도 결국 조회수라는 수치로 환산되는 만큼 트래픽 의존은 절대적이다.

이는 과거 네이버가 도입했다가 실패를 인정하고 폐지한 ‘뉴스캐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앞서 네이버는 2009년 메인 페이지 뉴스 박스 편집권을 언론사에 넘기며 뉴스캐스트를 도입했다. 언론사별로 뉴스 박스가 롤링되고, 이용자가 뉴스를 클릭하면 언론사로 아웃링크되는 방식이었다.

뉴스캐스트는 언론사들이 이용자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자극적이고 낚시성 제목의 기사를 남발하도록 부추겼고, 언론사 뉴스면이 광고로 도배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결국 네이버는 지난 2013년 뉴스캐스트를 폐지하고, 언론사의 편집권을 강화한 지금의 뉴스스탠드를 도입했다. 당시에도 네이버는 자사의 뉴스 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언론사에 전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당시 네이버는 “뉴스스탠드는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구조다. 언론사가 언론사답게 편집을 하지 않으면 잘 만든 서비스도 작동될 수가 없다”며 다소 격앙된 발언을 내놓았다.

뉴스캐스트가 온라인저널리즘을 황폐하게 만든 것은 클릭 수가 광고 수익에 직결되게끔 만든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번 뉴스 개편도 모양새는 다르지만, 조회수와 구독자수로 광고 수익이 결정되는 만큼 뉴스캐스트 도입 당시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포털 책임론은 묻고 언론사 책임은 더블 

▲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이에 네이버는 ‘실급검 Not good 팩터’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낫 굿 팩터는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와 관련해 대량 생성되는 저품질 기사를 걸러내 광고 수익 배분에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는 네이버가 현재도 어뷰징 기사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사용 중인 뉴스 검색 알고리즘을 광고 수익 배분에 까지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낫 굿 팩터가 어뷰징 기사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거 사례를 짚어 봤을 때 포털에서 어뷰징 기사가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결국 낫 굿 팩터는 본연의 기능보다는 네이버가 언론사에 책임을 묻는 도구가 될 공산이 크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과도한 클릭유도에 대한 우려는 시기상조”라며 “이미 뉴스면에 대한 광고 수익을 언론사에 배분해온 만큼 이번 정책으로 크게 바뀔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온라인 뉴스에서 네이버 책임론에 대해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기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당연히 언론사에 무게가 실려야 한다고 본다”면서 “네이버는 사용자와 언론사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DMC미디어가 조사한 ‘2018 포털사이트 이용 행태 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포털 중 네이버 뉴스 점유율은 71.5%에 달한다. 2위인 다음(16.3%)과는 상당한 격차로 사실상 독점 상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네이버 뉴스가 온라인뉴스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네이버가 내놓는 일련의 뉴스 정책을 살펴보면 자신들의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보인다. 이런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기만 할 거면 아예 뉴스 제공을 중단하고 검색 서비스만 제공하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THE PR이 인용 보도한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네이버가 그간 여러 가지로 비난받으면서 힘들었던 건 이해하지만,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공격만 의식하고 언론 전체 환경이 어떤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수 있는지는 고민하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면서 “언론이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건 언론의 잘못된 선택과 포털 운영 방식이 불러온 시장 왜곡에 있다. 망가진 것을 욕하니, 나는 그럼 손 떼겠다면서 망가진 상태를 더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네이버)

 

스페셜경제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speconomy.com 

 

[저작권자ⓒ 스페셜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윤성균 기자
  • 윤성균 기자 이메일 다른기사보기
  • 윤성균 기자입니다. 조선/철강/중화학/제약/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영상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이슈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