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에도 인테리어 바꿔라’…‘대리점 등골 브레이커?’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로 잘 알려진 ‘K2코리아’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이름을 올리면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대리점에게 ‘억대 인테리어’ 리뉴얼을 강요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시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K2코리아에 대한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아웃도어 시장은 점점 침체되면서, 대리점들이 그 피해의 가장 중심에 선 상황임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 K2코리아 본사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이번 갑질 논란과 관련한 대리점주들의 증언들이 하나 둘씩 나오면서 파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K2코리아를 둘러싼 대리점 갑질 논란에 대해서 낱낱이 파헤쳐보기로 했다.
 

 

대리점 “리뉴얼 응하지 않으면 계약 해지”
K2코리아 “문제 제기한 부분 사실과 달라”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웃도어 정영훈 대표의 화려한 성공 뒤의 특급갑 질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올린 청원자는 “K2코리아 정영훈 대표는 대리점계약 5년째에 반드시 인테리어를 전면 리뉴얼하도록 강요했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예외 없이 대리점 계약을 해지했다”면서 “이 같은 갑질 행위와 관련해 5년 이상 된 대리점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정 대표는 대리점에 인테리어 리뉴얼을 강요하는 것이 법 위반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따라서 대리점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처럼 위장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한 공사가 진행되면 평균 3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며, 수억원의 비용이 쓰인다고 밝혔다.

청원자는 “큰 평수의 대리점은 거의 문 닫거나 공포에 떨고 있다”면서 “동종업계 회사들은 이러한 인테리어 강요 행위를 중단했음에도 정 대표만이 인테리어 강요 행위를 계속해오고 있다. 이러한 인테리어 강요 행위는 ‘대리점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 10조 경영활동간섭 금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대리점의 점포환경개선을 강요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탁대리점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할까 인테리어 교체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인건비조차 버거운 상황인데 본사는 말을 듣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고, 해지대리점 옆에 신규 대리점을 바로 섭외하는 등의 갑질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청원자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서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조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일부 대리점주들은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K2코리아 VS 前 대리점주, 엇갈리는 ‘입장​’

K2코리아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서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시사위크>에 보도에 따르면 K2코리아 측은 “통상 5년차가 되면 인테리어 리뉴얼에 대해서 영업부서와 대리점주가 협의를 하는 것은 맞지만 강요는 없다”면서 “7~8년차에 인테리어 리뉴얼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 누가 청원을 올렸는지 짐작하고 있다. 그동안 내부 게시판 등을 통해서도 꾸준히 불만을 제기했었다. 매출 감소 등으로 개인적으로 감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안다. 다만, 제기하는 불만들은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청원인은 “그런 일이 없었다면 나를 비롯한 많은 점주들이 왜 폐점을 했겠냐”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호소문을 보낸 대리점주도 있고, 소송을 진행 중인 대리점주도 있다. 이미 이런 문제로 인해 대리점을 관두 이들도 많고, 모두가 불만을 가지고 잇을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아울러 청원인은 올해 초까지 5년 동안 K2 대리점을 운영해왔으며, 현재는 다른 브랜드 대리점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K2코리아에 대한 문제제기에 나선 이유는 본사 갑질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청원인은 통상적으로 5년이 되기 전부터 본사에서 인테리어 리뉴얼에 대한 압박을 느끼고, 시기가 되면 내용증명이 온다고 밝혔다. 만약 대리점이 인테리어 리뉴얼을 거부할 경우 계약을 해지하고, 신규 대리점을 유치한다. 이후 새로 오픈한 신규 대리점 역시 같은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이에 대해서 “갑질 피해를 입고 그만둔 대리점 점주들이 많지만, 대부분 불쾌하고 괜한 문제에 휩싸이기 싫어 크게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넘어갔다. K2가 계속해서 이러한 행태를 이어왔던 이유다. 그래서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면서 “인테리어 리뉴얼에 드는 억대 비용은 모두 대리점주가 감당해야 하지만, 정작 인테리어 업체는 본사에서 지정한 곳만 이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인테리어 비용 60평 기준 1억 3000만원?

또한 인테리어 리뉴얼에 대한 강제가 없었다는 K2코리아의 주장과는 반대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진정서는 공정위 측에도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데이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공정위에 접수된 진정서에는 “간판 및 매장 집기에 있어서는 정해진 업체가 반드시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구매가 불가능한 고가의 집기라 인테리어 비용은 과거보다 60평 기준으로 최소 1억 3000만원 상당이 소요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대리점이 공사시점을 정하지 않을 경우 이월 상품 등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등의 협박을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때문에 본사의 담당자가 점주들에게 인테리어 변경에 대한 동의를 구하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것일 뿐, 강요에 가깝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러한 일이 ‘K2브랜드’ 뿐만 아니라, K2코리아가 운영하고 있는 ‘아이더 대리점’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약 두 달 전까지 인천 부평에서 아이더 매장을 운영했다는 전 대리점주 B씨는 “본사의 무리한 인테리어 강요에 못 이겨서 문을 닫게 됐다”고 토로했다.

B씨의 주장에 따르면 본사가 지정한 업체에서 보내온 인테리어 견적이 거의 오픈 비용과 같은 수준이었다. 뿐만 아니라 K2코리아 측은 ‘인테리어 공사’를 거부하자 제품을 주기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증명도 보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B씨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우리로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도 없다고 판단해 문을 닫았다. 현재는 골프웨어 매장으로 변경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K2코리아 본사는 대리점을 상대로 강제 인테리어 리뉴얼 강요 뿐만 아니라, 수수료율 인상이나 근접출점 등의 갑질도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로 지난 1월 강원도에서 K2 대리점을 운영하는 한 대리점주는 K2 코리아 게시판을 통해서 ‘공정위에 신고하는 중요 4가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글은 K2코리아 본사의 ▲거래조건 위반 ▲점포환경개선 강요 ▲영업지역 침해 ▲마일리지 적립강요 ▲사은품, D/P집기 구입 강제행위 등을 지적했다. 특히 수수료율의 경우 지난 2004년 계약 당시 의류 62.5%, 등산화 68.75%, 이월 행사 70%였던 거래조건이 2년 주기로 상승하면서, 지난 2015년에는 의류는 68%, 기획이나 이월 상품은 75%로 일방 통보 방식으로 변경됐다.

해당 대리점주는 “임대료 상승(1.2배), 인건비(3배), 각종 공과금과 불어난 세금 사은품과 판촉비 감당하기 어렵다”며 “이제라도 대리점도 ‘우리’라고 생각하고 상생하도록 제도를 개선하시길 바란다”면서 본사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서 k2코리아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인테리어 리뉴얼을 강요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는 점주들과 협의 하에 진행하는 부분”이라며 “그리고 연식이 오래된 매장의 경우에는 리뉴얼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그런 매장 조차도 본사가 리뉴얼을 하라고 주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 관련해서도 본사 측에 조사를 나와야지 알 수 있는 부분인데, 현재까지 본사에 어떤 공정위가 어떤 조사나 조취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드릴 말씀이 없다”며 “또한 이런 불만이나 이런 게 본사에 먼저 접수가 됐으며 이런 부분을 해결하려고 노력했을 텐데, 본사에 접수되기보다는 외부로 먼저 알려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회사’ 기울어도 고배당은 계속된다?

이 같은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K2코리아는 대리점들과의 상생보다는 본사 이익만 우선시 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K2코리아는 올 초에도 ‘오너일가 고배당’ 등의 문제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K2코리아는 지난 2012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시장 침체기 등으로 인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몇 년 동안 오너일가에 대한 고배당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리점주들에 대한 갑질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회사 내실 다지기보다 ‘본사와 오너 배불리기’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K2코리아의 연도별 배당액을 살펴보면 ▲2013년 30억원 ▲2014년 192억 8,000만원 ▲2015년 60억 8,000만원 ▲2016년 20억 8,000만원 등을 배당하면서 꾸준히 배당이 증가해왔다.

뿐만 아니라 K2코리아가 아웃도어 사업부문을 브랜드별로 인적분할해 설립한 신설회사 ‘아이더’에서도 점점 낮아지는 실적에 비해 높은 고배당이 이뤄졌다. 아이더의 경우 정영운 대표가 지분이 84%를 가지고 있으며, 나머지 16%를 남매관계인 정은숙씨 외 특수관계인들이 나눠 보유하고 있다.

아이더는 설립 해였던 2014년 매출액 2466억원, 영업이익 579억원, 당기순이익 44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3년 뒤인 2015년 매출액은 2582억원, 영업이익 485억원, 당기순이익 381억원으로 이익이 줄어들면서, 성장이 주춤한 상황에 놓였다.

그럼에도 아이더의 배당액을 보면 ▲2015년 56억 5,000만 원 ▲2016년 21억 7,000만 원▲ 2017년 72억 5,000만원이 오너일가에게 돌아갔다. 심지어 2017년의 경우 순이익의 5분의 1가량이 오너일가의 몫으로 떨어진 것이다. 따라서 정 대표를 비롯한 오너일가 등이 지난 2013년부터 아이더와 K2코리아에서 받아온 배당금액은 총 455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 시장이 침체기에 빠진 건 벌써 7~8년 정도 됐다. 문제는 이 침체기가 어느 정도 계속될 것인지, 그리고 과연 과거처럼 살아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라며 “사실 국내 많은 아웃도어 업체들인 앞으로의 생존을 위해서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한 2년 가량은 롱패딩으로 시장이 반짝하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K2코리아의 이런 갑질이나 고배당이 논란이 되는 것”이라며 “경쟁 아웃도어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도 K2코리아가 자기 잇속만 챙기고 있다면 누가 좋게 보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네이버 지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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