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66조원·영업익 12조3000억원
시장 전망 평균치보다 2조 이상 웃돌아
7분기 만에 영업익 10조원 돌파
영업이익율도 2년 만에 최대치
스마트폰·가전 끌고 화웨이가 힘 보태

▲ 삼성전자 사옥 전경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삼성전자가 또한번 축포를 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연결기준으로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액은 66조원, 영업이익은 123000억원으로 8일 잠정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매출액은 6.45%, 영업이익은 59.74% 증가한 수치다. 직전 분기에 비해서도 매출액은 24.76%, 영업이익은 무려 51.85%나 증가했다. 앞서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 529000억원, 영업이익 81000억원이었다. 지난해 3분기에는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77000억원을 거뒀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긴 것은 주력인 메모리반도체가 최대 호황을 누리던 지난 2018년 이후 7분기 만이다. 특히 20183분기 이후 처음으로 12조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은 물론, 영업이익률도 18.6%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날 잠정 실적 발표에는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스마트폰과 가전 등 세트 부문이 깜짝 실적을 이끌고 화웨이의 긴급 주문이 D램 가격 하락을 상쇄하면서 반도체 부문이 선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실적의 효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는 IT·모바일(IM) 부문으로 예상된다. 갤럭시A 시리즈 등 보급형 제품의 탄탄한 수요에 갤럭시 노트20과 갤럭시Z폴드2 등 전략 스마트폰의 판매 호조가 더해졌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과 핵심시장인 인도에서의 반중 정서 확산, 애플의 첫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인 아이폰12 시리즈 출시 지연도 호재로 작용했다. 태블릿 역시 원격수업과 재택근무의 영향으로 직전분기보다 70% 이상 더 팔렸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온라인 채널을 통한 판매가 늘면서 오프라인 매장에 드는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며 수익 증가에 기여했다. 이에 따라 직전 분기 1950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인 4조원 후반까지 올라간 것으로 예측된다.

 

소비자가전(CE) 부문도 20161분기 이후 4년여만의 영업이익 1조원를 넘어섰을 것으로 보인다. 직전 분기(7300억원)보다 30% 늘어난 실적이다. 생활가전의 경우, 장마와 태풍으로 고부가 에어컨 판매량은 줄었지만 북미·유럽 중심으로 집콕으로 인해 생활공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코로나19로 인한 펜트업(반발수요)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프리미엄TVk와 건조기 등이 기대 이상으로 팔렸다. 온라인 판매 증가에 따른 마케팅 비용 효율화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반도체는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5조원 초중반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선방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의 실적을 지탱했던 만큼, D램과 낸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됐지만, 직전분기(5조4300억원) 대비 소폭 하락하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네이버를 비롯한 IT업체들의 데이터센터 건립에 따라 서버용 D램 수요가 꾸준히 발생했고,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신작 게임 출시로 콘솔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이어졌다. 여기에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앞두고 재고 확보를 위해 주문을 늘린 점도 실적 개선에 일조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도 퀄컴과 엔비디아 등 글로벌 대형 고객사를 잇따라 확보하며 힘을 보탰다. 

 

DS 부문을 구성하는 디스플레이도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여겨진다. 애플 등 북미 고객사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급은 4분기로 늦춰졌지만, TV 판매량 증가로 TV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을 올라가면서 적자 규모가 줄어들었다이에 따라 5000~6000억원의 이익을 올린 것으로 관측된다2분기처럼 1조원대의 애플 보상금이 없어도 흑자를 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역대급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치는 9월 중순 이후 꾸준히 상향조정되면서 11조원대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전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평균치는 102859억원이었다.

 

삼성전자는 시장의 전망치보다도 2조원 이상 높은 실적을 냈다. 세트와 부품이 고르게 성장한 것은 물론, 15분기째 이어가던 50조원대 매출을 지켜내면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미중 무역갈등, 코로나19와 같은 대외적 변수에도 안정적인 외형 확장에 성공했다.

 

다만 3번의 언팩, 파격적인 사은품 혜택에도 불구하고 갤럭시노트20을 비롯한 전략 스마트폰이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갤럭시노트20 등 전략 스마트폰의 매출 비중이 수년째 의미있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갤럭시S와 노트 라인업에 중가 모델을 포함시키며 소비자층을 넓히려 했지만. 판매는 전작보다 축소되고 있다. 갤럭시노트20530만대, 갤럭시Z폴드230~40만대 수준을 출하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제품 믹스 개선이나 평균판매가격(ASP) 상승보다는 비용 구조 개선에 따라 수익성이 좋아졌을 것이라고 봤다.

 

삼성전자가 올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4분기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7일 기준 금융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9조5394억원이다. 아직 2달여가 남은 점을 감안하면 영업이익 10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상승세는 3분기에 비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와 같은 특수가 기다리고 있지만, 주력인 반도체 상황이 썩 밝지 않아서다. D램 가격이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큰 손 화웨이가 빠진다. 아이폰12 출시로 북미 시장에서의 스마트폰 점유율도 다소 낮아질 수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부품과 세트가 고른 성적을 올렸다. 특히 모바일과 소비자가전 부문이 많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4분기에도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19와 같은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어, 4분기 특수를 누릴 것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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