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모더나 백신 상용화 임박
국산 백신은 내년 하반기 전망
규모·경험 차이가 속도 차이로

[스페셜경제=김성아 인턴기자] 화이자, 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의 선전으로 코로나19 백신이 곧 출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창궐 1년여만에 나온 희소식이다. 이들 제약사 외에도 많은 제약사들이 백신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과를 내고 있는 제약사는 68개사이다.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제약사가 38개사로 가장 많고, 2상과 3상도 각각 17개사, 13개사에 달한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제넥신과 SK바이오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 등 코로나19 백신을 개발중

이다. 제넥신은 현재 임상 1상을 진행하며 2상을 준비 중인 단계에 있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24일 1상 승인을 받아 최대한 빠르게 임상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진원생명과학은 현재 전임상을 마무리하고 임상 시험 계획 승인 신청(IND)을 한 상태이다.
 

방역당국은 국산 백신의 출시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보고 있다. 화이자 등 해외 제약사들이 3상에서 효능을 입증하며 이미 여러 국가들과 공급 계약을 맺고 있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늦다.

국내 제약사 다 합쳐도 화이자에 밀려
제약사의 기술 개발은 기업의 규모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임상시험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백신 등 신약 개발의 경우 더욱 차이가 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과 국내 제약 기업과의 압도적인 규모 차이가 개발 속도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화이자는 역사가 100여년이 훌쩍 넘은 다국적 제약기업이다. 지난해 세계의약품시장 내 처방의약품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겼다. 2018년 기준으로는 453억 4500만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세계 주요 제약회사 매출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반면 국내 제약회사는 같은 통계 50위권 안에도 오르지 못했다.
 

백신 개발은 후보 물질 확보 이후 △전임상(동물시험) △임상 1상(안전성 평가) △임상 2상(안전성 확인) △임상 3상(효능 확인)의 총 네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임상 시험은 단계가 높아질수록 비용도 높아진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 따르면 3상의 경우 2018년 기준 업계 평균 210억원이 들었다. 모든 임상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 수도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특히 높은 백신 개발인데, 아직까지 성공 사례도 없는 새로운 질병인 코로나19의 백신 개발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할 수 있을만한 규모의 제약회사는 국내에 많지 않다”고 전했다.
 

경험에서도 밀린다. 현재 3상에 돌입한 외국기업들은 대부분 백신 개발에 대한 경험이 많은 기업들이다. 그에 비해 한국은 백신 자립을 선언한지 불과 10년 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까지 경험과 투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국제백신연구소 송만기 사무차장은 “요즘에는 단백질 배양과 같은 전통적 방식의 개발이 아닌 플랫폼 기술 등 완전히 새로운 기술로 백신을 만들고 있다”라며 “기술을 도입했다 하더라도 임상시험 경험이 부족한 상태라 국내 백신 개발 속도는 늦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안전해서 덜 급하다…K-방역의 모순
전 세계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K-방역도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는 걸림돌이다.
 

직장인 A씨(42)는 “국내 확진자가 늘고 있긴 하지만 미국처럼 정말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것은 아니고 방역당국도 방역을 잘해내고 있기 때문에 백신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바로 맞진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A씨는 “백신의 경우 안전성 문제가 있으니 좀 더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부 또한 백신은 꼭 필요하지만 확보에 성급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상원 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지난 19일 정례브리핑에서 “백신 확보를 서두르고는 있지만 안전성 검증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조속한 결정은 피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백신 개발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K-방역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등 다른 나라들과 백신에 대한 니즈 자체가 다르다”고 말한다.
 

미국의 경우 하루 확진자가 15만명대를 웃돌아 백신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하다. 이에 FDA는 코로나19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해 3상 임상시험이 끝나기 전에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승인하고 있다. 국민들도 백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자발적으로 임상에 참여하고 있어 임상 시험도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백신 임상에 참여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또 확진자의 수가 미국 등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해 임상 피험자의 환자 분포가 다양하지 않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관계자는 “한국은 방역 성공으로 환자 수 자체가 적어 임상시험이 원활하지 않다”고 밝혔다. 송 사무차장 또한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 3상에서는 확진자가 적어도 3~4만 명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3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환경 탓에 국산 백신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나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제약업계는 국산 백신의 탄생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백신 개발사 중 가장 속도가 빠른 제넥신 관계자는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백신 주권을 위해 개발이 해외에 비해 늦더라도 포기하지는 않을 예정이다”고 전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속도가 늦는 대신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실히 검증한 백신을 선보이겠다는 입장이다.

 

스페셜경제 / 김성아 기자 sps0914@speconomy.com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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