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금호석화…‘호실적에도 오너 자리 위태로워’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코앞에 둔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가 최근 구설수에 휘말렸다. 오는 29일 열리는 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에게 위임장과 함께 주식 1000주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에게 선물을 보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주총을 앞두고 ‘우호표’를 얻기 위함이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금호석화 측은 우호표를 염두하고 한 것이 아니며, 법적인 문제는 없는 행위라고 선을 그었다. 이러한 해명에도 주주들 사이에서는 우호표를 얻기 위함이라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도그럴것이 계속되는 저가배당으로 주주들의 불만이 쌓인 상황에서, 지난해 박찬구 회장이 배임 횡령 혐의에 대해 유죄까지 받으면서 주주들이 마음이 돌아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박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불투명한 형국이다. 따라서 선물공세가 주주들의 환심을 사 조금이라도 우호표를 끌어모으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스페셜경제> 측은 지난해 호실적으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너의 ‘재선임’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인 금호석화에 대해서 낱낱이 살펴보기로 했다.

 

소액주주들에게 선물공세?…우호표 끌어들이기 위한 ‘무리수’  
실형 피했지만 ‘횡령 배임’ 유죄 판결로 인해 ‘도덕성 와르르’

박 회장이 이끌고 있는 금호석화는 지난해 매출 5조 5849억원, 영업이익 554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년도 매출액 5조 647억원에 비해 10.9%, 영업이익 2626억원 보다 111%가 증가한 것으로, 견고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호실적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이는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컬 등 석유화학업계 빅3사 실적이 모두 하락세인 상황에서 이뤄낸 ‘실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실적만 놓고 보면 앞으로 꽃길(?)만 보장돼 있는 금호석화인데, 최근 코앞에 다가온 정기 주주총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는 오너인 박찬구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박 회장은 대법원에서 배임‧횡령건과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일로 박 회장의  경영자로서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랐고, 주주들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면서 사내이사 재선임이 불투명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금호석화 측은 최근 1000주 이상 보유한 소액주주들에게 주총 위임장과 함께 1만원 이하의 선물세트를 발송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주총이 코앞으로 다가온 현재 주주들에게 선물을 보내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선물공세’ 환심 사기 위한 전략 의혹?

 

이러한 선물공세를 두고 업계에서는 금호석화가 앞으로 다가온 주주총회를 앞두고 반대 의견을 보이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금호석화의 행동이 주주들의 환심을 사긴 커녕 주주들의 반발심만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한 소액주주는 “회사에서는 박찬구 회장이 이번에 불신임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같으니 선물을 보내서 어떻게든 표를 끌어 모으려는 것”이라면서 “회사 돈으로 선물을 주는 것도 좋게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선물세트를 받은 일부 주주들은 금호석화의 선물 발송에 대해 관련 당국에 고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상법 제467조2 제1항(이익공여의 금지)에 따르면 ‘회사는 누구에게든지 주주의 권리 행사와 관련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공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2항은 ‘회사가 특정의 주주에 대하여 무상으로 재산상의 이익을 공여한 경우에는 주주의 권리 행사와 관련하여 이를 공여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주주들에 대한 선물발송이 현행법상 위반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선물이 금호석화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물론 이와 관련해 금호석화 측은 “법률적으로 사후에 자문을 구했다. 그 결과 (이익 공여 금지) 법의 취지는 주주들을 금품으로 의결권을 회유한 경우에 해당한다”면서 “그럴 의도도  그럴만한 선물도 전혀 해당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뿔난 주주들…왜?  

 

주주들이 박 회장에 대해서 우호적이지 않은 배경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 번째는 짠물배당 문제다. 배당금을 살펴보자면 금호석화는 올해 배당금을 늘리긴 했다.


보통주 1주당 1350원, 우선주 140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지난해 보통주 1000원, 우선주 1050원을 배당한 것에 비해서 각 350원씩 인상된 것이다. 배당금 총액 역시 지난해 273억원에서 367억원으로 증가했다. 아울러 금호석화는 3년 연속 차등배당을 통해서 주주환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지난해보다 배당금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액주주들은 “동종업계 배당 규모나 회사의 실적에 비해서는 짠물배당을 하고 있다”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불만이 나오는 이유 는 실적이 좋지 않았던 SK이노베이션, 롯데케미칼, LG화학 등의 배당금과 최소 6배에서 최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6400원 ▲우선주 1주당 6450원을 배당했으며, LG화학도 ▲보통주 6000원 ▲우선주 6050원으로 결정했다. 롯데케미칼 역시 ▲보통주 1주당 1만 500원을 배당한 것이다. 이들 기업 모두 실적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금을 2017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오히려 배당성향은 상승하게 됐다.


이렇다보니 주주들 입장에서는 실적이 대폭 개선된 것에 비해서는 기대에 못 미친 배당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 ‘유죄’ 선고

 

두 번째 이유는 ‘배임‧횡령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박 회장에 대해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 회장은 과거 대우건설 매입 손실과 관련해서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처할 것이라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서 주식 260만여주를 매각했다. 100억원대 손실을 회피한 혐의와 금호피앤비화학 측과 공모해서 납품 대금 명목 등으로 아들에게 100억원 상당의 법인자금을 대여토록 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1심은 박 회장의 혐의 중 2010년 3월~2011년 1월까지 아들에게 빌려주도록 한 34억원의 배임 혐의만을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2심은 1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던 일부 배임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어 대법은 2심 판결을 수긍하고 형을 확정했다.


이 같은 일련의 일들로 인해서 주주들이 완전히 박 회장에게 돌아선 것이다.


주주들도 모자라 국민연금까지?…경영권 위협    

 

때문에 금호석화는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현재 금호석화에 떨어진 가장 큰 난제는 ‘정기 주총’에서 박 회장이 재선임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돌아선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연금마저도 가세할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박 회장 사이외사 재선임과 관련한 우호 지분은 24.7% 가량이다. 이는 박 회장 지분 6.69%, 조카 박철완 상무 10%, 아들 박준경 상무 7.71%, 딸 박주형  상무 0.82%를 합친 것이다.
이에 반해 비우호 세력의 중심은 바로 국민연금이다. 현재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석화의 지분은 8.45%로, 단독 지분만 놓고 보자면 오너일가의 지분보다 훨씬 적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미 돌아선 소액주주들은 물론 기관투자자들까지 같이 동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2016년 주총에서도 기업가치 훼손 등의 이유로 박 회장의 사내이사 안건에 대해서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되면서 국민연금은 ‘오너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표하겠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이번 주총에서도 박 회장 재선임 건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박 회장이 이번 재선임에 실패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재계 관계자는 “만약 이번 주총에서 박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게 될 경우 오너로서 리더십에 만만치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봤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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