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 비중 75%..6개 금융그룹 중 1위
그룹리스크 전이 우려..사업다각화 암초

▲ 현대캐피탈·현대카드·현대커머셜 사옥 전경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현대캐피탈은 1996년 국내 최초로 할부 금융업을 시작한 이후 자동차금융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여신전문금융회사이다. 업계 1위 비결은 현대차다. 현대캐피탈은 국내 최대이자 Top5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차의 전속(캡티브) 금융사다. 

 

현대캐피탈은 자동차금융을 비롯해 신용대출, 주택대출 등 주요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자동차금융 자산의 비중이 70%가 넘고 그마저도 현대·기아차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실적 악화나 부실이 현대캐피탈의 수입 감소와 건전성 악화로 직결되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금융그룹의 통합감독 모범규준을 시행하면서 현대캐피탈측에 과도한 내부거래 의존도를 개선해 줄 것을 주문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금융그룹 통합공시서 드러난 내부거래 현황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미래에셋·한화·현대차·교보·DB 등 6개 금융그룹의 재무현황과 위험요인 등 주요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금융그룹 통합공시’가 지난달 첫 시행됐다. 6개 금융그룹은 소유·지배구조, 자본적정성, 내부거래, 대주주 등에 대한 출자·신용공여 등 8개 부문 25개 항목을 금융그룹별 대표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연간공시, 올해 1·2분기 기준 분기 공시가 동시에 이뤄졌다.

이를 통해 금융그룹에 요구되는 최소 필요자본과 실제 보유한 적격자본을 통해 금융그룹의 손실흡수능력과 계열사간 다양한 내부거래 현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 그룹에서는 현대캐피탈이 대표사로서 통합공시를 실시했다. 현대캐피탈을 포함한 현대차금융그룹의 내부거래 현황을 살펴보면 내부거래 총액은 크지 않지만, 그룹 내 비금융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극단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할부금융과 퇴직연금 등 간접 내부거래까지 포함하면 의존도는 더욱 커진다.

현대캐피탈의 금융그룹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금융그룹의 내부거래 총액은 6364억원이다. 총액만 놓고 보면 현대차금융그룹의 내부거래 현황이 6개 금융그룹 중 가장 적다. 내부거래 총액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으로 33조2525억원이다. 이어 미래에셋(15조1860억원), 한화(11조6501억원), 교보(9조221억원), DB(4조9948억원) 순으로 많았다.

현대차금융그룹의 내부거래 문제는 총액이 아니라 그 구조에 있다. 타 금융그룹의 경우 유가증권 매도 등 소속 금융회사와의 내부거래가 대부분인 반면, 현대차금융그룹은 현대·기아차 등 비금융사와의 내부거래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현대차금융그룹 내부거래 현황 (자료출처=현대차금융그룹 통합공시)


현대·기아차에 극도로 의존
현대차금융그룹의 내부거래 총액 중 비금융회사 대상 내부거래 금액은 4780억원으로, 전체 내부거래에서 75.1%의 비중을 차지한다. 삼성과 한화가 비금융회사 대상 내부거래 비중이 각각 10.1%, 6.2%를 차지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금융그룹은 1%를 채 넘지 않는다.

현대차금융그룹이 비금융회사와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은 현대·기아차와의 상품용역 매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현대·기아차로부터 2007억원의 상품용역 매출을 거뒀다.

현대캐피탈은 간접 내부거래로 분류되는 계열할부금융도 전적으로 현대·기아차에 의존하고 있다. 계열할부금융은 비금융회사가 자사 상품을 구입하는 고객이 동일 기업집단 소속 금융사의 할부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금리우대를 해주는 전속 할부금융을 의미한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캐피탈의 전체할부금융취급잔액은 14조5132억원으로, 현대차와 기아차 비중이 각 59%, 41%를 차지한다.

현대캐피탈의 해외법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북미법인인 현대캐피탈 아메리카의 할부금융취급잔액은 11조736억원인데, 기아차 비중이 71%, 현대차 비중이 29%를 차지한다. 현대캐피탈 캐나다는 현대차와 기아차 할부금융 비중이 각각 46%, 54%였다. 중국 현지법인의 경우는 현대차 할부금융 비중이 93%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을 마련하면서 내부거래 의존도가 과다할 경우, 거래상대방인 계열사의 실적악화가 금융계열사의 건전성 악화 등으로 직결될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특히 현대캐피탈의 경우 현대차그룹이 판매하는 차량 할부물량의 과반을 점유했으나 현대차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인한 매출 감소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줄이랬더니 되레 늘어난 의존도
금융당국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대캐피탈의 현대·기아차 의존도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현대캐피탈이 발표한 올해 2분기 IR자료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현대캐피탈의 오토(Auto) 자산은 22조4659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2.4% 증가했다. 신차, 임대, 중고차자산 등 전 부문에서 고루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논오토(Non Auto) 자산은 7262억원으로 작년과 비교해 6.1% 줄었다. 부동산 관련 규제가 늘어난 데다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대출 심사를 강화한 영향이 컸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전체 상품자산에서 오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70.7%, 2019년 73.9%, 올해 상반기 75.5%로 꾸준히 늘고 있다. 현대·기아차와의 공통 마케팅을 기반으로 한 캡티브 경쟁력 강화에 따른 결과라는 게 현대캐피탈측 설명이지만, 달리 말해 현대·기아차의 실적에 따라 회사의 실적이 크게 좌우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 현대캐피탈 2020년 2분기 상품자산 현황 (자료출처=현대캐피탈 IR자료)

실제로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올해 초 글로벌 신차 수요 둔화가 예상된다며 현대·기아차의 실적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정작 모기업인 현대차의 신용등급 전망을 종전과 동일하게 유지한 것과 대비되는 조치다. 그만큼 현대캐피탈의 잠재 리스크가 크다는 방증이다.

이에 대해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캡티브(전속) 금융으로 운영하다보니 제조사와 연동되는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금융사와 제조사가 시너지효과가 나는 부분이 많이 있기도 하고, 제조사 쪽에서 부실이 생겨도 금융사의 리스크로 전이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제조사의 차량 판매보다는 캐피탈 채권같은 경우는 신용 등에 영향받는 부분이 더 많아서 제조사의 부실이 금융사의 부실로 전이된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공들인 중고차사업도 위기
최근 현대차가 중고차시장 진출 의사를 밝히면서 현대캐피탈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현대캐피탈은 현대글로비스와 함께 중고차 경매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고, 중고차 매매 업체와는 인증 중고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신차 시장에만 의존하지 않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런데 현대·기아차가 중고차시장에 공식적으로 진출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속 금융사인 현대캐피탈의 참여가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현대캐피탈의 기존 사업이 현대차 중고차 사업에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멀리 보면 호재지만, 그만큼 현대·기아차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의 캡티브(계열사 간 거래) 매출 의존도는 높은 편”이라면서 “코로나19 여파로 산업 전반이 위축되면서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금융시장도 카드사와 은행까지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라면서 “현대캐피탈이 현대차그룹의 전속 금융사로서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자동차 판매 부진 등 리스크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비자동차금융 부문에서 사업다각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현대캐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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