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투자··전략적 M&A 나설 듯
사회 신뢰 회복 위한 행보도 가속화
여전한 사법리스크는 불안 요소

▲불법 경영승계 혐의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삼성은 총수의 재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공격적 투자를 통해 신기술을 확보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등 삼성의 도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가 현재 진행형인 만큼 사법리스크는 남아있다. 특히 검찰이 기소 의지를 밝히고 있어, 지난한 법정다툼으로 인한 경영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에 한일갈등 재점화첩첩산중

 

전례없는 위기라는 표현대로 삼성이 처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 등 강대국이 반도체 자급자족을 위해 나서고, 중국이 반도체 굴기에 속도를 내며 128단 낸드플래시와 10나노급 D램 등 최첨단 메모리 제품 양산을 목전에 두고 있다. 반도체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여 미국과 대만을 따라잡는 한편,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초격차로 중국의 추격을 따돌려야 한다.

 

일본의 움직임도 삼성에게는 부담스런 요소다. 최근 법원의 결정으로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 매각 절차가 본격화되면서 일본이 다시금 수출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는 일본의 3대 수출규제 소재로, 대부분 일본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자칫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기회비용을 감당해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스템 반도체와 자동차 전장, 5G, 바이오 등에 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투자로 반도체 초격차드라이브

 

우선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전략이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182월 석방 이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인공지능(AI)5G바이오반도체 중심 전장부품 등 미래 4대 성장 사업(180조원20188), 반도체 비전 2030(133조원20194), 퀀텀닷(QD) 디스플레이(131000억원201910) 등에 300조원이 넘는 투자를 결단했다. 올해 들어서도 과감한 투자는 이어졌다. 최근 평택에 극자외선(EUV) 공정을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라인에 18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부회장이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약속한 데 이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반도체 분야의 초격차 전략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M&A 통해 성장 동력 확보 나설 듯

 

전략적 M&A가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영 환경이 악화되자 글로벌 경쟁사들이 앞다퉈 공격적인 M&A를 단행하며 신기술 획들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시장 선점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지난달 말 영국의 화물 운송 스타트업 비컨1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사인 애플은 4월 초 일주일 만에 스타트업 3곳을 인수하는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가상현실(VR) 관련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제공업체 넥스트VR’을 비롯해 음성명령 기술 업체 보이시스’,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기계학습) 날씨 예보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 다크스카이등 모두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업체들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통신 소프트웨어 업체 메타스위치 네트워크를 인수하기로 합의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 강화에 나섰다.

 

반면 삼성은 201611월 약 9조원을 들여 자동차 전자장비 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4년 가까이 대규모 M&A가 전무했다. 최소 수조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투자를 위해서는 단기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실패의 위험성을 감수할 수 있는 총수의 결단이 필수적인데, 이 부회장의 구속에 따른 총수 부재로 인해 적기에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던 탓이다.

 

‘1등 기업답게사회적 신뢰 회복 위한 행보 가속화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한 행보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2018년 경영에 복귀한 이후 회사를 둘러싼 난제를 털어내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 8700여명의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접 고용, 반도체 라인 백혈병 분쟁 마무리 등의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권고를 받아들여 노동3권 보장과 경영권 승계, 시민사회 소통 등을 직접 약속하기도 했다. 또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초청해 삼성 사장단을 대상으로 건전한 노사관계에 관한 강연을 진행한 것은 물론, 해고 노동자 김용희씨와 전격 합의를 이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도 삼성은 ‘1등 기업답게사회 공헌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300억원 규모의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하고, 화훼 농가의 어려움을 덜어 주기 위한 꽃 소비 늘리기에도 동참했다. 마스크 대란을 막기 위해 국내 마스크 제조기업들이 생산량을 증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가 하면 해외에서 확보한 마스크 제조 핵심 원자재 수입을 지원했다.

 

더욱이 이 부회장이 낮은 자세로 먼저 한 걸음 다가서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다. 노사관계 자문그룹 운영, 시민단체 소통 전담자 지정 등을 비롯해 소통상생을 위한 삼성의 변화가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한 사법리스크로 경영 행보 위축될 수도

 

다만 경영 공백은 피했지만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도 진행 중인데다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거나 불구속 상태로 기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법원도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소명됐다고 판단해 향후 재판에서 무죄 입증을 위해 치열한 공방을 벌여야 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총수 부재의 상황은 면했지만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사법리스크는) 기업 옥죄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삼성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고 다른 기업들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의 경영 전략이 속도감있게 추진되기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삼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사법리스크의) 압박을 받으면서 기업인이 미래 전략을 흔들림없이 추진할 수 있겠느냐면서 삼성이 잘못한 부분이 시정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기업을 흔들어 경영행보가 위축되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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