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구속 필요성 소명 부족” 판단
최지성·김종중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
향후 검찰 수사에 차질 불가피할 듯

▲지난달 6일 서초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사과를 진행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위기에서 벗어닜다. 이로써 삼성은 한숨 돌리게 됐다. 다만 법원이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며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이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고 밝힌 만큼 사법리스크의 그림자는 남았다.

 

검찰도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삼성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한 지 이틀만에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했던 검찰로서는 향후 수사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하며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진행할지를 놓고 검찰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9일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회장과 함께 영장이 청구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헸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20182월 국정농단 항소심에서 풀려난 이후 24개월만의 구속 수감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이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면서도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하여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하여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의 혐의가 상당 부분 인정된 측면이 있지만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 등 일정 기간 신체의 자유를 박탈할 정당성을 입증하진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검찰은 본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다만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검찰 수사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일 이 부회장 등을 자본시장법(주가조작·시세조종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동안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 등을 위한 조직적인 불법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해왔다.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합병비율을 산정하고자 시세를 조정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과정에서 회계처리 기준을 부당하게 바꿔 장부상 이익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인지하거나 지시하는데 관여한 것으로 봤다. 전날 영장심사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범죄라고 규정하며 구속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공들였다. 옛 미래전략실의 경영권 승계 작업 전반에 대한 계획을 담은 이른바 프로젝트 G‘를 비롯해 관련자 진술 등을 제시하며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이를 위해 수사를 이끌어온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 등이 직접 영장 심사에 참석했을 정도다.

 

검찰은 당초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자신했다. 삼성 전·현직 임원을 수차례 소환하며 이 부회장 관련 혐의를 다졌고, 이후 이 부회장을 지난달 26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소환조사한 뒤 채 일주일이 지나기 전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속도를 높였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더욱이 이 부회장이 기소의 타당성을 판단해달라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한 것도 검찰에게는 변수다. 구속의 필요성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부적절한 수사라는 이 부회장 측 논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아에 따라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를 결정한다면, 검찰로서는 수사의 신뢰성에 타격을 입게 될 수 밖에 없다.

 

한편, 검찰은 구속영장 기각과는 별개로 수사심의위 개최를 위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구속영장 재청구 등을 포함해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한 뒤 이달 안으로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