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여러분은 지난 10년 간 5~6개의 스마트폰을 사용했을 겁니다.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가능성의 기준을 훨씬 뛰어넘었지만, 지난 몇 년 간 출시된 신제품들은 전 버전과 거의 동일한 디자인에 스펙만 약간 업그레이드된 버전이었습니다.” (앤드류 커플린 LG전자 영국 총괄)

 

LG전자가 폴더블 위주의 프리미엄폰 시장에 ‘스위블’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14일 밤 11시(한국시각) 전세계에 공개된 윙은 두 개의 화면을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폼팩터를 보여줬다. 동시에 여러 앱을 즐기고, 일상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는 소비자들이 더욱 편리하고 강력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무게를 뒀다. 


메인 스크린으로 영화나 게임을 즐기면서 세컨드 스크린으로 동시에 전화를 걸거나 검색을 할 수 있다. 촬영을 하거나 영화를 볼 때 세컨드 스크린을 ‘컨트롤러’로 활용할 수도 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움직이지 않고도 앵글을 조정할 수 있는 조이스틱, 흔들림을 잡아주는‘팔로우 모드, 다이나믹한 움직임을 촬영하기에 적합한 FPV 등 짐벌 모션 카메라 기능을 넣어 전문 촬영장비 없이도 완성도 높은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카메라도 변했다. 펀치홀이나 노치 형태로 화면을 가리던 전면 카메라는 사라졌다. 대신 촬영할 때마다 팝업 카메라가 나온다. 가속도 센서가 적용돼 촬영 중 스마트폰을 떨어뜨리면 카메라가 숨는다. 후면에는 6400만화소의 광각과 1300만·1200만화소의 초광각 카메라 3개가 탑재돼 다양한 화각의 사진과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사실 윙은 공개 전까지 소비자들에 크게 주목받는 제품은 아니었다. 과거 가로본능폰을 연상시키는 외관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스마트폰도 레트로냐” “LG 스마트폰이 부진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등과 같은 냉담한 반응이 상당수였다.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이 폴더블을 차세대 폼펙터로 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행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앤드류 커플린 LG전자 영국 총괄은 윙의 차세대 폼펙터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고 자신했다.

 

그는 여러분은 지난 10년 간 5~6개의 스마트폰을 사용했을 것이라며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가능성의 기준을 훨씬 뛰어넘었지만, 지난 몇 년 간 출시된 신제품들은 전 버전과 거의 동일한 디자인에 스펙만 약간 업그레이드된 버전이었다고 지적했다.

 

개인화되고 차별화된 모바일 경험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지만 현재의 폼펙터들은 천편일률적으로 바 형태를 유지, 다양성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어 사용자 경험을 더욱 면밀히 살펴보고 틀에 박힌 스마트폰 폼펙터에서 벗어남으로써 비슷비슷한 외형과 기능의 기존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다른 접근을 추구했다이것은 하나의 제품에 대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LG모바일을 통해 만나게 될 새롭고 혁신적인 폼팩터와 경험 모두에 대한 것이라고 자신했다.

 

윙은 사용성의 확장과 혁신성에서 기본 스마트폰과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두 개의 화면을 활용하는 스위블 방식을 택했다. 평상시에는 일반 스마트폰처럼 바 형태로 사용하다가 상황에 따라 메인 스크린을 시계 방향으로 돌려 숨어 있던 세컨드 스크린을 사용하는 식이다. ‘’, ‘’, ‘등의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해 동영상을 보면서 문자를 보낼 수 있고, 내비게이션을 작동하면서 전화를 거는 등 멀티태스킹에 유용하다.

 

홍신태 LG전자 상품기획 책임은 스위블 방식이 사용성을 극대화시킬 폼펙터라고 설명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제품들은 폼펙터를 펼치거나 열어야 제대로 된 사용성을 경험할 수 있는데, 고객들이 익숙해진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멀티스크린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다만 두 개의 화면이 겹쳐진 만큼, 무게를 줄이고 두께를 얇게 하는 게 관건이었다. 동시에 화면을 수 만번 이상 돌려도 헐거워지지 않아야 했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듀얼 스프링과 듀얼 락, 유압 댐퍼가 적용된 모바일용 초소형 힌지를 자체 개발하고 스위블 동작을 20만회 이상 반복 테스트했다.

 

김아현 개발 선임은 듀얼 스프링으로 스위블 동작 시 가해지는 힘을 두 개로 분산시키고 균일한 장력을 유지해 안정적인 구조와 내구성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듀얼 락을 통해 추가적으로 힌지에 가해지는 힘을 분산시켜 메인 스크린과 세컨드 스크린이 연결구조가 헐거워져 분리되는 것을 방지했다특수 설계된 유압 댐퍼는 화면이 회전하면서 발생하는 충격을 완화해 부드럽게 돌아가는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또 화면이 회전하는 과정에서 세컨드 스크린에 스크래치를 내지 않고, 부드러운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세컨드 스크린 주변을 윤활성이 좋은 POM(Poly-Oxy-Methylene) 소재로 특수 처리했다.

 

이 외에도 내구성을 강화하기 위해 미 국방성 군사 표준 규격에 준하는 제품 인증 시험 진행했다. 1.2m 높이에서 26개 각도로 떨어뜨려 잔충격, 터치 센서와 키 프레스, 결합 응력, 절곡 등을 확인하는 한편, 열과 추위, 습도, 먼지, 물 등 20가지 이상 환경조건에서 테스트를 진행해 9개 항목에 대해 인증 획득했다.

 

아울러 그립감을 높이고 한 손으로도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무게와 두께를 모두 줄였다. 개발 초기 윙의 무게는 314g에 달했다. 그러나 복합 경량화 소재인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하고, 부품을 재배치했다. 제품의 외형과 강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분에 구멍 내 전체 무게를 줄이는 타공 기법을 더한 결과 강성은 확보하면서 무게는 줄였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출시된 폼펙터 중 가장 가볍다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보다 20g 가볍다고 강조했다.

 

이날 온라인 행사는 미리 제작된 영상 컨텐츠를 송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30분 동안 윙의 멀티태스킹과 세계 최초로 적용된 짐벌 모션 카메라 등 특장점을 부각시켰다. 국내외 소비자를 고려해 한글 자막과 영어 소개 영상이 같이 준비됐다.

 

CF를 연상케 하는 세련된 영상미에 일반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유명 유튜버들이 윙을 사용하는 영상을 보여주며 기능을 소개했다. 언박스 테라피는 돌리면 위층이 90도로 돌아가는 상자를 보여주며 제품 포장에서도 이색적인 폼펙터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영국남자와 아찌랜드는 멀티태스킹의 장점을 설명했다. 잭 킹은 짐벌 기능과 세컨드 스크린을 활용한 편집기능에 대해 평했다. 오스틴 에반스는 고객을 대신해 윙의 기획 의도와 내구성 등에 대해 질문했고 실제 상품기획과 개발에 직접 참여한 개발자들이 이를 설명하기도 했다.

 

윙은 스냅드래곤 765G를 탑재했다. 스냅드래곤 765G는 퀄컴이 최초로 AP5G 모뎀을 통합한 칩셋이다. 스냅드래곤 765대비 10% 더 빠른 그래픽 렌더링 속도와 게이밍 성능을 구현한다. 7 나노 공정으로 설계돼 성능과 배터리 사용 효율 또한 탁월하다.

 

시장의 관심은 LG전자가 반전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에 쏠린다. 


LG전자는 2000년대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MC사업본부는 2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다행히 1분기 2378억원에서 2분기 2065억원으로 적자 폭이 소폭 줄어들었지만, 수익성 개선이 절실하다.


더욱이 LG전자는 2분기 벨벳과 Q61 등 신제품을 출시했음에도 국내 시장점유율이 오히려 낮아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점유율을 늘린 반면 LG전자는 점유율이 3%포인트 하락한 13%를 기록했다.

 

윙은 LG전자 MC사업본부의 실적을 만회할 무기인 셈이다. 


일단 윙의 혁신성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미국 유력 IT매체 안드로이드 헤드라인은 윙을 'IFA 2020 최고상'으로 선정했다. 윙이 IFA 2020에 전시되지 않은 데다 공개되기 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온라인으로 공개된 윙에 대한 외신의 평가도 호평이다. IT‧모바일 관련 매체인 폰아레나는 “(윙은) LG전자가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데 열심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윙의 매우 인상적인 회전설계와 견고한 하드웨어는 획기적”이라고 평했다. 


또 다른 매체인 테크 레이다도 “일단 메인 스크린을 스위블모드로 전환하고, 짐벌모드를 사용해 세컨드 스크린을 조작모드로 사용하면 (윙에) 짐벌 장치를 장착한 것처럼 카메라를 움직일 수 있다”면서 “LG는 이 휴대폰을 여행 스트리머들을 겨냥하고 낸 것 같다”고 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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