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스페결경제=변윤재 기자]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선두에 서서 혁신을 이끌어가자. 현실에 안주하거나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불확실성에 위축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혁신도전을 강조했다. 최근 도전을 강조하며 미래에 먼저 가자고 구성원들을 독려해 온 이 부회장은 그룹 간 협업이라는 도전을 통해 미래 시장 선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현장행보를 강화하며 그룹의 성장 동력을 점검하고 있는 이 부회장은 21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다시 만났다. 이 부회장은 정 수석부회장과 차세대 친환경차와 UAM(Urban Air Mobility, 도심항공 모빌리티), 로보틱스(robotics)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자율주행차와 수소 전기차 등을 시승하며 미래자동차에 대해 교감했다.

 

미래자동차는 이동수단을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전자기기이자 활동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안전하고 완벽하게 주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그런 만큼 인공지능(AI)와 자율주행, 5G 이동통신이 결합한 미래자동차에서 전장 기술의 고도화는 매우 중요하다.

 

전장사업에서 경쟁력을 갖춰 온 삼성전자인 만큼, 이 부회장의 답방은 미래자동차 시대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세계 무역 질서 변화, IT산업에서의 경쟁 심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변화하는 산업환경에서도 선도기업으로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전장사업에 각별히 공들이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 중심에 선 이는 바로 이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직접 2011GMCEO 대니얼 애커슨과 만난 데 이어 이듬해 도요타, BMW, 폭스바겐의 최고경영자와 잇따라 만나며 밑그림을 그렸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지주회사 엑소르(Exor)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업계 이해도를 높였고, 2016년 글로벌 1위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전장사업에 뛰어들었다. 2018년에는 180억원을 투입, 전장과 AI, 5G를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전장 현장도 직접 챙기고 있다. 지난해 6월 삼성전기 경영진과 간담회를 갖고 전장용 MLCC 5G 이동통신 모듈 등 주요 신사업에 대한 투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지난 16일에도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전용 생산공장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의 의지에 힘입어 전장사업의 성과도 나오고 있다. 20181월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인 CES에서 하만과 함께 개발한 차량용 디지털 콕핏‘(차량 내 멀티디스플레이)을 공개한 데 이어 그해 5국제 자동차 부품 박람회 2018’에선 차량용 반도체 브랜드인 엑시노스 오토’(프로세서)아이소셀 오토’(이미지센서)를 선보였다.

 

이듬해 5월에는 글로벌 시험·인증기관인 독일 TUV 라인란드로부터 자동차 기능안전 국제 표준인 ‘ISO 26262 기능안전관리인증을 취득하며 차량용 반도체의 기능 안전을 인정받았다. 엑시노스 오토 8890은 아우디 A4 모델에, 엑시노트 칩은 테슬라 자율주행시스템인 하드웨어(HW)3’에 각각 탑재되고 있다. 올해 1CES에서는 5G 기반의 디지털 콕핏 2020’과 차량용 TCU(차량용 통신 장비)을 공개하며 진일보한 기술력을 과시했다.

 

이 부회장이 전장사업을 주목한 배경에는 가능성외에도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가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로,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내년에 EUV(극자외선) 공정 5나노 기반의 차량용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플랫폼을 도입, 기술 초격차에 박차를 가한다.

 

이 외에도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이끈 5G는 물론, 디스플레이, 전고체전지, 차량용 MLCC(적층세라믹캐파시터) 등 전장사업에 필수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이 부회장은 신기술 연구 및 발굴, 다각적 협력 모색 등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도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찾아 세계 최초 3나노미터(nm·10억분의 1m) 공정 개발 성공을 보고받는 것으로 올해 경영행보를 시작했던 이 부회장은 이후 현장경영을 확대하며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직접 챙기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국내외 삼성 사업장 12곳을 방문했고, 사업 현안과 선행기술 등을 논의하는 동시에 현장 임직원들에 경쟁력 강화 방안을 주문했다. 이러한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 덕에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다만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는 삼성의 미래 전략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요소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사법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릴 부분이 있다면 마땅히 따라야 하겠지만 이미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판단이 내려졌는데도 계속 문제삼는 건 삼성 발목잡기로 비춰진다더군다나 산업 간 융·복합이 가파른 지금, 기업들에 공격적 투자를 하지 마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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