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별 전문성 강화로 경영 효율화·수익성 개선
기술 경영으로 원천 기술 확보·신소재 개발
해외 현장 진두지휘…액화수소 등 영역 확대

▲ 조현준 효성 회장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효성그룹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2016년 이후 3년 만이다.

 

효성이 미중 무역 갈등과 보호 무역주의 강화 등 악재 속에서도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조현준 회장의 리더십이 있다.

 

조현준 회장그룹 회장이 14일로 취임 3주년을 맞았다. 회장 취임 전 9년 동안 효성 산업자재PG장을 맡아 타이어코드와 스틸코드, 에어백 원단 및 쿠션 등 사업 다각화와 외형 확대에 기여했던 그는 지난 3년 동안 100년 기업 효성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왔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기술 경영에 글로벌 감각을 더하며 세계 일류 소재기업에 박차를 가했다. 원천기술 확보에서 나아가 끊임없는 혁신으로 탄소섬유·폴리케톤 등 신소재를 개발,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육성했다. 해외 현지경영을 통해 그룹의 외연을 넓혔고, 액화수소 등 친환경 사업을 적극 추진하며 미래 먹거리 선점에도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업회사별로 전문가 경영조직 내실화 통해 영업익 1조원 재달성 쾌거

 

만능 스포츠맨으로 유명한 조 회장은 경영에서도 스포츠의 속성을 투영해왔다. 공정하고 냉철한 스포츠 세계처럼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승리하는 최고의 기업이 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한다고 요구하며 조직 내실화에 노력을 기울였다.

 

조 회장은 취임 이듬해인 20186월 그룹의 전문가 경영 체제를 강화했다. 지주회사인 효성과 효성티앤씨·효성중공업·효성첨단소재·효성화학 등 4개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회사별로 해당 분야 전문가를 전진 배치했다. 스판텍스를 생산하는 효성티앤씨, 타이어코드를 제조하는 효성첨단소재의 경우, 연구원·기술책임자 출신인 김용섭, 황정모 대표가 각각 선임됐다.

 

현장에 대한 이해와 감각을 지닌 대표가 실무적 경영에 나서면서 효성은 경영 효율화와 수익성 확대를 동시에 꾀할 수 있었다. 효성은 2016년 영업이익 1163억원을 거둔 지 3년 만인 지난해 다시 영업이익 1102억원을 기록했다.

 

지주회사 효성은 자회사들의 실적 호조에 따라 지난해 매출액 33813억원, 영업이익 2447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12.6%, 영업이익은 무려 57.9% 증가했다. 화학섬유 자회사 효성티앤씨는 영업이익 3229억원을 거뒀다. 소재 자회사 효성첨단소재 영업이익 1583억원을 냈다. 화학 자회사 효성화학 역시 영업이익 1539억원을 달성했다. 효성중공업 또한 영업이익 1303억원을 달성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효성 연구진 모습. (사진 제공=효성)
 

 

기술로 도약하는 효성공언원천기술 혁신으로 차별화 가속

 

전문가 경영 체제가 탄력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조 회장의 기술 경영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술 경영은 효성의 DNA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홍제 창업회장은 기업이 기술을 키우는 것이 국가를 위한 길이라며 기술 개발에 매진한 결과, 1967년 타이어코드 국산화에 성공했다. 2세였던 조석래 회장은 1971년 국내 최초로 민간기업 부설연구소 효성기술원을 설립하며 기술개발을 자양분 삼아 사업 고도화에 집중했다.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에어백 원단, 안전벨트 원사 등 공정과정이 까다롭지만 필요한 소재를 개발함으로써 주요 소재 시장점유율 세계 1위 기업으로 우뚝 섰다.

 

조 회장은 선대의 기술 경영을 초고도화했다. 취임 직후 기술로 도약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그는 원천기술에 대한 혁신을 바탕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주력제품인 스판텍스에서는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땀냄새 등 악취를 없애는 크레오라 프레시, 우수한 염색성과 세탁 견뢰도를 가진 크레오라 칼라 플러스, 내염소성과 내구성이 뛰어나 수영복에 주로 적용되는 크레오라 하이클로 등 다양한 기능성 제품군을 선보였다.

 

타이어코드에서도 나일론 타이어코드에 이어 국내 최초로 자체 기술을 통해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를 개발하며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미 효성의 타이어코드는 세계 시장점유율 45%를 차지하며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미래 신소재 기술 개발도 박차성장 동력 화보

 

조 회장의 기술 경영은 혁신을 넘어 신소재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섬유·첨단소재·화학 부문의 핵심 공정 및 설비 기술 운영을 총괄하는 생산기술센터를 설립하면서 기술 초고도화에 힘을 쏟고 있다. 그 결과, 아라미드를 비롯해 다양한 섬유 타이어코드 기술력을 갖추고 세계 유일의 종합 소재 메이커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육성하는 대표적인 신소재로는 탄소섬유, 아라미드, 폴리케톤 등이 꼽힌다. 이들 신소재는 지난해부터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성장 동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탄소섬유는 철의 4분의1 무게에 10배 이상 강도를 지녀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고부가 신소재다. 낚싯대·자전거 등 스포츠 레저용 일상 소재에서부터 자동차 차체 및 부품, 건축 주요자재, 우주항공 소재, 연료용 고압용기 등 철을 사용하는 모든 분야에서 대체 가능한 만큼, 첨단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연료 저장탱크에 적용하는 등 수소차 경량화의 핵심 소재로 꼽히면서 수요 증대가 기대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효성은 2011년 국내 최초로 탄소섬유 개발을 성공한 데 이어 투자를 확대, 신소재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8년까지 탄소섬유 산업에 총 1조원을 투자해 현재 연산 4000톤 규모의 생산량을 24000톤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슈퍼 소재로 불리는 아라미드도 조 회장이 적극 육성하는 신소재다. 철보다 5배 강한 강도와 400도의 열을 견디는 아라미드는 방탄복, 방탄헬멧 등의 핵심 소재다. 최근 5G 이동통신용 광케이블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통신사들이 5G로의 전환을 가속하면서 광케이블 설치를 늘리고 있어 아라미드 공급도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3년 간 아라미드 수요는 연 7%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6613억원 투자를 단행하며 아라미드 울산공장 증설키로 했다. 2021년 증설이 완료되면, 생산량은 연산 1250톤에서 5000톤으로 늘어난다.

 

친환경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케톤은 지난 2013년 효성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신소재다. 우수한 내충격성·내화학성·내마모성을 바탕으로 자동차·전기전자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다. 효성은 기존의 황동 계량기보다 동파에 강한 수도계량기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폴리케톤 적용 제품과 가공 기술 개발을 통해 폴리케톤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해외 개척 선봉에국외 현장 경영으로 그룹 외연 넓혀

 

그룹의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했던 조 회장은 최근 그룹의 외연을 넓히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야전 사령관을 자처하며 해외 시장에서 그룹의 입지를 확대하는 중이다.

 

조 회장은 이전부터 해외 생산 네트워크 구축에 앞장섰다. 1990년대 후반부터 섬유시장인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위해 스판덱스 부문의 C(China) 프로젝트를 이끌었고 이후 섬유 사업부문장(PG)를 맡으며 중국과 베트남, 터키, 브라질 등 세계 주요 거점 시장에 생산 기지를 확보했다. 덕분에 효성은 우수한 품질에 안정적인 공급망까지 갖추며 2010년 스판텍스 점유율 세계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다.

 

조 회장이 직접 발로 뛰며 해외 진출에 나선 까닭은 그의 지론 때문이다. 조 회장은 평소 해답은 고객에게 있다VOC(Voice of Customer) 경영을 강조했다. 해외 진출 과정에서는 현지 고위관계자를 직접 만나 투자가 순탄히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다. 인도 모디 총리와 응웬 푹 쑤언 베트남 총리,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등 주요 국가 최정상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해외 공장 투자를 원만히 마무리 지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조 회장의 주도 아래 멕시코 정부의 ‘Rural ATM 프로젝트수주에 성공, ATM 8000대 전량을 납품하는 성과를 올렸다.

 

액화수소에 3000억 투자100년 기업 효성 주춧돌

 

해외시장 확대와 더불어 조 회장은 주력사업 이외 친환경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경쟁력 확보에 공들이고 있다.

 

조 회장이 주목한 친환경 사업은 액화수소다. 조 회장은 수소는 기존 탄소 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꿀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로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효성이 추진하는 액화수소 사업의 핵심은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수소를 저장하고 운송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이번 투자가 향후 국내 수소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효성은 세계적 화학기업 린데그룹과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총 3000억원을 투자해 액화수소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2022년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1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승용차 10만대 분량으로 단일 설비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또 공장 완공에 맞춰 전국에 수소충전소 120여개도 구축, 국내 시장 공급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액화수소는 기체 수소에 비래 부피를 800분의1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저장과 운송이 용이하다. 기체 수소가 탱크로리 1개에 250kg을 운송한다면 액화수소는 14배인 3500kg까지 가능하다. 또 저압상태인 만큼 고압상태의 기체수소보다 안전하다. 충전 속도도 승용차 1(5kg 기준)를 기준으로 현재 12분에서 3분으로 4배 가량 빨라진다.

 

더욱이 액화수소는 탄소섬유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탄소섬유는 수소의 안전한 저장과 운송, 이용에 핵심소재이므로, 액화수소 사업의 확대는 탄소섬유 수요 및 공급 중가로 이어진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한국판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수소경제 육성에 나선 만큼, 수소 시장은 향후 3000조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서는 100년 기업이자 세계 일류 소재 메이커를 향해 조 회장이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올 초 주총에서 주주들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70% 이상이 찬성하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는 미중 무역갈등,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성과를 만든 조 회장의 경영 능력을 신뢰한다는 의미라면서 조현준식 경영에 대한 자신감이 붙은 만큼, 포트폴리오 고도화 및 다각화를 통해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을 힘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