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홍찬영 기자]한국전력이 이사회 배임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름철 전기요금 부담 경감을 위해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한전은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21일 이사진은 정기이사회에서 정부 측 개편안을 의결할 경우 배임 가능성을 따져본 로펌 두 곳의 자문 결과를 처음으로 받아본 뒤 ‘보류’ 결정을 내렸는데, 불과 일주일만에 결정을 뒤집었다.

이사진이 배임죄에 대한 우려 탓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으나 정부 정책을 부결할 경우 파장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결국 일주일 만에 백기를 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에는 누진제 개편안을 통과시켰을 때 한전이 떠안게 될 2847억원 수준의 비용 부담을 정부가 그전보다 더 확실한 방법을 통해 보전해주겠다고 약속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누진제 개편안은 정부의 인가를 거쳐 다음 달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새 요금제는 인가시점과 상관없이 내달 1일 기준으로 소급된다.

이에 따라 다음달부터 8월까지 전기요금 누진제 구간이 확장돼 국민들은 월평균 전기요금 1만142원을 할인받을 수 있게 됐다. 혜택이 돌아가는 가구는 약 1600만 가구로 예상된다.

현행 누진제는 1구간(200㎾h 이하)에 1㎾h당 93.3원, 2구간(201∼400㎾h)에 187.9원, 3구간(400k㎾h 초과)에 280.6원을 부과하고 있다.

누진제 개편안은 7월과 8월 누진구간을 확대해 1구간 상한을 200㎾h에서 300㎾h로 높이고 2구간은 301∼450㎾h, 3구간은 450㎾h 초과로 조정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한전 이사회 김태유 의장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실을 찾아 “주택용 전기요금 체제 개편을 위한 기본공급약관 개정안은 원안 가결됐다”며 “아울러 전반적 전기요금 체제 개편 안건도 함께 가결됐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김 의장이 언급한 ‘전반적인 전기요금 체제 개편 안건’은 정부가 내년까지 마련하겠다고 한 ‘전기요금 개편 로드맵’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에 한전 이사회에서 가결한 안건은 주택용 전기요금, 그 중에서도 누진제에 대해서만 개편됐다.

산업용 전기요금 등 대대적인 개편 과정이 남아있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가 한전의 비용 부담을 보전할 방안을 약속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방안이 국회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도 개편을 통해 한전의 적자를 보전해 줄 수 이쓴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김 의장이 “자세한 내용은 다음 달 1일 한국거래소 공시를 통해 알리겠다”고 밝힌 만큼 정확한 건 7월1일 한전의 공시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뉴시스]스페셜경제 / 홍찬영 기자 home21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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