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극복에 2조6000억원 풀고 제조 기술 노하우 나눠
스타트업 사업화·해외진출 지원…플랫폼 제공 등 중소기업과 상생
동행 경영, 사회 양적·질적 ‘점프업’ 위한 투자…뉴삼성 잰걸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스페셜 경제=변윤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동행 경영이 속도를 내고 있다.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의식한 단발성 행보에 그칠 것이라는 일각의 예단과 달리, 이 부회장은 재계 1맏형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국내 마스크 부족 사태가 벌어지자 마스크 제조업체들에 기술 노하우를 전수해 생산량 증산을 도운 데 이어 협력사에 2조원 이상을 지원, 숨통을 틔워줬다. 생존의 기로에 선 스타트업에게는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줬고,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에게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시스템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원, 이들의 경쟁력 강화를 돕고 있다.

 

지난해부터 사회와 동행하고 공헌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강조해왔던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서 동행 경영을 보다 구체화시키고 있다. 올해 첫 현장 경영에서 우리 이웃,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임을 명심하자고 말했다. 핵심 경영방침으로 사회적 책임 강화를 강하게 주문했던 그는 상생·협력·연대성 회복을 통해 기업의 혁신을 넘어 사회의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마땅히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해야코로나19 극복 위해 기술·인적 자원 총동원

 

이 부회장의 동행 경영은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서 가장 빛났다. “국민의 성원으로 성장한 삼성은 지금과 같은 때에 마땅히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해야 한다. 이번 일로 고통받거나 위기 극복에 헌신하시는 이들을 위해 미력하나마 모든 노력을 다하자면서 이 부회장은 삼성의 기술·인적 자원을 총동원해 위기 극복에 적극 나섰다.

 

코로자19 감염자가 급속히 늘면서 경증환자들 묵을 병실이 부족해지자 가장 먼저 삼성 영덕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했고 삼성서울병원 등 3개 병원의 의료진도 파견했다. 구호물품과 성금 등으로 300억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이는 국내 주요기업을 통틀어 가장 큰 액수로, 다른 기업들의 동참을 이끌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국내 마스크 부족 사태가 벌어지자 구원투수를 자청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계열사의 해외 지사와 법인을 활용해 긴급 확보한 마스크 284000개와 중국 반도체 고객사로부터 기증받은 마스크 5만개 등 총 33만개를 대구지역에 기부했다. 정부와 협력해 마스크 제조의 핵심 원자재인 필터용 부직포 ‘MB(멜트브로운)’ 수입을 지원, 통상 6개월 이상 소요되는 수입 절차를 1개월 이내로 단축시켰다.

 

나아가 마스크 제조업체가 단기간 최대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도록 지원했다.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경험을 가진 사내 전문가가 중소 마스크 제조업체에 직접 기술 전수, 제조공정 개선 등을 도왔다. 마스크 생산에 필요한 금형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일부 기업에는 직접 금형을 제작해 제공했다. 그 결과 마스크 생산량이 하루 4만개에서 10만개까지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국경 폐쇄 등 물류 이동이 제한되자, 협력사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도 투입했다. 1조원의 운영자금을 무이자·저금리로 대출 지원했고, 16000억원 규모의 물품 대금을 앞당겨 지급해 협력사들의 숨통을 틔웠다. 긴급 자재 공급을 위해 항공 배송으로 전환하는 경우엔 물류비용을 실비 지원했고 원부자재 구매처를 다변화할 처지에 놓인 협력사에는 부품 승인 절차를 줄여주고 컨설팅을 지원했다.

 

▲삼성전자 임직원이 팹리스 업체 '가온칩스' 직원들을 대상으로 '통합 클라우드 설계 플랫폼(SAFE Cloud Design Platform)' 사용자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스타트업·중소업체에 지원사격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이 부회장의 소신은 삼성의 노하우를 국내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들과 나눠 국가 산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려는 의지로 이어지고 있다.

 

‘C랩 아웃사이드가 대표적인 예다. 이 부회장은 2016년엔 C랩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을 직접 찾을 정도로 이 프로그램을 각별히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C랩 아웃사이드는 사내 벤처를 키우는 C랩 인사이드를 외부로 확대한 프로그램이다. 무상 사무공간 삼선전자 기술·경영 전문가 멘토링 최대 1억원의 운영자금 최대 5억원의 C랩 전용펀드 투자 CES, MWC, IFA 등 글로벌 전시 참가 지원 등을 통해 2022년까지 300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게 목표다.

 

이렇게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은 지난해까지 총 104. 이들은 사업화에 이어 해외진출까지 모색하며 스케일업에 성공했다. 50대 주부 스타트업 ‘e블루채널6개월의 멘토링을 받은 뒤 거래처는 15, 연간 매출은 10배 늘며 유망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스마트폰 센서를 활용한 위치정보, 생체인식 등을 활용한 자가격리 관리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와따는 영국·두바이·필리핀 등 관련 정부 부처와 MOU를 맺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귀여운 캐릭터가 움직이는 플레이 키보드애플리케이션을 만든 비트바이트역시 올 5월 기준 사용국가 220, 누적 다운로드 140만건을 돌파하며 해외로까지 사업을 확장 중이다.

 

중소업체들과의 상생협력도 더욱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4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팹리스, 디자인하우스(반도체 설계 후공정) 등 국내 중소 업체들 키우기에 팔을 걷어올린 것이다. 이미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의 제품 개발에 필수적인 MPW(멀티프로젝트웨이퍼) 프로그램을 공정당 연 3~4회로 확대 운영하고 8인치(200)뿐 아니라 12인치(300) 웨이퍼까지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레이아웃, 설계 방법론·검증 등을 포함한 기술 교육도 지난해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중소 팹리스를 위해 시스템반도체를 손쉽게 설계할 수 있는 통합 클라우드 설계 플랫폼’(SAFE-CDP) 제공을 시작할 예정이다. 시스템반도체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칩 설계가 복잡해해지고 칩의 성능을 검증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도 많이 소모된다. SAFE-CDP를 제공해 언제 어디서나 바로 칩 설계를 할 수 있도록 지원, 서버 확장에 드는 비용 부담은 낮추고 칩 설계와 검증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돕는다는 계획이다. 실제 시험운영 결과, 팹리스업체 가온칩스는 삼성전자의 SAFE-CDP를 활용해 차량용 반도체 칩을 설계하면서 설계 기간을 기존보다 약 30% 단축했다.

 

1인자 위상에 걸맞게양적·질적 점프업위한 투자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2304009억원으로 현대차그룹과 포스코, LG전자 등 재계 2~4위 그룹의 매출을 합친 것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명실공히 1인자로서 굳혀진 모습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독주대신 합주를 택했다. 1인자의 위상에 걸맞는 삼성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더욱 적극적으로 구체적으로 옮기고 있다. 새로운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함께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를 제시하고 청소년과 벤처·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개개인과 개별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경쟁력을 키운다. 이를 통해 삶의 질 또는 기업 경영환경이 개선함으로써 사회의 활력을 올리고 궁극적으로 양적·질적으로 점프업을 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이 부회장의 대국민사과에서도 잘 드러났다. 그는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었다. “전례없는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생명을 지키는 일에 나선 의료진, 공동체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자원봉사자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많은 시민들을 보면서 무한한 자긍심과 함께 진정한 국격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절실히 느꼈다고도 했다.

 

결국 이 부회장은 동행 경영은 삼성이 보유한 자원과 경제적 위상을 활용해 우리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려는 투자인 셈이다향후 뉴삼성을 향한 행보가 진전될수록 이 부회장은 투자, 채용, 연구개발 외로 경영활동을 확대해 사회 혁신의 판을 짜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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